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우리말(토박이말)로 지어진 이름을 한자나 로마자가 아닌 우리글(한글)로 쓸 때 이를 '한글 이름'이라 한다. '조가비', '아람', '슬기' 등이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진 이름이라 해도 이를 한글 아닌 한자로 쓴다면 이는 한글 이름이 아니며, '은혜', '정성', '선녀' 등이 이름을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쓴다 해도 이는 한자식 낱말의 이름이므로 이것 역시 한글 이름이 아니다. 다시 말해 '한글 이름' 이란, '우리 고유의 순수 토박이말로 지어 한글로 쓰는 이름'을 뜻한다.
이러한 이름은 '고운 이름', '우리말 이름', '토박이말 이름' 등으로도 부르고 있으나,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역시 '한글 이름' 이다.
이러한 한글 이름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뜻있는 분들에 의해서 지어져 왔다.
호적상에 나타난 것을 토대로 최근 조사된 것에 의하면 8·15 해방 직후의 출생자 이름에 한글로 올려진 것이 처음 나타난다. 올려진 이름은 '참도', 성별은 '남', 생년월일은 1946년 3월 4일, 그 부(父)의 이름은 최병문(崔秉文)이었다. 그러나, '참도'는 우리글로는 올라가 있지만, 그 이름 글자 중 '참' 만이 '진실' 이라는 뜻의 우리말이고, '도'는 집안 돌림자인 '도'(濤) 는 한글로 표기한 것이어서 이것을 최초의 한글 이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부 수립 전해인 1947년, '뛰어난 새', '날으는 새'의 뜻을 갖춘 '난새'라는 이름이 그 아버지 금수현(작곡가)님에 의해 호적에 올려졌다. 지금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금난새님의 호적을 살펴보면 생년월일은 1947년 9월 25일이고 성은 김(金)으로 되어 있다. 현재까지 조사된 것으로는 이 이름이 최초의 한글 이름이 된다.
그 후로 한글 이름은 문자의 한글화, '우리 것 찾기' 와 같은 새 흐름을 타고 많은 이들(특히 젊은 층)의 호응 속에 양적으로 크게 불어 지금은 전국에 50 만이라는 엄청난 수에 이르렀다.
옛날의 토박이 이름들
우리 고유의 토박이말로 지어진 이름이 해방 이전에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의 노인층에서 흔히 보이는 이름 '아지' ('새끼' '작은 것' 의 뜻), '막내' ('끝 자식'의 뜻), '노마' ('남자 아이'의 뜻. 놈+아>놈아>노마), '돌쇠' ('돌같이 단단한 아이' 의 뜻), '간난' (갓태어난>갓난>간난) 등도 토박이말로 이루어진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 이름들은 이름을 한자로 올려야 하는 우리 나라 호적 표기 원칙에 묶여 한글로 올려지질 못했다.
한글 이름이 아닌 토박이말 이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다. 삼국 시대의 '박혁거세' (朴赫居世 : '밝은 누리'의 뜻), '거칠부' (居漆夫 : '용감한 우두머리' 의 뜻), '이사부' (異斯夫 : '이은 우두머리' 의 뜻), '주몽' (朱蒙 : 당시의 고구려 말로 '활을 잘 쏘는 사람' 의 뜻), '아사달' (阿斯達 : '아침의 딸' 의 뜻) 같은 이름들도 모두가 당시의 순수 우리말이었다.
왕호나 존호의 '마립간' (麻立干 : '머리' 또는 '으뜸' 의 뜻), '거서간' (居西干), '이사금' (尼師今 : '임금' 의 뜻), '차차웅' (次次雄 : '무당' 의 뜻으로 당시에는 '제사장' 으로도 통했던 말), '막리지' (幕離支 : '머리치' 의 한자식 표음으로 '으뜸 되는 이' 의 뜻)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이름들은 어쩔 수 없이 '한자' 라는 남의 옷을 입고 음(音)마저 변형된 채 아깝게도 그 원래의 좋은 뜻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 이름의 예와 오늘
'한글 이름' 이라는 개념 안에서만 볼 때 불과 40년이라는 짧은 역사지만, 한글 이름은 그 '모양' 에 있어서 초창기(1940∼1950년대) 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시내', '여울', '하늘', '버들' 등과 같은 단순히 낱말 중심이었던 한글 이름은 이제 '속'을 다지고 '폭'을 더하여 진짜 '우리다운' 이름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 이름을 짓고자 하는 사람 중에는 아직도 낱말 위주의 이름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한글 이름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지금 흔히 쓰지 않는 말 중에서 좋은 뜻을 갖춘 것을 찾아 이름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흔히 쓰이고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낱말들을 그대로 취하는 것은 이름을 '짓는다' 는 관점에서 볼 때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이 되지 않는다.
