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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학 시 (7월 목시)
1. 묻는다
-나이의 주소
귀찮게 오던 전화 뚝 끊긴 그날부터
전화기 고장 났나 열두 번 더 만지는데
반가운 전화가 와서 부리나케 받았다.
받으니 여론조사 그 마저도 고마워서
60세 이상이면 6자 눌러 달라길래
조금도 망설임 없이 6자 꾸욱 눌렀더니
-이번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를 리야 있겠냐만
이런 건 노인 학대가 될까말까 묻고 싶다.
2. 욕 권하는 주소
지번 주소가 도로 명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우리 집 주솔 물으면 난 욕할 수밖에 없다
대구시 동구 능성 1길
18
우리집의 주소다.
욕할 게 많은 세상 끙끙 참고 사는데
주소만 물어주면 욕해도 괜찮으니
살면서 이만한 복도
흔한 것은 아니지.
주소를 확인하는 공공기관 숙녀들은
능성 1길 일팔, 또는
열여덟, 하는데
이 주소 아니었다면
경험 못할 일이지.
3. 뜻밖의 낱말 ․ 2
-뉘우쁨
‘늬우쁨’ 은 고운 옛말
‘왜 그랬지’ 그 근처다
왜 그랬지
왜 그랬지
두어 번 되읽으면
뉘우쁨
스며들어서
내가 내게 부끄럽다.
사랑한다 그 말은
왜 그리 아꼈으며
용서의 사전은
왜
들추지 않았는지
늬우쁨
흐르는 밤에
별빛도 다 숨는다.
4. 뜻밖의 낱말·10
-착하다
착한 건 싼 게 아니고 싼 건 다 착하지 않다
사람 사이 착착 붙어 살맛 내는 착함인데
값싼 걸 착한 것으로 착각하게 하지 마라.
싸구려를 착한 가격, 착한 가격 하다 보면
쓴 맛뿐인 세상에 고명으로 얹히는
착함의 값이 떨어져 버려질까 두렵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환산하는 자본주의
말이 착해져야 세상 착해 지는데
말까지 돈으로 봐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5. 뜻밖의 낱말 ·13
-왜가리
왜가리는 현장에서 시위하는 꾼이다
왜? 가리
왜? 가리
구호를 외치면서
습한 땅 농성장 삼아
텃세하는 텃새*다.
왜가리는 회색 옷의 고집 센 스님이다
왜? 가야 하는지를
화두로 물고 서서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왝, 왝 경(經)을 읊는다.
가는 일도 머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갈 수 없어 머물고
머물 수 없어 갈 테지만
왝 왝 왝
울음소리로 포기 않는
왜? 가리.
*북부에 사는 번식 집단은 겨울이면 남쪽으로 이동하나
남부의 집단은 주로 정착하여 텃새로 산다.
6. 뜻밖의 낱말 ·16
-강
‘강’이란 글자는 ‘가’자(字) 아래 ‘ㅇ’〔찬성표〕다
가자 아래로, 아래로만 가자는 뜻
오로지 아래로 가서 강은 강이 되었다.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를 주제 삼아
낮게 더 낮게 낮출 대로 낮춰가도
큰 바다 이른다는 걸 강은 알고 있었다.
금호강도 낙동강도 흘러흘러 길어지고
산 돌고 들을 돌며 넓을 대로 넓어져서
유유히 줄렁거리며 깊을 대로 깊었다.
세상사 잡다해도 ‘긍정’ 엔 ‘ㅇ’〔좋다〕둘
낮은 곳 스며들며 넉넉히 품다보면
강이란 글자를 닮은 사람 되지 않겠느냐.
7. 뜻밖의 낱말 ·17
-삶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지 마라
사람, 사람 자꾸 외면 삶이 다가 오느니라
‘삶’자는
‘사람’을 줄인 그런 글자 아니냐.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런 말도 말아라
사람과 사람 사이 걸어보면 알잖아
사람이
삶의 내용이야
사람밖에 없는 거야.
