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Goodfellas)
최용현(수필가)
‘좋은 친구들’(Goodfellas)은 ‘기생충’(2019년)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밝힌 가장 존경하는 스승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터 느와르 영화중에서 원픽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199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이 후보에 올랐으나 ‘늑대와 춤을’(1991년)에 밀려 남우조연상만 수상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인 ‘Goodfellas’는 깡패나 폭력단원을 의미하는 good fella의 복수형으로, 마피아 조직원을 뜻하는 은어이다. fella는 fellow의 속어이다. 원작 논픽션의 제목인 ‘Wiseguy(약삭빠른 놈)’를 영화제목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Wise Guys’(1986년)라는 영화가 나와 있어서 ‘Goodfellas’를 제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좋은 친구들’(1990년)은 주인공인 헨리(레이 리오타 扮)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헨리는 어린 시절부터 갱스터가 되고 싶어서 학교까지 땡땡이치며 마피아 단원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해왔다. 그러다가 마피아의 중간 보스이며 해결사인 폴(폴 소르비노 扮)과 갱스터의 거물인 지미(로버트 드 니로 扮)의 눈에 띄게 된다.
어느 날, 지미가 건네준 장물을 팔다가 경찰에 잡힌 헨리가 끝까지 지미에 대해서 함구하는 것을 보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지미가 그를 조직원으로 발탁한다. 다시 혈기왕성한 토미가 조직에 합류하자, 지미와 헨리, 토미는 한 팀을 이루어 공항 화물을 훔치거나 화물 트럭을 강탈하여 큰돈을 벌어 레스토랑을 강제로 인수하는 등 세력을 확장해나간다.
청년이 된 헨리는 토미(조 페시 扮)의 소개로 만난 캐런(로레인 브라코 扮)과 사귀다가 결혼한다. 헨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열린 마피아 겜비노 패밀리의 배츠 출소 축하파티에서 배츠가 어린 시절 토미가 구두닦이 한 것을 들먹이며 모욕을 주자, 다혈질의 토미는 지미와 합세하여 배츠를 때려죽인다. 이들은 마피아 단원을 죽인 사실을 걱정하며 배츠를 암매장한다.
조직의 뒤를 봐주는 폴이 악성채무자의 빚을 받아오라고 하자, 지미와 헨리는 평소처럼 채무자를 무자비하게 구타하여 돈을 받아오는데 하필 그 채무자의 여동생이 FBI의 타이피스트였다. 그 일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지미와 헨리는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돈이 궁해진 캐런은 면회 와서 헨리를 닦달하고, 헨리는 교도소에서 마약 거래에 손을 댄다.
4년 후, 출소한 헨리와 지미는 토미와 함께 미국 역사상 최고의 강도사건으로 불리는 케네디공항 루프트한자 강도사건으로 무려 600만 달러의 현금을 손에 넣어 전성기를 구가한다. 처음부터 수익금을 나누어줄 생각이 없었던 지미는 이 사건을 추진하면서 끌어들인 하수인들을 모두 토미를 시켜서 차례차례 죽여 버린다.
한편, 토미는 마피아에서 정식 단원으로 받아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멋지게 차려입고 가는데, 가자마자 총에 맞아 죽는다. 전에 배츠를 죽인 데 대한 마피아의 보복이었다. 헨리는 폴과 지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내 캐런까지 동원하여 마약 거래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가 FBI가 헬기까지 동원하여 포위망을 좁혀오자 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폴은 헨리의 손에 3,200달러를 쥐어주며 ‘너와 나는 이것으로 끝이야.’ 하며 냉정하게 뿌리친다.
신중하면서도 담대한 지미는 마약에 중독된 헨리가 자신을 밀고할까봐 헨리 부부를 처치하기로 결심한다. 지미는 다른 일로 온 캐런에게 가는 길에 코너 건물에서 명품 옷들을 몇 가지 골라서 가져가라고 하는데, 지미의 언행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캐런은 가다가 도망친다. 이어 헨리를 불러낸 지미가 처음으로 사람 죽이는 일을 시키자, 헨리도 이 일이 남의 손을 빌려서 자기를 죽이려는 함정임을 눈치 챈다.
배신감을 느낀 헨리는 FBI에게 폴과 지미의 그간의 범죄행각을 모두 일러바치고 법정에서 증언까지 한다. 증인보호프로그램에 의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시골마을에 숨어사는 헨리가 ‘난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남은 인생을 숨어서 얼간이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독백과 함께 다음과 같은 엔딩 크레디트가 나오면서 영화가 끝난다.
“헨리는 1987년 시애틀에서 마약남용으로 체포되어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조용히 지내는 중이다. 1989년, 헨리와 캐런은 이혼하여 25년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폴은 1988년 73세에 교도소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였다.”
“지미는 살인죄로 최소 20년 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이며, 그가 78세가 되는 2004년까지는 가석방 신청을 할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복수와 배신, 마약을 다루는 장면들을 보면 그동안 보아왔던 갱스터 영화들이 얼마나 어설펐는지 알게 된다. 각 연대마다 당시에 유행했던 팝송들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실존인물 지미 버크는 1996년에 교도소에서 암으로 사망했고, 레이 리오타가 연기한 실존인물 헨리 힐은 2012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혈질의 토니를 연기하여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조 페시는 수상소감에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It's my privilege, thank you).’라는 두 마디만 하고 연단을 내려갔는데, 자신이 상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던 탓에 너무 당황해서 그랬다고 한다. 그는 후속 작 ‘나홀로 집에’(1991년)에서는 주인공 꼬마에게 농락당하는 멍청한 도둑으로 나온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갱스터 느와르 영화를 많이 연출했는데, 대부분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었다. ‘좋은 친구들’도 오프닝 크레디트에서 ‘이 영화는 실화에 기초한다.’는 자막이 나온다.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는 로버트 드 니로였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바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