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관령을 넘는다. 걸어서 넘는다.
옛날엔 아흔아홉 굽이를 돌고 돌아 넘어야만 했던 험난한 고개였다.
이 고개를 걸어서 넘던 사람들은 허리에다 곶감 열 줄을 차고 길을 나선다.
한 굽이 한 굽이를 돌 때마다 곶감 한 개씩을 빼 먹었다.
멀고도 험한 굽이 모두를 돌고 돌아 고개를 넘고 나니
곶감은 한 개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흔아홉 굽이라고 했더라는 이야기다.
강원도 횡성은 서울과 강릉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고속국도를 타고 쉽게 닿을 수 있지만 1970년대 초,
영동고속국도 개통 전에는 서울이나 강릉에서 4시간이나 걸렸던
먼 곳이었다.
20 1 8년 동계올림픽이 횡성에 인접한 평창에서 개최하게 되었으니
이제 이 지역은 우리에게 이웃 처럼 가까운 곳으로 다가서게 된 것이다.
바퀴 달린 교통수단이 전혀 없었던 조선시대,
강릉에서 한양까지는 도보로 보통 보름정도가 걸리는 거리인데
중간에 대관령은 반드시 넘어야만 했던 고개였다.
약 70여 년 전,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여로가 기록된 자료 하나를 읽다 보니
혼자 빙그레 웃게 되는 재미가 있고 한편으로는 격세지감을 절감하게 된다.
재경강릉시민회가 1997년에 발간한〈강릉사람들〉속에 나오는 기록이다.
‘고향을 생각하는 수상집’ 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회지에
건국대부속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신 박용근 선생이
‘고향 가는 길’이' 라는 소중한 글을 남기셨다.
1940년대 초 서울 유학 시절, 방학이 될 때면 수일 전에
서울역 소화물계로 가서 시골집에 다 짐을 탁송하고 전보를 친다.
방학 날 밤 11시, 경원선 만주 목단강(滿洲牧丹江)행 열차를 탔다.
열차의 제일 앞칸이 양양행으로, 안변역에서 동해북부선 원산~양양행으로
자동 연결이 된다.
기차는 통천, 장전을 통과하면서 새벽 일출이
외금강을 비추고 해금강을 통과한다.
아침 8시경 양양역에 도착, 오전 10시경 강릉행 버스를 탄다.
오후 5시경에야 강릉에 도착, 그러니 이틀간, 시간으로는 20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토록 머너 먼 길이었지만 언제나 이 길은 즐거웠기 때문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 강릉까지 3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장 빨랐던 길,
대관령을 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지름길, 터널을 통해서 강릉에 닿는다.
이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가는 길’은 초고속길이 되고 있다.
(2)
그렇지만, 오늘을 사는 우린 정말 빠르고 편리한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 주는 세상도 보게 된다.
슬로시티운동이다.
슬로우시티 운동은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4개 도시 시장들이 모여
진짜 사람이 사는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느림의 철학’임을
주장하면서 출범한 운동이다.
자연(nature)과 전통문화(culture)를 잘 보존하면서 경제살리기를 해야 한다는
이 운동은 세계 여러나라로 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전남 완도 청산, 하동 악양, 충남 예산 대흥 등
10여 곳이 슬로우시티로 인증되어 있다
첫댓글 제가 오랜전 다녀왔지요. 대금굴은 예약을 안하면 갈수없는곳이고 대금굴을 예약하면 환선굴은 무료로 입장을 할수 있고 모노레일 타고 들어 갈수 있는곳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