몰라서 삶이니라 몰라서 사람이니라
삶도 사람도 모르도록 짜인 것을
알려고
안달을 하니
삶이 그래 아프니라.
8. 뜻밖의 낱말 ․ 29
-아홉산에서
아홉산 숲에 들어 아홉 줄 문자 찍어
열 명은 너무 많고 여덟 명은 적은 듯해
꼭 아홉 사람에게만 안부 삼아 보낸다.
친하다 서먹해진 높은 자리 그 놈에게
사실은 부러워서 시샘했다 고백하고
돈 많은 그 놈에게도, 시 잘 쓰는 그 놈께도.
나 이제 모든 시샘 바람의 길에 쏟아
밟을 건 밟아 뭉개고 날릴 건 후후 불어
열까지 다 세지 않고 아홉에서 멈춘다고.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골짜기 아홉을 품어 아홉산으로 부르는 산이 있고,
그 산 숲속에는 ‘바람의 길’로 명명된 산책로가 있다
9. 뜻밖의 낱말 ․ 30
-어떤 거리
오랜만에 원고료 5만원 입금된 날
저녁놀 붉을 쯤에 우편함 열었더니
앗! 뜨거, 악어 한 마리 아가리 쩍 벌린다
신호 위반 과태료 7만원에 벌점까지
실업자가 무에 그리 바쁠 일이 있어서
신호를 위반했을까 ‘거참’ 말곤 할 말 없네
몇날 며칠 끙끙대며 써서 받은 원고료와
악의 없이 신호 놓쳐 내야하는 범칙금
그 거리 하도 멀어서 허리가 휘청하네
원고료로 내는 벌금 그 어디에 쓰이는가
배고픈 사람들의 한 그릇 국밥 된다면
일부러 일부러라도 위반할 수 있으련만……
10. 뜻밖의 낱말 ․ 32
행복과 항복
그대여 행복해라 문자 한번 보내고 싶어
행복을 치려는데 항복이 자꾸 찍힌다
몰랐다 행복과 항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항복은 행복에서 줄 하나 버린 낱말
지는 게 이기는 거란 귀 따갑게 들은 그 말
왜 그리 가슴 밖으로 밀치기만 했을까.
해가 지는 것도 도는 지구에 지는 거고
꽃이 지는 것도 도는 계절에 지는 건데
그것 참 머쓱해 지네 어허 쯧쯧 그것 참.
항복을 단 한 번도 아름답게 본 적 없고
이기는 게 무조건 행복이라 믿었으나
이긴 게 하나 없으니 미안하다 행복아.
11. 뜻밖의 낱말ㆍ33
웃프다
연속극에 나오는 말 한마디 참 얄궂네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이런 저런 결혼 조건 그 중에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란 말 한글 영어 동음이의 말 재미로 들었는데 결혼하는 아가씨가 생글생글 혀를 굴려 인물보다 건물 하니 귀 좀 닦고 싶었는데 인물에도 건물에도 똑 같이 물자 붙어 물물이란 말이 되어 말맛 날 듯 하지만말 맛은 어디가고 건물만 우뚝 서네 변하는 세상살이 변하는 세상인심 다 담아낼 그런 말이 말 세상이 제 아무리 넓고 또 넓다 해도 있겠나 싶었는데, 있으려나 했는데,
웃프다
참 웃픈 말이
건물처럼 들어섰네.
12. 뜻밖의 낱말ㆍ38
-2%
꽃병과 약병 사이 인생이 있다는 ‘인생의 주소’ 라는 시 한편 발표했더니
누군가 그 작품을 인터넷에 올리고 그걸 본 또 누구가 누구에게 전해줘서 선배와 친구와 그리고 또 후배가 내게로 문자 날려 축하의 말 전하는데 후배는 엄지 척 이모티콘 보내오고 친구는 덤덤하게 축하한단 말 썼는데 애주가 선배님이 내리신 말씀 한줄 허, 허 꽃병보단 술병이 훨씬 낫지 아차 그러네, 술병이 더 시적이네 술 못 먹어 그렇다는 핑계는 핑계일 뿐
내 시는 늘 이 따위로 2% 모자랐다.
