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재료는 몰리브덴, 세라믹, 텅스텐 필라멘트의 원료를 구입해
직접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이 몰리브덴
은 70%, 세라믹과 텅스텐 필라멘트는 30%에 달한다. 2010년 2,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3,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수출도 활발하다.
전자레인지용 마그네트론 부품 국산화에 성공
한국전자재료의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텅그스텐공
업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전구 필라멘트를 생산하던 중소기업
이었다. 김소웅 대표이사 회장(72세)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1995년.
그 이전부터 몇 개의 기업을 경영하던 김 회장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
자 회사를 모두 처분하고 외국으로 나갔다. 다행히 성공적인 수술로 건
강을 회복한 그는 새로운 회사, 한국전자재료를 인수해 경영 일선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 회장은 회사 인수 초기부터 필라멘트 사업만으로는 장래성이 없다
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김 회장의 예견대로
현재 필라멘트 사업은 부가가치가 거의 없어진 데다 중국 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필라멘트 사업 대신 일본 도시바와 합작회사라는 강점을 살려 새롭게
주력한 것이 바로 ‘세라믹 메탈라이징’이라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을 활
용해 전자레인지용 마그네트론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
도 우리나라에 이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최병덕 대
표이사 사장은 “간단하게 말하면 세라믹에 몰리브덴 페이스트를 접합
시켜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라면서 “국내의 대기업들도 전량 수
성공스토리
최병덕 한국전자재료 대표이사
마그네트론에서 자동차·
휴대전화 재료까지 확장
산업용 재료를 공급하는 재료 산업이 발전해야 경제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세라믹, 텅스텐 등을 이용해 각종 부품을 생산, 공급하는 전문 기업
인 한국전자재료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병덕 대표이사(63세)는 “전자레인
지에 사용되는 마그네트론 생산에 이어 자동차, 휴대전화 관련 부품 등 새
로운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ditor 이영주 기자 yrlee1109@naver.com photographer 송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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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던 시절에 자체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전자재료는 전자레인지용 마그네트론 부품을 생산하는 경
쟁 기업이 생겨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몰리브덴, 세라믹, 텅스텐 등 3가지 재료를 모두 취급한다는 점
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 현재 이 회사는 전자레인지용 마그네트
론 부품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 실적이 늘어난 것도 바로 마그네트론 부품을 생산한 덕분
이다. 전 세계에서 전자레인지용 마그네트론 부품을 쓰는 기업
은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위톨, 갈란츠 등 7개 기업이 전
부이며, 한국전자재료는 이들 7개 기업 모두와 거래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국내 대기업들도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전자레인
지를 생산하고 있다. 마그네트론 부품 생산이 자연스럽게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기초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휴대전화로 외연 확장
최병덕 대표가 김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이 넘는다. 충
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상고를 졸업한 그는 중소기업 한두 곳
을 거쳐 삼광유리 계열사인 미광 총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겼
다. 워낙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
었다. 김 회장이 한국전자재료를 인수할 때 이사로 자리를 옮
긴 그는 상무를 거쳐 2009년 3월 전무 시절부터 사실상 경영
을 총괄해왔다.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바로 품질
관리였다. 초기에 일본 기술을 도입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향상
시켰지만 불량률이 높아 고객의 불만이 만만치 않을 때였다.
“경영을 맡으면서 임직원에게 한 얘기가 있어요. 전 직원이 품
질관리에 최대한 집중해준다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은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동공단에서 가장 좋은 회사, 인
천에서 가장 좋은 회사로 만들자고 약속했지요.”
약속대로 전 직원이 똘똘 뭉쳐 품질관리에 나서자 품질은 자연
스레 좋아졌고 매출 역시 따라서 올라갔다. 문제는 마그네트론
부품 시장의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TV나 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전자레인지는 소비자들이 한번 구매하
면 고장이 날 때까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 세계 마그
네트론 부품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전자재료의 관련 매
출이 30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작다.