'이름을 삼는다' 는 말과 '이름을 짓는다' 는 말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부터 우리는 이름을 정할 때 '이름을 짓는다' (作名)고 했지 '이름을 취한다' (取名)고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이름을 정하는 데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만들거나 적당히 취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옛 분들의 이러한 전통을 우리는 보다 더 큰 힘으로 계승·발전시켜 이름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워야 할 것이다.
어떻게 짓는가
한자식 이름을 지을 때는 '글자'를 고르지만, 한글 이름을 지을 때는 '낱말'을 고른다.
낱말을 고르는 일은 글자를 고르는 일보다 몇 배 어렵다. 낱말은 그 수에 있어서 글자(한자)에 비해 훨씬 적은데다가 이름으로 될 만한 감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거기다가 순수한 우리말이 별로 많지 않으니 더욱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생각되는 것이 어떤 낱말을 골라 그것을 어떻게 잘 요리해서 좋은 음식(이름)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문제이다. 낱말 그 자체를 그대로 이름으로 삼는다면 요리(작명) 기술이 필요 없지만, 낱말을 가지고 '이름'이라는 작품을 만들자면 아무래도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말에 대한 상식이나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면 다음의 간단한 유의점을 고려하여 누구나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① 뜻이 좋은 낱말을 골라라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낱말은 이름에 있어서 재료이다. 좋은 옷을 만들려면 좋은 옷감이 필요하듯 좋은 이름을 만들려면 좋은 낱말이 필요하다.
한글 이름의 재료는 순수 우리말로 국한된다. 한자식 용어나 서구식 외래어 등은 아무리 그 뜻이 좋다 해도 한글 이름의 재료로 쓸 수 없다.
낱말을 고를 때는 이름씨(명사)뿐만 아니라 움직씨(동사), 그림씨(형용사), 어찌씨(부사), 느낌씨(감탄사), 셈씨(수사), 매김씨(관형사), 토씨(조사) 등 어느 것에서라도 좋은데, 이것은 국어 사전을 이용할 수도 있고,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 속에서 마음에 드는 낱말을 찾아볼 수도 있다. 참고
낱말 그대로도 이름을 삼을 수 있지만, 낱말을 잘 다듬으면 더욱 좋은 이름이 된다. 이름짓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이 '낱말 다듬기'이다. 그러나, 낱말 다듬기도 그 요령을 알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낱말 다듬기 중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이 '이름소리로 적기'(연철 표기)인데, 예를 들면, '봄이'(봄+이 : '봄에 태어난 아이'의 뜻으로 지음)를 '보미'로, '놈아'(놈+아 : '놈'은 '사내'의 뜻이고, '아'는 '아이'의 뜻)를 '노마'로, '뜰안'을 '뜨란'으로 하는 식이다.
'가지 붙이기'도 낱말 다듬기의 한 방법이다.
'가지 붙이기'란 앞가지(접두사)나 뒷가지(접미사)를 줄기에 붙여, 그 줄기의 뜻을 보완내지 첨가해서 이름으로 만드는 식이다. 이 때, 앞가지로는 '한', '새', '다'('모두'm이 뜻), '참' 등이 많이 쓰이고, 뒷가지로는 '이', '야', '치', '나' 같은 것이 잘 쓰인다.
참고
가지를 붙인 이름들의 예
[앞가지]
● 새-새봄, 새아름, 새누리, 새여울, 새보람.
