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7.日. 맑음
일산행 고속도로.
내비게이션에 찍힌 대로라면 거리상으로 50여 분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는 일산소재 대비주大悲呪 수행도량을 금요일 오후에 막상 가려하면 1시간하고도 반이 훨씬 더 걸렸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을 했다. 주말에다 퇴근시간이 맞물려있으니 어느 길을 택한들 서울을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노정路程의 소요시간이 평소의 두 배쯤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금요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아내와 함께 집에서 출발을 하게 되면 일산에 저녁7시쯤에 도착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 안에서의 그 두 시간 여餘가 지루하거나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내와 이야기도 하고, 불교방송도 듣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랑 다른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도 좀 하게 되면 눈앞에 차가 밀려있는 지루한 현실을 대충 잊고 시간을 도로에 납작하게 깔아놓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일산에 도착을 해서 법당에 들어가 시계를 보게 되면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길바닥에 납작하게 깔아놓은 채 허비한 1시간을 만약 빨리 일산에 도착했더라면 법당에서 기도를 한 시간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출발시간을 당겨 금요일 오후5시가 조금 덜 된 오후4시45분에 출발을 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15분여의 차이지만 도로상황은 훨씬 좋아서 거의 정상속도로 달랄 수가 있었다. 일산에 도착을 하고보니 오후6시가 되려면 아직 15분이나 더 기다려야했다. 왠지 한가해 보이는 차창車窓 밖을 내다보면서 도착이 너무 일렀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산 동구청의 널찍한 주차장에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기름걸레로 차도 한 번 닦아주고, 구청건물을 빙 둘러가며 산책도 한 번 해주었다. 그래도 오후6시가 겨우 넘었을 뿐이었다. 차안에 앉아 음악을 켜놓고 잠시 앉아있었는데, 어느새 그대로 잠이 깜빡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반짝 떠보았더니 오후7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늦을 것도 바쁠 것도 없는 시간이라 정신을 차리고 법당을 향해 주차장을 나선 뒤 횡단보도를 건넜다. 법당에 들어가 앉아 시계를 보았더니 이러나저러나 저녁7시였다. 기도 시작인 7시30분까지의 30분 동안에는 참선參禪을 하자고 생각을 했다. 허리를 세우고, 턱을 당기고, 눈을 모으고, 숨을 고른 뒤 번잡한 생각들을 하나씩 누그러뜨려갔다.
기도가 시작되자 스님의 법문이 있고, 대비주 49염송이 있고, 관세음보살 정근이 있고, 화엄경 약찬게 합송이 있고, 신중기도가 있고, 축원이 있고, 영가시식이 있고, 반야심경 독송이 있었다. 저녁7시30분부터 시작을 해서 저녁10시40분이 되어 대비주 수행기도가 마무리 되었다. 밤11시경이 되자 그렇지 않아도 넓은 일산 동구청 주차장이 어둠 속에서 더욱 넓어 보였다. 주차되었던 차들은 거의 빠져나가고 띄엄띄엄 몇 대의 차만 웅크린 짐승처럼 새까만 어둠을 둘러쓰고 앉아 있었다. 오늘 기도 중에 염송念誦을 했던 대비주大悲呪를 입속으로 읊조리면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 참말眞言 속에 들어있는 어떤 기운氣運과 권능權能이 우리들의 마음을 평안平安하게 하고 진심으로 몰두沒頭하게 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해보았다. 생각 안의 말과 생각 밖의 말의 경계가 다소 혼란스러웠으나 우선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을 했다. 일산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은 거의 정상속도의 정상소요시간인 50분가량이 걸렸다. 집에 들어오면 거의 자정이 되었다. 일산행 고속도로는 대비주 기도만을 위해 시간으로 통하는 열린 길이었다.
(- 일산행 고속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