최 대표는 마그네트론 부품 외에 새로운 먹을거리 개발에 적
극 나섰다. 그렇게 공들여 찾아낸 분야가 바로 자동차, 휴대전
화 관련 부품이다.
“마그네트론 부품 생산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
꼈습니다. 2009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동력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인 ‘EV 릴레이(Relay)’를 개발한 것도 그래서였어요.”
EV 릴레이는 세라믹과 이종 금속재료의 브레이징 접합 제품으
로 충북 진천에 전용 라인을 설치하는 등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현재 LG산전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납품 중이다.
또 스마트폰 진동자에 적용되는 부품인 ‘모터 텅스텐 웨이트
(Moter Tungsten Weight)’도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
다. 이 역시 텅스텐과 이종 금속재료의 브레이징 접합 제품으로
회사의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모터 텅스텐 웨이트를 생산하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 부품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삼성전자 측의 의뢰를 받고 확인
해 보니 텅스텐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당시 텅
스텐을 수입해 오던 중국에서 쿼터제로 바꾸는 바람에 수급에
비상이 걸렸어요. 도무지 텅스텐을 구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최 대표가 직접 중국으로 날아갔
다. 텅스텐 업체 담당자들과 얘기를 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
어나갔다. 결국 중국 내 법인이 아닌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텅
스텐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국전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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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는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진동자 부품의 절반 정도를 납
품하고 있다.
새로운 먹을거리인 EV 릴레이와 스마트폰 진동자 부품의 매
출 비중은 각각 15% 정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마그네
트론 부품 비중은 70%로 줄어들었다. 먹을거리 다각화에 어
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또 다른 걱정거리
가 생겼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이 난 적 없는데 올해는 상황이 심각
해졌습니다. 원자재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아 고민입니다. 임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게, 중국 업체에게 이기려면 품질은 기본이고 원가 절감도 한계
가 있는 만큼 제품을 더 많이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합니
다. 하지만 생산성을 한없이 높일 수도 없지요.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새로운 먹을거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2010년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 세라믹 관련 연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라믹 분야가 엄청나게 넓은 만큼 이 분야
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 결실 가운데 하나가 광산용이나 지하 탐사용으로 주로 쓰이
는 초경합금팁이다. 샘플 제품을 미국 바이어에게 보낸 결과 품
질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텅스텐이나 카바이드 등을 혼
합해서 만든 초경합금은 고온에서도 경도가 잘 유지되며 내마
모성이 뛰어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최 대표는 “독일 보쉬에서 주로 생산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야
하는 분야”라면서 “미국 쪽에서 일단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하
반기부터는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정리해고 대신 성과급 지급
한국전자재료는 IMF 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영세 업체들에게 어음을 받았다 부도가 나면 더 손해라는 생각
에서 어음 거래를 없앴다. 매출이 약간 줄기는 했지만 그만큼
회사의 안정성이 높아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발상의 전환은 같은 시기에 직원을 정리해고 하는 대신 성과급
을 1인당 200만 원씩 일괄적으로 지급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
다. 다음해부터 ‘경상이익이 매출의 10%를 넘어가면 성과급을
준다’는 기준을 만들었지만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니) 오히려 회사가 안정이 되더라고요.
시설 투자를 한창 할 때여서 자금이 상당히 부족할 때였는데 말
이죠.” 지난 몇 년간 최고의 호황을 누린 한국전자재료는 최근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관련 시장 침체에
도 불구하고 2년 전에 매입한 3,000평(약 9,917㎡) 규모의 부
지에 신사옥을 건립 중이다. 내년 가을에 완공할 계획으로, 총
14층짜리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꼭대기 층에 식당, 휴게실, 체육시설 등 직원을 위한 복지시설
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직원이 편해야 회사가 잘된다
는 걸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지요.” 최 대표는 “앞으로도 회사
이름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부품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그네트론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벗어나
자동차, 휴대전화 부품 등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전자
재료의 새로운 비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