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캠핑을 치르면서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몇 가족이나 참석할까가 아니라 과연 애육원 뜰에서 가족캠핑을 하는 것이,
애육원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나 하는 것일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슬픔을 거름으로 생각하라고 하기엔 아이들과의 관계가 너무 얕고,
매번 치르는 캠핑을 유지하기에는 미안함이 앞섰다고 할까요....
시간이 다가올수록 저는 그냥 놀자, 하고 생각했습니다.
봉사를 강조하면 캠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연례 행사처럼 비춰질까봐.... 그저 어울릴 일이 있으면 어울리고,
놀고 싶으면 같이 노는, 그런 자그마한 캠핑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어느 단체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그때 삼양동 산동네에는 존경 받는 목사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어느 누구보다 미장일을 잘 하고, 목수 일을 잘 하는 분이었습니다.
농담도 잘 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분.... 참으로 존경스런 분을 자주 뵐 수 있어서 좋았더랬습니다.
그는 어떤 미사여구보다 몸으로 말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늘 가까운 그 마을 사람들은 그를 존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캠핑에서 포트럭은 그런 같이 노는 공간이었습니다.
바비큐, 닭다리 튀김, 샐러드, 어묵 등은 각자 가져온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제게는 그게 가장 잘된 일이다 싶습니다.
부담을 받기 싫어하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기는 싫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대게님의 불꽃막대 불빛이 다른 어느 때보다 흐뭇하게 해주었습니다.
나온님네서 준비하신 사탕과 초콜릿은 어떤 때 주는 화이트 데이 선물보다 값졌습니다.
차려진 상에서 꽤 많던 음식들이 남김없이 사라져가는 행복을 느껴보셨겠지요?
몇 시간의 노고가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을 받아보셨겠지요?
이번 캠핑에서 가장 마음의 짐을 덜어준 이들은 애육원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은 대체로 밝았습니다.
같이 어울려 노래방(식당겸)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박수와 휘파람을 보내며,
역시 같이 노는 것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놀아준 분들께 글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운영진이야 맡은 일이니 그렇다치고, 나온님, 둥글이님, 콩자반님, 항상님, 도봉산님, 부부님, 삼두매님 등등....
그리고 과일과 기부금을 선뜻 내어주신 아산 로타리클럽의 여러 회원님들,
참석은 못했지만 기부를 해주신 회원님들에게도 존경의 인사를 보냅니다.
애육원 근처에 살구꽃이 필 때쯤 다시 찾아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애육원 옆에서 모가 자라는 풍경도 보고 싶습니다.
비가 온 뒤 아직 물러가지 않은 추위 때문에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강적은 바람이더군요....
본부를 만들어줄 타프는 아예 칠 생각도 못했습니다.
홀로 떨어져 무얼 하고 있을까 관심을 모으는 주나니아빠의 텐트.
가면 누군가는 자고 있더군요....^^
제다이님한테서 받은 스모커로 닭다리 요리를 처음 해봅니다.
절반의 성공, 그릴 가져갈 걸 하고 후회했습니다...^^
2단으로 이렇게 고기를 많이 넣은 것이 첫번째 불찰....
불길이 표면 쪽으로 올라와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의하지 못했네요....
으, 역시 배워야 산다....^^
연이 있는 풍경,
바람이 잘 불어 연날리기가 더 없이 좋은 날씨였네요....
봉사의 시간입니다.
샤이안님과 나온님이 밭에 널린 돌을 줍고 있군요....
아이들에게 무얼 시키려면 어른들이 솔선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자잘한 돌을 줍던 아이들이 커다란 돌을 발견하고 흥분합니다.
어디선가 삽을 공수한 아이들의 협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영차, 영차....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봉사는 이제 아이들에게 놀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토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주변을 돌아봅니다.
애육원 측에서 자전거를 선뜻 내주셔서 시골길 한바퀴 돌아보는 호사를 누려봅니다.
다시 더치오븐과 스모커를 확인하고 앞으로도 한참은 더 있어야 완성되겠기에 출발....
담이가 많이 크긴 했나 봅니다.
제법 높은 자전거를 보란듯이 한 손으로 타면서 자랑을 해댑니다.
