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원 서
존경하는 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나라의 안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는 님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80만 예비역 해병의 일원으로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이 글은 탄원서라기보다는 우리 예비역 해병은 물론 현역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아주 뜻있고, 아름다운 제안(提案)이라고 확신하면서 이글을 님께 올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구 해병대 사령부 ‘본관 건물’에 대한 활용방안입니다. 이글을 올리는 본인은 600만 해병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위 적시한 건물의 효용성에 대하여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1949년 진해에서 창설된 우리 해병대는 태어나서 만 한 살이 되던 해 한국전쟁을 맞아 제주도에 주둔했던 해병대 사령부는 전투부대와 함께 부산에서 인천으로, 서울, 고성, 원산 진해로 이동을 하면서 ‘귀신 잡는 해병’‘무적해병’ 상승해병으로서 전사(戰史)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공(戰功)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1951년 부산 용두산 공원으로 이동하여 주둔하였으나 거쳐온 모든 사령부 건물은 임시입주 건물로 사령부 건물하나 없는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1955년 2월 04일 마침내 해병대의 독자적 사령부 건물의 기공을 보게 됩니다. 동년 3월26일에는 해병대 사령부가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을 하게 되었으니 이른바 해병대 후암동 시대의 개막입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후암동 사령부 건물은 해병의 요람이며, ‘귀신 잡는 해병’의 고향이기도 한, 해병의 지휘본부 건물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부대 지휘본부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상승해병’은 더욱 그 용맹을 세계에 떨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2만7천의 현역 뿐 아니라 ‘한번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80만 해병의 마음의 안식처이며, 그 가족 친지들의 친밀한 친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600만 해병 가족의 성지라고 믿고 있기에 먼 훗날 이 건물이 사라진다고 해도 후암동은 영원한 해병의 상징으로 그리고 ‘그리움’으로 가슴속에 뜨거운 피와 함께 살아있을 곳이기도 합니다. 해병으로서는 이 잊을 수 없는 건물‘구 해병대 사령부 본부 건물’을 문화재(유형부분)로 지정해서 이 나라와 해병대와 함께 영원히 보존될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탄원하며 아울러 제안하고자 합니다.
“한국해병대는 명령만 받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어떠한 조건과 어떠한 기후 속에서도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이 말은 1964년 6월, 청룡부대가 파월되기 전 당시 그린(Wallace M. Green) 미 해병대 사령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우리 해병대 제6대 공정식 사령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말입니다. 해병은 그렇게 싸웠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신화를 남긴 해병’은 그렇게 탄생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님
진실로 이 건물은 70년 해병의 역사와 운명을 함께한 이 나라 근대사의 살아있는 역사며, 우리 한국군의 전사(戰史)에 빠질 수 없는 생생한 고난 그리고 승리의 현장입니다. 이 건물이 반드시 앞으로 조성될 용산 공원에 자리하여 유지, 관리되고 보존되어야 할 또 하나의 타당함은 용산은 우리 역사 속에 외국군대들의 주둔지로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풍운의 땅이기도 했습니다. 그 땅에 해병의 힘찬 기운이 꿈틀대고 있고, 저 동작의 언덕에 잠든 선배 해병들의 넋이 우리의 수도 서울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그림자도 미칠 수 없는 수호신의 역할을 해 내리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님
1973년 10월10일 우리 해병대는 이 나라와 이 국민들에게 무슨 씻지 못할 죄를 졌는지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되는 비운을 겪습니다. 머리에 잔설을 이고 이마에 계급장 대신 깊게 패인 주름을 훈장처럼 여기던 노 해병들은 통곡하고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지만, 1987년 11월1일 해병은 불사조처럼 부활하였고, 1994년에 경기도 화성으로 건축 이전하여 전략기동부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중 수도 서울을 탈환하고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했던 우리 해병대는 자신의 심장보다 더 사랑하는 수도 서울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어졌습니다. 구 해병대 사령부 건물은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되면서, 방위사업청이 관리해 왔으나 2017년 1월25일 과천청사로 이전한 이 후 2년 반 동안 비어진 채 관리가 되지 않아 구천을 떠도는 이름 모를 해병들의 유령의 집처럼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문제는 현 소유주인 국방부에 동의를 얻어 서울시에 신청을 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바라건대 이 건물이 아름답게 유지 관리되어 600만 해병가족의 성지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해병의 요람으로서, 피 끓는 해병의 심장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2019년 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