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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을 가까이 만난 세 사람을 각각 ‘깊이’ 대화 나눈 적 있다.
셋 중 둘은 세상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상은 북한 최고의
‘요인’에 속한다.
세 사람은 모두 북한 3대 세습을 반대하고 북한 정권 붕괴를 바랐던 것으로 이 쪽에서는 돼 있다.
셋 중 하나는 탈북했고, 또 하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다 전쟁 때 북으로 갔다가
2006년 탈북했고, 나머지 하나는 남쪽 사람이다.
세 사람과의 깊은 대화는 내게 ‘김일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더욱 굳어진 생각은 ‘김일성은 악마’라는 것이다.
북에서 내려온 인물이란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비서, 김일성대학 총장,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무엇보다 주체사상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사상가다. 간명하게 H라고 부르기로 하자.
H는 몇 줄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거물이다. H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라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철학은 저질화된 플라톤주의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김일성에 대한 그의 생각만 언급하려고 한다. 대외적으로 김일성에 대한 그의
입장은 ‘공산주의 지도자 중 하나이나 가계 우상화 및 세습 및 피의 숙청의 실책을 범한 통치자’
정도였다.
김일성에 대한 그의 마음은 다른 것이 있었다.
"김정일이 저거는 엄마 닮은 거야. 평일이하고 경진이는 성격들이 좋았지."
H가 생각하는 김일성은 ‘악마’와는 먼 거리에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북한 서해 갑문 건설 책임을 맡았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북한 무기를
심사하는 최고위 중책이었으며 한때 이란 등지에서 북한 무기 파는 일을 한 이준익 박사다.
L이라고 하자.
L은 서해 갑문 건설 제안을 위해 김일성을 만나 한번은 약정된 30분을 넘어 2시간 가까이
브리핑하고 문답을 나누며 길게 대화했다고 했다.
"김일성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만났어도 중요한 건 안 물은 김정일’과 역시 비교했다.
마지막 한 사람은 간첩과 접선하여 북으로 갔다가 내려온 남한 주사파 대부로 알려진 강철
김영환이다. 치과의사 출신 김영환 지사와 많이들 헛갈려하여 꼬박꼬박 별명인 강철을 붙인다.
여기서는 K라고 하자.
K는 김일성은 만나고 김정일은 못 만났다고 했다.
"우리 김정일 동지가 잠수정 타고 무사히 오나 해서 밤새 못 잤다고 하더라"
한 마디 들었을 뿐 북에 머무는 동안 대면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은 주체사상을 버리는
전향을 한 것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 반대를 위해 입장 ‘전환’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노총 등의 주사파는 강철 김영환의 김일성파가
입장을 바꾼 사이 김정일파가 장악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강철 김영환의 입장 전환 후
김정일이 주사파를 직접 관리하며 새로운 넘버원에게 준 명칭이 자신의 별칭인 ‘광명성’이었다.
넘버원도 발각되어 감옥에 간 뒤 넘버3쯤 되는 이석기가 지하 주사파 세계를 주무르다 현재
말아먹고 있는 중이다. 민노총 등 노조 핵심과 이재명 뒤에 도사린 재건 민혁당 세력은 엄밀하게
말하면 김정일파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어찌 됐든 북한 대남 공작의 세계에서 주사파는 누구든
사소한 자들이라고 나는 본다.)
세 사람의 김일성 접견자들과 대화 중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김일성에 대한 마음을
읽었다. "김일성과의 만남은 영광, 감격, 소중한 추억"이었다는 것이다.
K는 주사파 중에 김일성을 만난 유일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주사파 중에 접견자 K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은 전혀 없다. 한 때 김일성을 숭배했던
악마 김일성을 제대로 인식할 사람이 적고 더구나 도저히 비교조차 불가능한 신탁받은 이승만의
존재를 이해할 사람도 없다.
심지어 많은 탈북자들이 "아버지 수령님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아"의 입장이 결코 소수가
아니었다. 심지어 김정일 사망 소식도 기쁘지 않았고 마음이 이상했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았다.
단 한 번이라도 김일성에게 마음을 뺏긴 자는 방사능에 피습된 것보다 심각하게 다치는 것 같다!
축복받은 나라 대한민국은 ‘이승만’이 악마 김일성과 싸우며 이루어낸 나라이고 ‘박정희, 전두환’이
악마 김일성을 마침내 이겨 제 모습을 갖춘 나라임을 이해하는 주사파란 없다.
대한민국에 아직 못 들어온 버려진 존재들과, 아직도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이
있는 ‘신생 대한민국’은 여전히 악마 김일성과 그의 아들 딸 손자 손녀와 싸우고 있는 중.
참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내 나라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 옛 나라 조선이나 일제시대를 계속 사는 사람,
요즘은 김씨 조선 사람도 너무 많이 만나는 것이 슬프다. 교육조차 온통 조선인 배출이다.
김일성을 만난 추억을 가진 H L K 에게 "김일성 악마입니다. 당신들은 악마와 손을 잡았었죠."
라고 말해 주려 애를 썼었다.
H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먹기도 하는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 문화인이었다.
나는 L과의 마지막 만남에 김영모제과점을 일부러 찾아 과자 한 세트를 샀다.
병석에 누운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김구 김규식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사랑받으며 자랐고
서양문물에 익숙하여 이런 양과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K는 밥을 아주 천천히 먹는 사람이다. 말도 천천히 한다. 신중하고 온유한 사람으로 보였다.
H L K 이들은 과연 화를 내본 적이 있을라나?
세 사람이 모두 지능이 천재급이었고 성품이 온후하고 바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왜 악마를 인식 못했을까? 김일성을 봉건왕조의 왕 정도로 인식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한 명 죽이면 살인자고 천 만 명쯤 도륙하면 영웅이 되는 더러운 세상에서 악마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사는 게 몹시 불편하긴 할 것이다.
감히 악마 김일성을 숭배했거나 숭배 중이거나 숭배하건 말건 상관 없다는 자들이, 악마와
싸우며 이 나라를 세우고 가꿔낸 좋은 지도자들의 흠을 잡아 거꾸로 악마로 만드는 진짜 징하고
더러운 세상이 언제 끝날까 싶다.
국회고 언론이고 노조고 학교고 교회고 법원이고 무슨 악마숭배자들만 우굴우굴하는 건가?
악마 김일성이 돈 받아서 대한민국 파괴 운동한 자들이 진짜 민주화 운동 한 건 맞는 건가?
악마에 영혼을 넘겼다고 해서 다 죽일 순 없다. "빨갱이는 죽여도 돼"란 말에 동의 안 한다.
그러나 악마가 내 영혼도 내어놓으라고 하면 싸워야 한다. 좌든 우든 치우치지 말고 악에서는
발을 떼라!
악한 자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사는 게 너무 억울하다. 누가 선과 악을 매사에 분별하랴?
그러나 적어도 크게 크게 봐서는 분별해야 한다. 김일성이 악마가 아니면 인류 역사에 악마가
누가 있나? 드라큘라 백작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도륙했으면 그냥 악마인 거다.
전향한 주사파는 죽은 주사파다. 어떻게 진정으로 선량한 인간이 김일성류의 인간 백정을
존경하며 숭배, 하물며 긍정할 수 있나? 전향을 원하는 주사파는 그의 영혼을 깨끗이 한 번 씻어
따뜻한 햇볕에 말려 주기를 당부한다.
- 김미영의 글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