13. 뜻밖의 낱말ㆍ39
-별
하늘에 떠는 별에 견줄 수야 없지만, 땅에도 이런저런 별별 별이 다 있다.
어쩌다가 서로 갈려 떨어지는 이별에 인사라도 나누고 헤어지는 작별에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석별에 소매잡고 울부짖는 차마 못 볼 메별에 기약도 약속도 팽개치는 결별에 잘났다 고개 쳐든 그 똑똑한 분별에 오래전에 헤어져 기억 삼삼 구별久別에 아 다르고 어 달라서 나눠지는 구별區別하며 갖가지란 별별에 아주 다른 특별에, 별별 별이 다 있는데 싹수 싹둑 잘라야 할 그런 별도 있으니
이별도 저별도 아닌 차별 그것 아닌가.
14 전시장 풍경
-20200218
한문 교수 이 모씨의 정년 기념 시서전 정중한 초청 받고 축하하러 가야지 작정하고 있는데 그날 오전 느닷없이 초청 취소 문자 왔다.
평생에 처음이고 마지막인 일을 맞아 회고 한 번 하려는데 하필이면 그 날에 2020년의 2월도 18일에 청할 리 결코 없는 코로난가 그 뭔가가 전시장에 올까 봐서 초청 취소 그 마음이 얼마나 쓰렸을까 안타까워했는데 100이 넘는 축하객이 여, 저기서 오고 왔네, 초청 취소했으면 안 오는 게 상식이고 그만한 건 알아도 너무 잘 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오나 의문 아니 들 수 없고, 대구엔 코로나가 18일에 처음 와서 이 코로난 19 아닌 18로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하고 있는데, 이 교수 마이크로 감격해서 하는 말이 목숨 걸고 와 주셔서 고맙고 또 고맙고 거기다 덧붙여서 못 잊을 거라는데, 글쎄 자기가 뭐 ‘못 잊어’ 시인 소월도 아니면서 정말로 안 잊을까, 정치판이 아니니까 믿어보긴 하겠지만 의심 아니 할 수 없고, 또 하나 궁금증이 생기는 게 있으니 오지 말란 문자 보다 오란 초청 정중해서 그래 갔을 뿐인데, 오직 그래 갔는데 목숨 걸고 왔다니 나는 또 속으로 턱도 없는 소리 마라 내 목숨 왜 여기 거나, 그것도 모르면서 학생 어이 가르쳤나.
개막식 끝날 무렵에 착, 착 달라붙은 의문 하나 의심 하나 그리고 궁금 하나, 전시장 둘러볼 때 쫄쫄 따라 다니다가 집까지 따라와서 밥도 같이 잠도 같이, 그 날 이후 코로나가 광풍으로 몰아쳐서 1주하고 또 1주일 쫄고 쫄고 쫄았는데, 쫄고 쫄고 쫀 게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인 것 같아라.
15. 공연장에서
마스크 끼고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옆자리 비어서 편하긴 하다마는
하프를 켜는 여인의 어깨 낮게 처졌다.
무희의 마스크는 선을 따라 움직이고
가수의 노래는 악보를 따라가지만
청중은 극장의 적막 마음으로 읽는다.
소리치는 배우야 그게 틀린 대사라도
나무라지 않으리니 소리치고 소리쳐라
이 시대 모든 공연은 외침만이 제격이다.
