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북역전마라톤에 참가하며
늦은 가을 어느 날, 한적하기만 했던 시골 국도변엔 갑자기 활기가 돈다.
어디선가 몰려온 차량들이 늘어서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도로바닥엔 청테이프가 붙여진다. 그리고 잠시 뒤 심판들의 다급한 호출소리에 불려나온 앳된 얼굴의 학생선수가 앞서 달려온 주자의 어깨띠를 넘겨받아 끝없이 뻗은 가로수길 속으로 질주해 멀어진다.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달려온 앞 구간의 선수는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할 힘조차 없는 듯 길바닥으로 쓰러지고, 이를 본 코치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부축하며 타월을 둘러준다.
이어서 몇 차례 주자교체가 이루어지는 동안 이곳은 사람들의 환호와 응원의 열기로 용광로처럼 달아오른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여기는 그저 갈 길 바쁜 차량들만 씽씽 지나치는 외진도로였을 뿐이고, 얼마 뒤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고요한 일상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바로 역전마라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14개의 시군에서 각기 자신의 고장을 대표해 나온 선수들이 이틀간 전주에서 군산, 남원에서 전주에 이르는 14개 소구간을 이어달리며 레이스를 펼치는 이 대회는 단거리의 박진감과 장거리의 변수, 그리고 단체전의 묘미가 함께 한다.
2002년 처음으로 이 대회에 참가할 당시 ‘역전’이 무엇을 뜻하는지 사전을 뒤적여 보기도 했었고 도대체 어떻게 실시간으로 구간기록을 합산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역전’은 승부를 뒤집는다는 게 아니고 ‘역’에서 ‘역’으로 전달한다는 의미, 즉 구간을 나눠 이어달리는 경주를 뜻함)
그러던 것이 벌써 열 번째가 되었으니...
엘리트육상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시작되었던 이 대회에서 나 같은 일반인이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십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조카뻘 선수들과 달리던 것이 어느덧 아들들과 달리고 있다.
초기엔 학생엘리트선수나 실업팀선수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엔 환갑나이의 노장에서 초등학생, 국가대표급에서 동우인, 그리고 직장인이나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그 층이 아주 다양해졌다.
엘리트 선수층이 빈약해지면서 생겨난 현상일수도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지역의 대표선수로 직접 참여하며 함께 하는 것이 시군대항전의 의미를 살리기엔 더 어울릴 듯하다.
할아버지와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손주가 한 구간에서 경쟁하며 뛰는 모양새이지만 그 모두가 자신의 고장을 대표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고 또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실력자들이니까.
11월 24일과 25일 전북의 어느 도로위에선 대회깃발 휘날리는 관계차량들 앞뒤로 열네명의 선수들이 어깨띠를 걸고 질주하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발걸음마다 내뱉는 새하얀 입김 속에도, 달리는 내내 그를 독려하는 코치의 고함소리에서도, 길거리에서 열띠게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도 이 대회의 열기는 뿜어져 나오고, 초단위로 시각을 다투는 촉박함과 간만에 만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의 따스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역전마라톤으로 함께 하는 1박2일은 참으로 가슴 벅찬 축제가 될 것이다.
이순 나이의 선배들이 지금껏 달리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오래도록 이 대회의 주인공 중 한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을 대표하여 달릴 수 있는 이것보다도 더 영광스러운 일이 있겠는가!
강기상(김제대표)
전북일보에 실린 기사의 원본인데..ㅎㅎ
첫날 5번째 소구간에 배정이 되었다.
익산에서 군산으로 가는 옛날길 중에 '광산초등학교'에서 서해안고속도로 아래를 지나고 대아 시가지를 관통해 '정수리'에 이르는 8.5Km구간으로 지난2004년과 2005년에 뛰어본 적이 있는 코스.
당시 기록을 들춰보니 각각 30:37, 32:08를 기록했고 순위는 11위로 동일.
2004년의 경우엔 Km당 속도로 환산해보면 3'34"대에 이르니까 상당히 빨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가 가장 전성기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보니...쩝!
이번대회에서는 역시나 순위는 지난 두차례와 똑같은 11위, 기록은 32:21로 지난 2005년의 기록과 비슷.
완주팀의 한성봉과 임실군의 박진수선수와 막판까지 치열하게 3파전을 벌여 박선수는 따라잡았지만 끝내 한선수는 놓치고 말았다.
(두 선수는 각각 32:08, 32:25)
둘쨋날은 6소구 '관촌사선대주유소'에서 슬치재를 넘어 '남관초등학교'에 이르는 5.9km로 당초엔 '관촌 오원교'에서 출발하는 7.2km였는데 작년부터 조정된 구간.
여기서도 어제의 그 두사람과 마주친다.
이번에도 순위는 11위, 기록은 19:19 (3'16"/Km)로 내리막코스 답게 상당히 잘 나왔지만 두사람 모두에게 뒤쳐지고 말았다.
6위에서 12위까지 일곱명의 기록차가 불과 49초 밖에 나지 않으니 얼마나 열띤 경합이었는지 반증이 된다.
지난 훈련기간동안 레이스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을 절감했다.
혼자서 훈련을 하다보니 역시나 한계가...
김제팀의 종합성적은 12위로 역시나 허전(?)하다.
작년보다 기록에선 4'31"나 당겨졌지만 순위는 두 계단이나 떨어진 것.
이번 대회 내내 느꼈던 것이지만 여느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중하위권에서도 만만한 선수가 하나도 없다.
예전 같으면 약한 소구에선 얼토당토않게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곤 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빼꼼이가 되어놔서 어림도 없으니...
심지어는 만년 꼴찌를 다투는 부안이나 무주 조차도 예전처럼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고 붙을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다가 살짝 밀리는 판이니 여차하면 그냥 꼴찌도 할 수 있는 상황.
이번 대회가 그간 느슨해진 마음을 다그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열번을 채웠으니 이제는 스므번째까지 연속으로 뛸 수 있기를 바라며~화이팅!!
첫댓글 멀리서 보면 다들 대단합니다. 3분 30초대에 달리다니...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