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홍 안드레아 신부 전수홍 안드레아 신부는 1991년 광주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2월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99년 로마 그레고리오대학교 역사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가톨릭신학대학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부산교구 오륜대 순교자 성지 담당사제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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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간-회개의 삶
서울에 사는 50대 중반인 레지나 자매님의 일상생활은 툭하면 한숨이요 짜증이었습니다. 퇴직한 후 집에서만 소일하는 남편을 보노라면 속에서 불덩이 같은 것이 치밀어 올라와 견딜 수 없고,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밤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봐도 울화통이 터져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러던 중 주보에서 ‘건강한 분노 표현’이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어 가톨릭 심리상담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 후 까맣게 타들어 갔던 레지나 씨의 얼굴빛이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윤기가 흐르고, 돌처럼 굳어져 있던 표정이 환한 목련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레지나 씨의 화사함 뒤에는 용기 있는 고백이 있었습니다. “제가 남편과 아들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었어요. ‘그동안 내가 잘나서 이만큼이라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당신과 네(아들)가 나를 데리고 살아줬구나. 정말 고맙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렇게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났더니 가슴에 있던 돌덩이가 쑥 내려갔다고 합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레지나 자매님은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우리가 죽었다 살아났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온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누구에게 탓을 돌리거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뉘우치는 ‘회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태도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러한 변화와 체험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닫혀 있는 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없고 하느님의 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께 내어 드려야 할 겸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