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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추천여행지 스크랩 제천 장에서 박달고개 너머..
주나 추천 0 조회 196 10.10.11 10:2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추석 연휴 엄청난 폭우로 버섯이 이제서야 제 모양새를 갖추고 출하되기 시작했다. 추석이 빠르기도 했지만, 추석전후로 가격 역시 많이 내려와 얼추 일년중 한번쯤은 맛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송이 하면 양양송이를 으뜸으로 친다하지만, 우리나라 산고개 험하기로 제천일대 역시 빠지지 않는 곳이다. 그런 만큼 소나무숲이 울창하고 좋아 송이뿐 아니라 능이, 싸리, 밤, 가지, 영지, 표고등 거의 모든 종류의 버섯이 풍성하게 나오는 곳이 제천중앙시장이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그 험한 박달재 넘지 않아도 빠르게 가닿을 수 있는 곳이 제천이다. 지금은 제천한방엑스포가 열리고 있다하여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입장료가 과하다하여 부러 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제천의 오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언제나 이맘때면 버섯이 제철이고, 그만큼 금방 산에서 캐온 버섯들이 즐비하게 시장통에 깔려 있다.

 

 

 

 

작고 이쁜 송이가 한바구니 가득 올려져 다른 채소와 섞여서 팔리는 모양새도 친근한 느낌을 풍긴다. 하지만 값은 10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조망조망한 모양새에 아직 피어나지 않은 잎사귀부분이  송이애호가들이 아끼는 품격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그 크기가 두배정도 되면 일등품이 되고, 가격은 1kg에 40만을 넘어서고 이쯤되면 진열장을 갖춘 곳에서 근사한 포장을 입고 그림의 떡으로 바뀌어 버린다. 적당히 실갱이를 해서 만원이라도 깍든지 송이 하나라도 더 얻어서 사든지해서 일년중 한번 냄새라도 맡아본다면 그리 불행한 일은 아니다.

 

 

능이버섯 역시 크고 우람한 기개를 뽐내면서 많이 나와 있었다. 버섯중에 으뜸이 바로 능이라고 하는데,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만큼 능이버섯은 향이 강하고, 그 미감 역시 소고기 못지 않게 쫄깃거리며, 데친후 남은 국물은 보약중 보약이라고 한다. 다행이 능이가 많이 나와 송이의 반값이면 살 수 있다. 능이는 부서지지 않고 어느 정도 마른 것이 좋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정확한 무게를 재서 사는 것이 좋다. 송이에 비해 무게 다는 곳이 적을 뿐 아니라 가격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싸리, 밤, 가지버섯등도 금방 따온 것들이 많았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풍미와 향이 좋아 지금 먹기엔 아주 좋다. 제철과일처럼 버섯도 지금 제철을 맞아 어느 것을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한주먹씩 담다 보면 여비가 금새 떨어지는데, 겨우내 냉동해서 두고 두고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리 아까운 돈은 아니다.

 

 

묵말랭이..무말랭이가 아니라 묵을 잘라서 말린 것이다. 한되에 5천원씩인데, 마르기 전의 묵을 생각해보면 엄청 싸다고 할 수 밖에.. 과자처럼 씹다보면 뒷맛이 고소하고 씁쓸한게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살짝 데쳐서 무쳐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우리 음식의 다양성에 놀라게 되는데, 거의 모든 걸 말리고 데쳐서 무쳐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제천중앙시장은 거니는 폭도 넓고 사람도 아주 북적이지 않아 장 보기엔 아주 좋다. 내륙 깊숙한 장이라 그런지 해산물이 조금 부실하고 나물과 약초, 버섯등은 아주 풍성하다. 장날은 3일 8일장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이 주섬주섬 팔고 있는 고추, 호박, 오이, 복숭아등은 이제 철을 지나 끝무렵에 와 있다. 그만큼 가격도 싸고 양도 많다. 특히 고추는 빨간 고추를 따고 고추를 뽑기 전에 난 작은 풋고추들이 가득했는데, 랩을 씌워 내놓기엔 상품성이 떨어져 망으로 갖다놓고 골라가져가는 작은 고추들이다. 올핸 유난히 약이 많이 올라 고추가 매운데, 그렇지 않은 순한 놈들을 골라서 한가득 담아 장아찌나 고추찜을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잘 익은 황도복숭아도 제천 부근 장호원에서 많이 재배되어 마지막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껍질을 살살 발라내서 약간 무른 복숭아를 한입베어 먹으면 단 물이 입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특유의 복숭아 향이 퍼져나온다. 햇밤, 깻잎등 가을날 잔치를 하고, 제사를 모시는 거의 모든 식재료들이 시장통에 나와 있다. 이른 추석은 추석 후에라야 비로소 풍성한 맛이 나는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은 국도를 따라 박달재고개를 넘어보았다. 울고 넘는 박달재 고개를 구불구불 돌아오르니, 과연 울고 넘었을 법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험난한 길 때문에 울고 넘은 건 아니었고, 박달도령의 금봉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한의 눈물을 뿌렸다는 전설이 있어 그렇다고 한다. 고갯마루 위에서 보니 저 멀리 구비구비 산고개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금봉이가 한양으로 간 박달도령을 그리워하여 매일 오르내리다 실신한 지경이 되었고, 박달 도령 역시 금봉이를 못잊어 과거급제도 못한채 돌아와보니 금봉이의 유령을 보고 쫓다 그만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첩첩산중 남녀의 못이룬 정한이 이토록 잘 대비되는 곳이 또 있을까. 험난한 산새만큼 그 사랑또한 깊어 박달도령의 한을 풀어주고자 재미난 조각상들이 서구의 과장된 포르노 보다 진하게 만들어져 놓여있다.

 

 

 

 

 

 

 

 

 

 

 

 

 

 

 

 

 

 

 

 

 

 

 

 

성기가 돌출된 모습이 남자 뿐 아니라 여자의 조각상에도 아주 거칠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해학이라고 하나보다. 그악스러운 남자의 표정과 몸짓, 여자의 해탈한 듯한 뻔뻔함이 동시에 놓여 있다. 님을 그리워 수절하며 기다린다는 우리나라의 전설들과는 다소 다른 과감하고 용기 백배한 형상의 기개가 보기에 나쁘지 않다. 우리 선조들의 화끈한 방탕함이 서구식 노골성과는 그 품새가 많이 다르며, 내공 역시 한 수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작고한 반야월선생의 '울고넘는 박달재'의 가사를 보니 절창중 절창이다. 그중 '도토리 묵을 짜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 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도라지 꽃이 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금봉아 불러보나 산울림만 외롭구나...' 아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구도로가 되어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박달재.

 

제천중앙시장에서 이것 저것 장을 보고, 박달재 들러 해학어린 박달도령 조각들 구경하고, 울고 넘는 박달재가 수록된 CD를 휴게소에서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내내 듣는 것도 호사 중 호사라 족함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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