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강론 >(1.1.월.10:30)
1. 202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초에는 여러 계획을 세웁니다. 어떤 것이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될 수 있게 노력해서, 계획하신 목표를 다 이루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첫날 어떤 강론을 하면 좋을까 연구하다가, 오늘이 성모님 축일이기 때문에 엄마에 관한 내용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 친정엄마 >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그 책 내용 중의 몇 부분을 발췌해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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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전북 정읍을 떠나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이모집 근처에서 자취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생활비를 타러 내려가기도 했지만, 엄마가 반찬을 해서 나를 보러오곤 하셨다.
글도 잘 모르고, 서울 지리에 어두운 엄마는 기차표를 끊어 놓고, 내게 전화해서 서울역으로 마중 나와 달라고 부탁하셨다. 서울이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서울은 무섭지만 딸이 너무 보고 싶으니, 무서워도 할 수 없이 반찬을 해 들고 올라오시는 거다.
난쟁이를 겨우 면할 듯한 작고 작은 우리 엄마가, 허리디스크 때문에 허리가 굽어 더 작아진 우리 엄마가 고개가 삐뚤어지게 이고,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오시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얼마나 목이 메이던지. 내가 그 앞으로 다가가 ‘엄마’하고 부르니,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아이구 내 새끼’ 하신다.(중략)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엄마가 하도 우겨 서울역에서 만리동 집에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내가 든 짐이 너무 무겁고, 엄마의 짐도 얼마나 무거운지 자라목을 한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고르신다. 인정머리 없는 딸은 그 모습을 못 본 척하기도 하고, 신경질만 냈다. “대체 뭘 이렇게 갖고 온 거여. 무겁게.”
“암 것도 아녀. 꼭 그렇게 먹잘 것도 없는 것이 무겁기만 허드라.”
“김치나 좀 담어 오랬지, 누가 이렇게 바리바리 해 오래?”
“암 것도 안 했는디, 니 좋아허는 것 쪼깨씩 쪼깨씩 허다 본께 이렇게 보따리만 커졌네. 어서 가자. 가서 밥 히먹자.”
엄마는 힘들게 만들어 가져왔는데, 딸이 짐이 무겁다며 불퉁대니 미안해하시며, 당신이 힘든 것은 내색도 못하셨다.
집에 거의 다 와서 고갯길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엄마 머리에 인 보자기가 풀리면서,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굴러 내려갔다. 파인애플 통조림과 사과였다. 내가 어려서부터 과일을 좋아했고, 파인애플 통조림은 내가 아플 때마다 엄마가 사다 주던 별식이었다. 사과와 파인애플 통조림은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먹는 것들이다.
나는 서울역에서부터 참았던 목멤이 터지면서, 엉엉 울며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서울에도 널린 게 이런 거고, 서울서 사면 더 좋아. 왜 이걸 시골에서 사 갖고 옴서 고생이여?” “너 보자마자 좀 멕일라고, 너 이거 먹는 입 좀 볼라고. 서울에도 있는 것 다 알아야, 그리도 너 빨리 멕이고 싶어서.”
“내가 엄마 땜에 못 살아. 이런 거 안 먹어. 사 오지 마.”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보따리를 풀어보니 김치, 장조림, 홍어회, 멸치볶음, 콩조림, 굴비 등의 반찬과 감자, 파, 고추를 비롯한 흔하디 흔한 야채들. 내가 이런 건 서울에도 많다며 짜증을 내자, 엄마는 아무 소리도 안 하시고,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얼른얼른 가져온 것들을 냉장고 속에 집어넣으셨다.
내가 속상한 마음을 짜증으로 바꿔 퉁명스럽게 말하니, 엄마가 서운하셨던지 속내를 털어놓으셨다. “넌 모를 것이다. 엄마 맘을. 너도 나중에 새끼 낳아서 키워봐. 그때 엄마 생각 날 것인게. 너 서울로 올라간 후로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한 번도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 먹것데. 너 서울 올라간 후로 한 번도 과일 안 사 먹었어. 너랑 같이 먹을라고. 새끼란 그런 것이다.”
나도 다 안다. 엄마의 마음. 세상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엄마뿐이란다. 또 세상에 완벽한 내 편 또한 엄마뿐이고. 그러니 세상에 엄마처럼 좋은 게 또 있을까? 신이 인간을 만드시고 일일이 다 보살펴줄 수가 없으니,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살아볼수록, 나이가 들수록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엄마 마음 어느 정도 아는데. 말을 곱고 예쁘게 못하고, 맘에 없는 소리를 해서 엄마 맘을 상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친정엄마는 우리 집 김치와 밑반찬을 대신다. 옛날처럼 머리에 이고 오지 않고, 요즘엔 택배로 부치는데, 택배 받고 나면 속이 상해서 죽을 지경이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고, 엄마 솜씨가 워낙 좋아 계속 엄마에게 신세지는데, 택배를 받아 풀어보면 눈물이 철철 흐른다. 이 많은 반찬을 혼자 다 준비하시려면 얼마나 힘드셨을까. 상을 차려 가족과 먹을 때마다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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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에게 대한 고마움과 엄마의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2. 세상 모든 사람의 영원한 친정은 ‘천국’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원죄 때문에 닫혀버린 천국의 문을 열고, 그곳에 들어갈 수 있게 하려고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하느님은 그분이 태어날 수 있도록 성모님을 선택하셨고, 성모님을 통해 아기 예수님이 잉태되셨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친정엄마’는 성모님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은 남자에 대해 전혀 모르던 처녀였지만, 성령으로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셨습니다. 또 아들의 인류구원사업을 돕던 중에 아들이 십자가형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부활, 승천하신 후에도 사도들을 도와서 복음을 전하다가 승천하셨습니다. 이처럼 성모님은 일생 하느님의 뜻대로 사셨기 때문에 예수님의 어머니, 사도들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자녀들은 부모 모습을 보면서 자랍니다. 부모가 어떻게 말하고, 또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자녀들이 잘 자랄 수도 있고, 잘못 자랄 수도 있습니다.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고, 또 우리가 맡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