● 한-한샘, 한가람, 한모리, 한뜨루('뜨루'는 '들'이라는 뜻의 강원도 사투리), 한마을, 한열음.
어미(語尾) 활용도 낱말 다듬기에 해당되는데, 움직씨나 그림씨의 낱말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끝을 다듬는 방법이다. 즉, 용언(用言)의 기본형을 부사형, 관형형, 명사형, 명령형, 미래형, 감탄형, 청유형 등으로 바꾸거나 접사를 붙이는 등 낱말을 이름스럽게 다듬는 식인데, 이 방법은 어느 정도의 국어 지식을 요하기도 한다.
참고
어미를 활용하여 이름으로 만든 예
● 곱다 : 고와, 고이, 고운, 고울, 곱지, 고우네, 고와라, 곱이.
● 정답다 : 정다와, 정다운, 정다올(정다울).
● 주다 : 주리, 주나, 주리라, 주라, 주시네.
● 다하다 : 다한, 다하니, 다함, 다해, 다하라.
● 이루다 : 이룸, 이루리, 이루네.
● 새롭다 : 새롬, 새로워, 새로이, 새로미.
● 착하다 : 착한, 착해, 착히.
● 나다(生) : 나리, 남, 나라, 나나.
● 영글다 : 영글, 영근, 영글라.
● 빛나다 : 빛나, 빛나리, 빛나니, 빛남, 빛나리.
● 다지다 : 다짐, 다진, 다지라.
● 힘차다 : 힘찬, 힘차라, 힘참, 힘차니.
● 열다 (開結, ) : 열림, 열라, 여릴니, 열리라, 열음.
● 굳세다 : 굳센, 굳셈, 굳세라.
● 낫다 : 나아, 나은, 나슬('나을'의 사투리).
● 어질다 : 어질이, 어진, 어짐.
한글 이름에서 다듬어 짓기의 가장 새로운 방법은 '줄여 만들기'이다. '슬기롭고 아름답게'를 줄여 '슬아'로 하는 식인데, 이런 식은 낱말보다 소리(음절)에 그 중심을 맞추기 때문에 원하는 음을 고를 수 있어 좋은 음향의 이름을 만들 수가 있다.
참고
이름에 있어서 이러 짓는다는 말을 오누이의 이름을 돌림말이나 돌림자를 넣어서 둘 이상의 이름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치 한자 이름에서 항렬자를 붙이듯이 어떤 일정한 글자나 낱말을 정해 그것에 맞추어 짓거나, 여러 이름을 나란히 이어 문장식으로 만들기도 하는, 일종의 '틀'을 정해 짓는 식인데, 한글 이름에서의 이 방법은 앞으로도 훨씬 다양하게 개발되고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이름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지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엔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고 미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지어 놓은 이름이 나중에 맞지 않을 때는 그 이름을 쓰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어짓기에 의해 나온 이름은 계열성이 있어 보이고, 이어 지은 둘 이상의 이름이 서로 뜻을 보완해 주므로 훨씬 돋보이는 장점이 있다.
무릇 모든 이름이 다 그렇거니와 한글 이름에 있어서도 우선 뜻이 좋아야 하고 부르기도 좋아야 한다.
그런데, 뜻이 좋고 발음이 쉬운 이름이라 해도 어둡게 들리거나 충충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름은 잘 지어진 이름이라고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언어 생활 중에 '어감'이란 말을 더러 쓰는데, 이름에 있어서도 이 '어감'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몫을 갖는다. 다시 말해서 음향성이 좋지 않는 이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떤 어감의 이름을 찾느냐는 문제는 그 이름의 당사자가 우선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자인 경우는 좀 무게가 있는 쪽의 것을, 여자인 경우는 좀 가벼운 느낌의 것을 대개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건 어둡고 굼띤 느낌의 것보다는 밝고 활기찬 느낌의 것을 찾게 마련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밝고 활기찬 느낌의 이름인가?
우리말에서 밝음과 어둠, 가벼움과 무거움의 정도는 그 이름의 소리 뭉치가 어떤 낱말들로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닿소리 중에서는 어떤 것을 택했고, 홀소리 중에서는 양성 홀소리와 음성 홀소리 중 어떤 것을 택했느냐는 문제이다.
