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예술 혼을 만나다, 청주 운보의 집 알아보기

[주시완]

운보의 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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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외곽 내수읍 형동리에 자리잡은 '운보의 집'은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운보 김기창(1913~2001)의 예술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김기창 화백이 기거하며 작업했던 공간과 미술관은 물론 그와 그의 아내 우향 박래현이 함께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적한 자연 속에 잠든 예술가의 자취를 찾아 '운보의 집'으로 히든 트립을 떠났습니다.

운보의 집 입구에 있는 운보의 말씀 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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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서 차로 20분 정도, 도심을 벗어나 길을 달리다보면 '운보의 집'을 만납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6000원입니다. 입구에 서 있는 운보의 말씀이란 비석 앞에 발길을 멈췄어요. 김기창 화백은 1만원 구 화폐의 세종대왕을 그린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적 병을 앓아 청력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평생 화가로 활동하며 바보산수, 청록산수 등 새로운 지평을 연 분이에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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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만나는 운치 있는 한옥은 김기창 화백이 생전에 기거하며 작업하던 공간입니다. 김기창 화백은 아내 우향 박래현과 1976년 사별하고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청주로 내려와 이 집을 짓고 여생을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고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기창 화백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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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의 집'이란 현판이 걸린 대문을 지나면 행랑채가 나오고 다시 대문을 지나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드라마에서 볼 법한 아름다운 정원이에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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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화백이 직접 가꾸기도 했다는 넓은 정원에는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과 정자, 잘 가꾼 정원수, 작품 같은 분재, 돌담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빼어난 조경 때문에 정원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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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심이 되는 안채는 규모와 분위기가 남다릅니다. 전통 한옥 양식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정원과 어우러지니 더욱 멋스러웠고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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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제빵왕 김탁구', 영화 '내부자들'을 촬영했고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인기도 많은 곳이에요. 저는 '미스터션샤인'에서 봤던 이 한옥이 선명하게 기억 나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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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내부도 직접 돌아볼 수 있어요. 마루 왼쪽 방은 김기창 화백이 생활했던 안방이에요. 김기창 화백의 사진과 함께 보니 방의 소품 하나하나 범상치 않게 보이더라고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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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방은 김기창 화백의 작업실입니다. 채광 좋은 방에서 고독하게 예술 혼을 펼쳤을 화백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붓과 안료, 의자와 책상 말고도 그의 취향이 느껴지는 소품과 가구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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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볼 수 없는 화가의 작업실을 지나 지하에 있는 '예수의 생애 특별관'으로 갑니다. 김기창 화백의 작품 중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 '운보의 집'에서 놓치면 안 되는 곳이랍니다.

예술의 생애 특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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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발발하고 1952년 아내의 고향 군산으로 피란을 떠난 김기창 화백이 예수의 생애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빗대 그린 작품인데요. 예수와 등장인물이 한복을 입은 한국인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배경도 우리나라라는 게 굉장히 색다르답니다. 총 30점의 연작 시리즈가 있어요.

예수의 생애 특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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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중 '최후의 만찬'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장면인데 예수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을 예수의 제자들의 모습이 낯설지만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원화가 아니라 판화이지만 한 자리에서 연작을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운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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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지나서 '운보미술관'으로 갑니다. 운보미술관은 김기창 화백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개인 미술관이에요. 김기창 화백의 동상이 미술관 앞에서 방문객을 반깁니다.

운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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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타계할 때까지 예술 혼을 불태웠던 김기창 화백의 초상을 시작으로 대표 작품과 그의 생애, 그림에 사용한 인장, 기록물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운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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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화백의 가장 유명한(?) 1만원 권에 사용된 세종대왕 영정도 볼 수 있어요. 김기창 화백은 세종대왕 외에도 표준 영정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해요. 

운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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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화백은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화의 현대 미술의 기법을 시도해 바보산수, 청록산수라는 고유의 작품 세계를 확립했습니다. 운보미술관에는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운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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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화백은 삽화, 종군 스케치 등의 작업도 했는데 운보미술관 지하에서 진행 중인 드로잉 작품전에서 이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90여 점에 달하는 드로잉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색다릅니다.

운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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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미술관 안쪽에는 김기창 화백의 아내 우향 박래현의 작품을 모은 '우향관'도 있습니다. 박래현 역시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지만 김기창의 아내,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는데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박래현 탁생 100주년을 기념해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이 열리면서 큰 화제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각 장애를 지닌 유명 화가의 아내이자 4남매의 엄마, 여성으로서 고단하게 살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 세계를 정립하고 한국화에서 판화, 태피스트리까지 영역을 확장한 예술가였습니다. 오는 5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박래현, 삼중통역자' 순회전이 열리고 있어서 '운보의 집'과 함께 찾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수석·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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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나오면 오른쪽 언덕에 있는 조각공원, 수석공원 산책을 즐겨보세요. 탁 트인 야외 정원에 다양한 조각품과 수석이 놓여져 있는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랍니다.

수석·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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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걷는 길, 새소리가 귀를 채웁니다. 수석공원과 조각공원 옆에 사슴공원도 있는데 우연히 연못에 나온 사슴 한 마리를 만나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운보·우향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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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공원과 수석공원 사이에는 운보와 우향의 묘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김기창 화백과 아내 박래현이 나란히 함께 잠들어 있는 곳이랍니다. 평생 삶과 예술의 여정을 함께한 부부가 함께 잠든 언덕을 향하는 길은 한적해서 사색하며 걷기 좋고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예술가의 흔적을 만나는 시간, 자연 속에서 예술 혼을 느끼는 시간은 특별하고 의미 있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리는 박래현전과 함께 예술 여행을 떠나기에도 좋은 타이밍. '운보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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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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