운동 부족 실감... 잠깐 돌고 왔는데도 허벅지, 종아리 안 땡기는 곳이 없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동안 인디언 텐트 3형제가 예뻐서 한 컷 남겨 봅니다.
공간감, 쾌적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텐트입니다만,
참 이럴 때 보면 저도 욕심이란 게 없는 놈인가 봅니다.
욕심은 전혀 생기지 않고, 그저 있는 거 갖고 다니자, 이런 생각만 드니 말입니다.
이곳에 모내기를 하고, 파릇하게 키가 클 때쯤 다시 오면 산책의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겠습니다.
논둑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캠생캠사님이 협찬해주신 닭다리 튀김이 튀겨지고 있습니다.
거의 몇 사람이 돌아가면서 튀겼지요.
한 번에 최대 11개 밖에 들어가지 않는 슬픈 현실(?!) 앞에서
시간과의 싸움 밖에는 할 게 없었다는....^^ 그래서 준비하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과하지 않게 살짝 웃고,
그러면서도 장작을 자르고 패고, 하면서 강온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둥글이님...
"하나 가져 가도 돼요?"
그렇게 열심히 튀기시고 묻는 수줍은 물음이 저를 오히려 당혹스럽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날이 저물 쯤 본격적이 세팅을 합니다.
전지를 구하지 못해 신문지를 깔았지만, 모자란듯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흐뭇합니다.
운영진 막내 주나니아빠의 세심한 칼질....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세심함에 캠생캠사님이 당혹스러우신 모양입니다.....
잘 먹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 먹는 속도를 보면서 어떤 분은
"우리 이따가 뒷풀이 안주 하나도 없는 거 아냐?" 하고 걱정을 하실 정도로 정말 잘 먹어주었습니다.
대게님의 선물이 아이들에게 또 한번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캠핑 준비하랴, 서울에 등산 모임 가랴, 집에 제사 지내랴....
피곤한 일정을 치르면서도 타카님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더군요....
선한 마음을 가진 모범 캠퍼...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애육원 식구들의 호출을 받고 결국 노래방에 갔습니다.
비록 노래 한 마디 안 한다 해도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습니다.
가장 열광적인 무대는 이 아이들의 차지였습니다.
저는 가사도 모르는 이효리의 유고걸, 손담비의 미쳤어...
춤꾼 소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장내의 환호를 이끌어냈다는...^^
이름이 동호였나요? 21살의 청년....
집으로 돌아가기 전 유진이가 실험맨 복장을 한번 더 보여달라니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2박 3일 내내 아이들 친구가 되어 주느라 고생 많았다.....^^
새들이 어디론가 떠나듯 우리도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쉬움 같은 건 갖지 않기로 합니다.
그저 다음 번에도 그냥 와서 놀다가 가겠다고 말씀도 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봉사나 사랑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편견 없이 같이 놀 줄만 알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모닥불 속의 밑불과 윗불의 관계 같은 걸 테지요.
밑불이 없으면 윗불도 꺼지고 말듯이, 윗불이 없으면 밑불이 사그러들듯이.....
모두 떠나고 남은 안지기들이 낮술을 하시는군요....
힘써 일들 하셨으니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수고들 하셨어요...
마지막 일정....
아산 스파비스에 들러 사우나를 한 다음 장승이 늘어선 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헤어지는 발걸음이 꽤 아쉬웠지만,
다음 전국대회를 기약하며 손을 흔듭니다.
아산까지 내려와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산에서 담이네 드림.