그런데, 소리의 명암과 경중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닿소리보다 홀소리 쪽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올망졸망-울멍줄멍
오똑오똑-우뚝우뚝
아른아른-어른어른
아롱다롱-어룽더룽
동동-둥둥
졸졸-줄줄
돌돌-둘둘
살랑살랑-설렁설렁
발발-벌벌
발가스름하다-벌거스름하다
환하다-훤하다
반듯하다-번듯하다
(※ 앞의 것은 양성 홀소리로 이루어진 말이고, 뒤의 것은 음성 홀소리로 이루어진 말이다.)
위 보기에서와 같이, 양성 홀소리가 들어간 말은 음성 홀소리가 들어간 말에 비하여 밝고 가벼우며 귀여운 느낌이 난다. 따라서, 아기 이름에서 많이 쓰이는 낱말들의 대부분은 양성 홀소리의 것이다. 특히 여자 이름인 경우네는 음성 홀소리가 들어간 이름은 별로 쓰질 않는다.
닿소리에 따라서도 음향적 느낌은 달라진다. 특히 거센소리(격음), 된소리(경음)가 들어간 말은 그 어감 자체가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 못해 이름으로 별로 쓰이질 않는다.
그러나, 남자인 경우에는 힘차거나 강한 맛을 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이름을 선택 하는 수도 있다.
고유성을 살리려면 남이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낱말 중심의 이름을 벗어나 그것을 잘 다듬어 지으면 '나만의 것' 또는 그에 가까운 이름을 가질 수가 있다.
한자식 이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한글 이름에서 흔한 이름이 더러 보이는 것은 이름을 '짓지' 안고 '삼은'데에서 그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남이 지은 이름을 그대로 따라 붙이기도 하지만, 국어 사전에 나오는 낱말들 둥 이름으로 삼을 만한 것을 그대로 골라 내자니, 자연히 같은 이름들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몇 해 전에 설문지를 통해 조사한 것에 따르면 한글 이름 중 흔한 것 20째까지의 이름 모두가 한 낱말 중심의 이름이었다. 특히, 이름씨의 낱말 그대로를 이용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보람' '아람' '우람' 처럼 '람'을 끝음으로 하는 일도 흔했고, '나래' '나라' '나루' 처럼 '나'를 첫음으로 하는 이름도 많았다. '슬기' '이슬' '보슬' 처럼 '슬'이 들어간 이름, '아름' '보름' 처럼 '름'이 들어간 이름, '하나' '하늘' 처럼 '하'가 들어간 이름들도 꽤 많이 보였다.
한글 이름을 지을 때 흔한 이름을 원하지 않는다면 주위에 어떤 이름이 많은가를 우선 알아서 그러한 이름을 피하고, 사용빈도가 높은 낱말의 것은 그 낱말 그대로를 이름으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⑥ 조금 길어도 좋다.
이름이라고 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두 소리마디(음절)로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한글 이름에선 소리마디 수의 제약을 받게 되면 많은 이름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것은 우리말의 낱말들(특히, 이름으로 삼을 만한 낱말)이 '하늘' '바다' '슬기'처럼 거의가 두 소리마디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이름인 '박차고나온노미새미나'처럼 아주 길게 지을 것까진 없고, 다만 뜻의 제약을 그리 크게 받지 않고 부르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정도의 세 소리마디, 네 소리마디 정도의 이름은 한두 소리마디의 짧은 이름보다 우선 흔하지 않아 색다른 맛도 있고 신선한 맛도 있어 장려할 만한 것이다.
다. 긴 이름 : 차고나온노미새미나, 강산에꽃님아씨, 어진가라뫼, 가까스로어든노미, 하얀언더기
⑦성씨에 잘 맞춰 지어라
이름은 성(姓)과 짝을 잘 맞추어야 한다. 짝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성과 이름을 합해서 부를 때 발음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뜻에 있어서도 성과 이름이 상호 보완적이어야 함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성씨 중에는 그것을 이름과 맞출 경우 성이 이름의 뜻을 엉뚱하게 이끌거나 발음 면에 방해를 주는 것도 많아 이름짓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안'씨의 '안 착한', '안 하리'처럼 이름 앞에서 뜻을 정반대로 이끄는 성이 있는가하면, '지'씨의 '지 방울'(쥐방울), '천'씨의 '천 한님'(천한 사람), '문'씨의 '문 어질'(무너질), '설'씨의 '설 영근'(덜 익은)처럼 뜻을 잘못 이끌거나 약화시키는 것도 있다.
