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ILLING MATCH 🔥 Wang Zhi Yi (CHN) vs Tomoka Miyazaki (JPN) | SF China Masters 2026 | Full Score
1. 필자가 미야자키에게 건네는 심심한 사과
필자는 그동안 본 까페에 미야자키가 씨니어 무대에 데뷔한 후 발전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이고, 지구력에도 심각한 약점이 있다는 논평을 여러 차례 써 왔다. 또한 글로 쓰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SNS에 사진이나 열심히 올리며 훈련에는 소홀한 '게으른 천재'일 것으로 내심 단정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그녀는 필자의 보는 눈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당당하게 실력으로 입증하였기에, 그동안의 오해와 편견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표하는 바이다. 아울러, 적어도 오늘과 어제 경기 모습만 놓고 볼 때 미야자키는 야마구치 아카네의 후계자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며, 지금 세계 랭킹 상위권에 있는 신예들 중 가장 전도유망한 선수라고 평하고 싶다.
2. 그 어떤 칭찬으로도 부족할 미야자키의 놀라웠던 경기력
왕즈이가 지난 세 경기에서 오버페이스를 했는지, 아니면 어떤 건강상의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최상의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었던 건 분명하다. 경기 시작부터 다리는 무거웠고, 스매시는 무뎠으며, 점수를 앞서는 순간에조차도 랠리의 주도권은 항상 미야자키에게 있었다. 그러나 이런 왕즈이라 해도 미야자키가 오늘 보여준 최상의 경기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패배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왕즈이의 형편없는 경기력에 대한 중국 팬들의 비난은 쏟아지겠지만, 오늘 마침내 완벽하게 각성한 듯 공격과 수비 모두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던 미야자키를 향해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은 찬사를 보낼 것이다.
필자가 오늘 가장 놀랐던 부분은 미야자키의 천재적인 경기 운영이었다. 긴 랠리 게임 속에서 공격 코스와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계속해서 한 수 앞을 내다보는 경기 운영으로 왕즈이를 압도했는데, 설령 코치진의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해도 지시를 완벽하게 이행했다는 건 미야자키의 '배드민턴 지능'이 매우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오늘 미야자키의 경기 운영은 안세영이 앞으로 왕즈이를 상대할 때도 참고가 되리라. 왕즈이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쉽게 요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종전에 많이 보이던 싸이드 라인을 벗어나는 공격 범실이 확 줄었고, 다양한 샷 기술이 모두 수준급으로 올라선 데다가 디쎕션도 좋아서 공격 코스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왕즈이의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파워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예리한 스매시를 중요한 순간마다 과감하게 구사하며 안세영에 버금가는 왕즈이의 초강력 수비를 뚫고 여러 차례 코트 구석을 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내일 안세영도 이 스매시 때문에 고생 좀 할 것이다.) 싸이드 라인을 벗어나거나 네트에 걸린 샷들도 오차가 크지 않았고, 앞으로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과 심리적 여유가 좀 더 생기면 영점 조정이 완벽해지면서 가공할 공격력을 보유하리라 본다.
수비도 놀라웠는데, 특히 양쪽 싸이드 라인을 노리는 왕즈이의 강력한 스매시에 대한 방어가 훌륭했고, 네트 앞을 노리는 드롭샷과 헤어핀에 대한 수비도 좋았다.(결국 이런 최상급 수비가 왕즈이를 당황시키고 패닉으로 인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해서 길어진 랠리 게임 속에서 왕즈이에게 끝까지 안 밀리며 지구력을 유지하는 모습도 대단했다.(즉, 미야자키가 이제 지구력에서는 안세영에게도 안 밀릴 거라는 뜻이다.)
왕즈이를 향한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1, 2게임 모두 후반에 왕즈이에게 리드를 허용하며 게임 포인트를 먼저 허용하고서도 그걸 극복해낸 집중력과 정신력도 칭찬받아 마땅하리라.
이렇듯 그동안 부족했던 모든 요소들을 갑자기 다 보완하고 완벽하게 각성한 모습을 보인 미야자키! 그러나 오늘 경기로 인해 이제 상위 랭커들에게 집중 분석 대상이 될 것이고, 그랬을 때 다시 그걸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오늘 같은 최상의 경기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그녀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던져지는 힘겨운 과제다.(그렇기에 안세영의 98%에 육박하는 승률은 참으로 경이적인 것이다. 그녀만큼 모든 선수들에게 분석당하고, 가장 많은 경기를 뛰느라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날이 많을 선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컨디션이 나쁜 날도 어떻게든 승리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안세영이 아직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역사상 모든 남녀 배드민턴 선수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려 마땅한 이유가 아닐까?)
🔥 VERY EFFORT 🔥 An Se Young (KOR) vs Akane Yamaguchi (JPN) | SF China Masters 2026 | Full Score
3. 언제나처럼 우아한 스텝으로 야마구치의 변칙 전술마저 가볍게 제압한 안세영
2주 전 세계선수권 결승전 직후 야마구치는 "지금까지 추구해 온 속도전으로는 안세영을 당할 수 없으니, 앞으로는 (왕즈이나 천위페이처럼) 긴 랠리 게임으로 가볼까 한다"라는 인터뷰를 남겼었고, 그녀는 오늘 경기를 통해 그 약속을 곧바로 이행했다. 그러나 풋워크가 더 빠르고, 지구력도 강한 데다가 신장까지 커서 코트 커버 범위가 야마구치를 월등히 능가하는 안세영을 상대로 랠리 게임을 시도하는 건 애초에 잘못된 계산이었고, 결과적으로 종전의 속도전을 했을 때보다 안세영에게 더 쉬운 승리만 안겨주는 꼴이 되었다.(안세영과 신장이 대등한 왕즈이나 천위페이에게는 안세영과 대결할 때 긴 랠리 게임이 적절한 전술이지만, 야마구치에게는 아니다. 야마구치는 되든 안 되든 자신의 장기인 빠른 풋워크와 순발력을 살릴 수 있는 속도전을 통해 계속 정답을 찾는 수밖에 없으리라.) 안세영은 야마구치의 전술 변화를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혹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랠리를 이어가며 야마구치의 범실을 유도하고, 또 때로는 강력한 스매시를 예리하게 코트 구석에 꽂아 넣으며 경기를 압도했다. 가끔씩 공격 범실이 없지는 않았지만 수비와 공격 모두 과연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씨즌 들어 최상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유지 중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양쪽 다리와 왼발 부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징후 없이, 풋워크에 불편한 기색이 전혀 안 보인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향해 순조로운 항해가 이어지고 있다.
4. 안세영에겐 있지만 왕즈이에겐 없는 능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게 될 결승전
기술적, 체력적으로는 왕즈이가 이제 안세영을 다 따라왔다고 보는 필자이지만(특히 수비력과 지구력에 있어서), 예술적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우아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한 풋워크와 노련하고 창의적인 경기 운영 능력만큼은 아마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 믿는다.(왕즈이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그 어떤 선수도 안세영의 강력하고 우아한 풋워크를 흉내조차 내지 못하리라.)
오늘 미야자키는 훌륭한 풋워크와 한 수 앞을 먼저 내다보는 똑똑한 경기 운영을 통해 왕즈이를 잡았지만, 내일 안세영과의 경기에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세계 배드민턴 팬들은 왜 왕즈이가 안세영을 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미야자키를 통한 간접 비교로 쉽게 알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