첫댓글 횐님들의 고생하심이 이한편의 후기에 다 묻어나는군요...저두 다음을 기약하며...^^*
마쵸님 일당의 아름다운 캠핑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풋풋하 캠핑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시길...^^
땡벌님을 비롯해서 모든 운영진님들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특히 안지기님들이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많이 도와 주지 못해서 죄송하고요. 저희 안지기가 담이맘님께 꼭 전해 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공을 더 많이 쌓아서 오래 버틸수 있도록 하겠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안지기님 오래 버틸 수 있는 충분한 내공을 가졌다고 보는데요....ㅎㅎ
한참을 멍하게 있은 적도 있습니다. 내가 과연 남을 도울 상황인가!!! 내 새끼들 건사하기도 힘든 요즘 감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습관적으로 찾아간 자리 다른 분들의 노고에 이끌려 저 역시 손에 잡히는대로 하다보니 어느덧 행사는 종료되었더군요. 가슴 가득 남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던 이틀이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여서 좋습니다.... 지금 계획하는 서울 모지역 캠핑을 추진하는 것도 그렇고... 여하튼 캠프랜드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캠핑의 초석을 놓는 역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군요.... 많이 남지 않은 전국대회 잘 준비해봅시다...^^
같이하신분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후기네요 함께하는 자체가 봉사겠지요 그것을 무엇으로 표현 하겠습니까 함께하신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푸님 저도 한번 영남 지역 초대해주시지 않으시렵니까... 비인기인도 좀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사람 챙기는것이 업처럼 보이는 담이네님과 담맘을 보면서 저는 맨날 너무 놀러만 다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생하셨다고 하려고 했는데 고생을 가장한 행복으로 보여 그냥 보기 좋다고만 하렵니다.....ㅎㅎ
고생한 거 없는 행복이었네요... 전국을 아우르는 입담과 친화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ㅎㅎ
행동으로 모든걸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구요. 애 많이 쓰셨습니다. 담이의 건강한 모습도 오랜만이군요....^^
빨리 국수집 회동 잡으시라니까요... 종로 맛번개겸....ㅎㅎ
다들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초보라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저도 대접만 받고 온심정이라 부끄럽네요. 고수님들이라 다 척척하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저질체력에 좀오래 서있었더니 허리아프고 한것도 없는데 왜이리피곤한지. 일못하는사람이 티가 팍팍난다고. 즐거운 만남이었고요 맛있는 음식 준비하시고 진행하시 여러분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항상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기에 봉사할수 있는 마음이 생길수 있는것 같습니다. 다들 삶에 충실하시고 가정에도 충실하시고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세상을 저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대게님처럼 눈에 안보이게 마음 써주시는 분들 때문에 이런 모임이 빛이 나는 겁니다... 자리 같이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자주 뵈요...^^
뜻있는 캠핑하셨습니다. 모두 고생하셨네요 좋은자리에 함께 있지 못해 아쉽습니다. 또 기회가 오겠지요 늘 아무생각없이 가출만했는데... ㅎㅎㅎ
아무 생각 없는 가출이 최고지... 오늘 연락함세...^^
몸으로 마음으로 고생 많이 하셨구만....^0^
고생한 게 없는데 고생했다니까 쑥스럽네 그려.... 잘 놀다왔지 뭐....^^
똑깥은 글이지만 안쓸수가 없네요...고생하셨구요...감사합니다..^^*..
마음 써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죠?...^&^
담이네...티나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서도 모든 것을 조율해 나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처럼 보입니다...^^
담이 하나도 지휘 못하는 거 아시면서 그러네요....ㅋㅋ
21살의 동호(?)의 마음이 우리전체 캠퍼 마음이기를 솔직히 기원해봅니다......읽는이,느끼는이 다르듯이 후기보는 마음이 다 같을수야 없겠지만....일정이 어긋나 같이 못했지만,오늘은 고생한 캠퍼마음을 같이 느끼고 싶네요^^.....수고하셨습니다........영남방 같이 느끼고 싶으시면 후리나께 떠나시면 됩니다....단 그 담날은 힘듭니다,,,후다닥^^
영남 내려가면 반 죽는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보네...ㅎㅎ 그래도 함 내려가고 싶네....^^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자주 가자고요... 편한마음으로요~~
타카 아우가 애 많이 썼지... 편한 마음으로 가는 데 동의~~
준비하는 동안 애육원 아이들도 함께 할수 있는 모습을 보았으면 더좋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마지막 노래방에서 아이들 노는 모습보고 너무 즐거 웠습니다..너무 자주는 어려워도 분기에 1번정도는 기회를 가져보는것도 좋을것 같더군요..
기회를 자주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으로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계절 캠핑이 가능하시니 축하드리고요...^^
수고많으셨어요 영원히 기억에 남을 캠핑하셨네요 정말 파티분위기에요^^ 전국대회를 기약하겠습니다
넵, 전국대회 때 뵙죠... 이제 전국대회 준비를 해야 할 시기네요....^^
시원합니다. 생활이.. 캠핑의 모습이,.. 살아가는 방식이.. 베부는 분들껜..지켜보는 회원으로서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