그러나, 성씨에 잘 맞춰 지으면, 성이 도리어 이름을 잘 꾸며 주거나 뜻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그래서, 이름을 짓기 전에는 반드시 그 이름 당사자의 성씨를 깊이 의식할 필요가 있다.
<참고>성씨와 잘 맞추어 지은 이름
갈 무리, 감 열매, 강 모래, 고 은님, 공 둥글, 구 슬, 권 한길, 금 잔디, 길 따라, 김 반지(금반지), 나 너랑, 남 보다, 노다지, 단 비내리, 당 찬이, 도라지, 동동동, 마 을에, 모 두해, 문 열림, 민 들레, 박 넝쿨, 반 하리, 방 실나라, 배 꽃잎, 봉 우리, 부 지런, 빙 그레, 서 리라, 선 꿈이, 설 아침, 소 나무, 손 구슬, 송 이송이, 신 나리라, 심 지, 안 뜰에봄, 양 달샘, 어 진이, 엄지, 예 도라, 오 솔사이, 옥 찬돌, 온 누리, 우 스미, 원 추리, 유 리나, 육 지나, 윤 나리, 은 방울, 이 슬빛나, 인지라, 임 고운, 장 한아이, 전 나무, 정 겨와, 제 비나, 조 약돌, 종 달새, 좌 뜨다(좌뜨다='생각이 남보다 뛰어나다'의 옛말), 주 리라, 지 내리, 진 달래, 차 돌샘, 포 도알, 표 차로이, 피 어나, 하 얀새, 한 그루, 함 초롬, 허 우대, 현 불('현'은 '켠'의 옛말), 혜 난님('혜난'은 '생각하는'의 옛말), 호 도알, 홍 두루미, 황 새나래, 황 보리
<참고>성-이름이 잘못 어우른 이름
갈 나라('가르다'의 명령형 '갈라라'가 됨), 감 정든('감정이 든' 뜻이 됨), 강 도라('강도'가 연상됨), 고 리라('고릴라'와 발음이 비슷), 김 새내('김 샌다'는 뜻으로 들림), 나 가리('나간다'는 뜻으로 들림), 노 리라('놀겠다'는 뜻의 '놀리라'와 발음이 비슷), 당 해라('남한테 당하라'는 뜻으로도 들림), 도 라라('돌아라'와 발음이 같음), 마 주리('맞으리'와 발음이 비슷한데, '매를 ?겠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음), 맹 무리('맹물이'와 발음이 비슷), 모 자란(즉 '부족한'의 뜻으로 들림), 목 아지('모가지'와 발음이 같음), 문 어진('무너진'과 발음이 같음), 민 하라('민하다'=좀 미련스럽다), 박 우리('박으리'의 뜻으로 들림), 반 차니('반찬이'와 발음이 같음. 반찬=밥을 곁들여 먹는 여러 가지 음식의 통칭), 방 해나('방해를 놓는다'는 뜻으로 들림), 배 차라('배를 차라'는 뜻으로 들림), 백곱이('배꼽이'와 발음이 같음), 변 하니('변하니' 즉 '전과 달라지니'의 뜻으로 되어 버림), 봉 해라('봉하다'의 명사형. 봉하다=열지 못하게 단단히 붙이다), 서 주리('서 주겠다'는 뜻으로 들림), 선 보리('선을 보겠다'는 뜻으로 들림), 설 지니('설치니'와 발음이 비슷, 설치다=행동을 거칠게 하면서 날뛰다), 소 나래('손아래'와 발음이 같음), 송 아지(송아지), 신무리('신물이'와 발음이 같음. 신물=먹은 음식물이 체하여 토할 때 나오는 시척지근한 물), 심 해라('심하다'=정도에 지나치다), 안하리('안 하겠다'는 뜻으로 들림), 양 미리('양미리'=양미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 어 기둥('어기뚱'과 발음이 비슷, 어기뚱거리다=키가 큰 사람이 연해 거들먹거리며 걷다), 엄 사래('엄살해'와 발음이 비슷, 엄살=괴롭거나 아픈 것을 거짓 꾸미거나 과정해서 나타내는 태도), 어 두름('여드름'과 발음이 비슷), 