예수님께서 마음 속으로 작정하신 일(요한 6:1-21)
이현우 요한 신부 / 초평교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오병이어의 기적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앞서 베짜타 연못에서 수많은병자들을 치유하신 기적을 보여 주셨고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더욱이 유대인의 큰 명절인 과월절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여서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들을 손수 먹이실 작정을 미리 하셨습니다. 여기서 제자들은 인간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필립보는 "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씩이라도 먹이자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사온다 해도 모자라겠습니다."라고 계산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안드레아는 "여기 웬 아이가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라며 이성적인 수준으로만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생각을 다 뒤집어엎으십니다. 한 아이가 가져온 별것 아닌 것 같은 보리빵 다섯 개 그리고 작은 물고기 두 마리로 그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이 능력을 본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고 달려듭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모습을 보시고 산으로 피해가십니다. 왕으로 추대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마음속에 작정하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작정하신 일은 무엇일까요?
성경에서 아이는 부족한 사람 덜 자란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많이 쓰입니다. 또한 보리빵도 거친음식으로 휼륭한 음식은 아닙니다. 작은 물고기 두 마리 역시 보잘 것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웬 아이가 내어놓은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는 부족한 사람의 보잘 것 없는 음식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간의 계산적인 눈으로 볼 때 별것 아니고, 부족한 것들로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하시고자 마음 먹으신 일은 화려한 왕 강력한 군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나약하고 부족할지라도 하느님께서 쓰시고자 하시면 그 무엇보다 부유하고 강하고 위대하게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 예수님이 이제 우리에게 오십니다. 물 위를 걸어 오시는 예수님은 내 마음의 물길을 건너오십니다. 나약하고 부족하여 세상의 풍파에 이리 저리 파도치는 내 마음의 강물 위를 걸어 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
예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하느님의 뜻을 이룰 도구로 사용하겠다. 스스로 나약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라.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시니 하고자 하시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