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교향시"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한 작가의 집념과 열정이, 비디오나 동영상이 아니면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는가를 일깨워주고있다. 단지 스틸
사진은 영화나 동영상에서처럼, 현재의 시간의 흐름이나 움직이는 모습을 연속해서 볼
수는 없으나, 시간의 흐름에 대한 경과나 결과를 정지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가능
하게 되었다.
장일미 작가의 "바다의 교향시"는 빛을 차단하는 고 강도의 ND필터를 사용하여 장시간
노출로 촬영한 사진이다. 태양의 궤적이나 일몰 후의 선박의 지나간 흔적이나, 별빛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을 필름위에 정지시킨 특수촬영에 의한 작품으로
그 분위기를 살렸다.
작가가 이러한 사진을 창작하게 된 배경에는, 워낙 복잡 다양해진 현대사진의 흐름이
웬만한 주제로는 그 개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점과, 사진의 실체가 빛으로 이루어지는
예술임을 감안할 때 빛에 대한 연구가 없이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노출 촬영에서 태양과 같은 강렬한 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촬영하는 데에는,
노출에 대한 결정이 그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데, 노출의 결정은 조리개의 설정과 셔터
타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태양과의 정면 촬영에서 장노출 타임은 현존하는
카메라로는 아무리 조리개를 줄인다 하더라도 F-64(대형 뷰-카메라의 경우가 이에 해
당됨) 이하의 조리개 값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수 시간의 장노출에서는 그 형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이러한 빛의 광량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고강도의 ND-Filter를 채택하게\
되지만, 기존의 보급용 필터로는 불과 주어진 광량을 두 단계에서 4단계까지의 감소는
보편화 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경우라면 특수 제작의 주문용 필터를 쓰지 않은 수 없
게 된다.
작가는 노출시간을 늘리기 위하여 태양의 일출을 촬영할 때는, ND1,000,000번 정도의
필터를 사용하여 기존 광량을 16단계나 줄이는 극단의 조치를 하였을 것이며, 파도의
흐름을 촬영할 때는, ND1,000 정도의 필터를 사용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극단
적인 실험과 연구결과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장일미 작가의 바다의 교향시"란 주제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