오 기찬('오기가 가득찬'의 뜻이 연상됨), 우 시내('우시네', 즉 '운다'는 뜻으로 들림), 육 해라('욕해라'와 발음이 비슷), 이 바래('이발해'와 발음이 비슷), 장 가가('장가를 간다'는 뜻이 되어 놀림이 염려됨), 전 나라('젖 나라'와 발음이 같아 놀림이 염려됨), 정 아리('정어리'와 발음이 비슷), 조 개다('쪼개다'로 놀림 받을 가능성), 주 기내('긴내'는 '장천(長川)'의 뜻으로 지었지만, 여기서는 '죽은 내'의 뜻으로 들림), 지 리라('지겠다'는 뜻으로 들림, 지다=상대방을 이기지 못하다), 진 주리('진저리'와 발음이 비슷), 차 보라('차보라'는 뜻이 됨, 차다=발로 내어 지르다), 채 리라('채다'=발로 참을 당하다. 갑자기 탁 치듯 잡아당기다), 천해라('천하다'=생긴 모양이나 언행이 품행이 낮다), 추 하니('추하다'=몹시 더럽고 지저분하다), 탁 한('탁하다'=액체나 공기가 흐리다), 태 우리('태우겠다'는 뜻으로 들림), 표 나리('표가 나겠다'는 뜻으로 들림), 한 스란('한스러운'과 발음이 비슷), 황 아리('항아리'처럼 들림).
<참고>성이 발음면에서 이름에 혼동을 주는 경우
●자음 동화에 의한 혼동
구 나래→궁 나래, 반 가람→방 가람, 박 누리→방 누리, 북 나라→봉 나라, 선 그루→성 그루, 손 기찬→송 기찬, 신 믿음→심 믿음, 연 무리→염 무리, 옥 마을→옹 마을, 온 겨레→옹 겨레, 인 보람→임 보람, 전 고루→정 고루, 한 마음→함 마음, 현 꽃내, 형 꽃내.
●연음 법칙에 의한 혼동
갈 이랑→가 리랑, 감 애기→가 매기, 국 아리→구 가리, 길 오름→기 로름, 김 아람→기 마람, 남 우리→나 무리, 목 이랑→모 기랑, 백 아름→배 가름, 선 어진→서 너진, 손 오름→소 노름, 신 아래→시 나래, 심 아침→시 마침, 엄 오리→어 모리, 연 오심→여 노심, 옥 이루→오 기루, 온 은나→오 는나, 육 애리→유 개리, 윤 우리→유 누리, 인 오라→이 노라, 임 이랑→이 미랑, 진 은결→지 는결, 한 우람→라 누람, 함 알차→하 말차.
이상의 참고 자료에서 보았듯이, 이름을 지을 때 성씨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칫 놀림감 이름이 되거나 발음면에서 다른 성씨와의 구분을 어렵게 만드는 수가 있으므로 이를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글 이름의 시대로
한글 이름은 우선 그 뜻이 잘 드러나고 그 이름 자체가 순 우리말로 되어서 우리 배달 겨레의 얼을 잇는 사람들에게 정감이 간다.
한자식 이름에 비해 한글 이름은 좀 가볍고 놀림감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자식 이름 시대에서나 통했던 얘기고, 한글 이름이 보편화 단계로 들어서는 즈음이나 미래에는 염려될 것이 조금도 없다.
아기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 주는 집이 해마다 크게 늘어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한자식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한글 이름으로 개명코자 법적 수속을 밟는 이도 많은 것으로 보아, 이제 이 땅에 있어서 한글 이름은 '우리 것'으로 발을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