16 거리 두기
사회적 거리 두기, 참 얄궂고 희한한 지침, 코로나 19에 대해 아는 것도 도울 일도 조금도 없는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건 거리 두기뿐이라서 상준다면 상 받을 만큼 참 잘하고 있는데,
팔공산 자락에서 양 그림을 그리며 화백이라 부르면 성을 내는 화가 한분, 느닷없이 전화해서 “가는 길에 우체국에 내가 맡긴 마스크 찾아가라.”, “거리 두기 하고 있어 괜찮아요.” 했더니 “그래야, 날 보고 형이라고 부를 것 아냐.”, “그래요, 그러면…….” 못 이기듯 찾아오고, 중국 자주 왕래하는 연극배우 미스터 박 중국에서 마스크가 많이 왔다면서 몇 장이나 드릴까? 묻는 전화 또 왔네, “고맙다, 나는 됐다. 더 급한데 갖다 줘,” 하고 나니, 내가 누굴 준 것도 아닌데 내가 꼭 누구에게 준 것 같은 기분 들고, 그 무렵에 또 한 느닷, 소식 한참 뜸했던 후배 한 명 찾아와서 손 세정제 한 아름을 탁자에 턱 부리며, 시내엔 고기집이 문을 다 닫아서 먹을 데가 없다며 “팔공산속 그 어디든 고기 먹으러 가요.” 하는, 못 말리고 참 못 말릴 이런 사람 있는데,
난 정말, 사회적 거리만 두면 되는 줄 알았더니, 아니네, 아니었네, 내 생각이 참 짧았네, 늘 이러고 살았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네, 내가 둔 사회적 거리는, 괜찮게 사는 일과는 너무 멀리 있는 거네, 너무 멀리 온 것이네.
17. 당해도 싸지
세상에서 밀려나며 세상이 날 밀어내도 나는 안 밀릴 거야 하는 그 따위 심정으로 신숭겸장군 유적지 앞 팔공보성2차 아파트 상가의 점포 하나 세 얻어서 문화콘텐츠 21이란 회사도 아니고 연구소도 아닌 어정쩡한 간판 하나 붙여놓고 마누라 잔소리 피난처로 삼으며 오전에 들고 저녁에 나면서 읽고 쓰고 억지로 재미 내며 사는데,
아 글쎄! 어느 날 오후 남녀 2인1조의 구청 공무원이 찾아와서 여기가 도대체 무얼하는 곳이냐고 진지하게 묻길래 별일이 다 있다 싶어 왜 그러냐 물었더니, 코로나 19 확진자 많은 신천지 교회 성경 공부방에 문화라는 말을 많이 붙이는데, ‘문화콘텐츠 21’ 이란 간판이 붙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 조사를 나왔다나 뭐라나, 하기사 십 몇 년을 지나도 무얼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었을 테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은데, 어쨌든 여기는 나 혼자 공부하는 방이라 해도 통 믿는 느낌이 들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다 하는 수 없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들어가서 내 이름을 치고 살아온 길을 보여주니 그제야 그런가 보다 싶은 느낌을 보이며 뒤통수 긁적이며 돌아갔다.
그렇다. 문화란 말 함부로 갖다 붙여 고상한 척 하더니 그 말 쓴 죄 값으로 당해도 싼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참 쌤통이다 쌤통이다 그것참.
18 그전엔 알지 못했다
희미하다 어둑했고, 어둑하다 캄캄했다
네게로 갈 수 없고 내게로 올 수 없어
그전엔 알지 못했다 오가는 게 삶인 걸
마주 앉아 웃으며 국밥을 말아 먹던
혀가 자꾸 떠올리는 그 때 그 곳 그 맛을
그전엔 알지 못했다 함께 함이 기쁨인 걸
반가운 널 만나도 악수하지 못하고
주먹 쥐는 이 마음이 이리도 쓰린 것을
그전엔 알지 못했다 네가 곧 내 힘인 걸
침 튀기며 해야 할 말 마스크로 막고 보니
그 때 그 말 아낀 것이 이리도 서러울 줄
그전엔 알지 못했다 말이 곧 나눔인 걸
19. 얄궂은 선물
김시인*이 설 선물로 마스크를 보내왔다 한두 장도 아니고 열장 스무 장도 아니고 무려 수백 장을 통째로,
얄궂다 나이 들어가면서 쓸데없는 소리 그만 좀 하라는 은유인가 그렇다 해도 그게 못할 일도 아니고 그리 알면 될 일이지만, 코로나 19가 물러갈 줄 모르고 마스크 대란이라는 희한한 대란 겪으면서 약국 앞에 줄서고 주민등록증 보이며 일주일에 한두 장씩 애걸복걸 감지덕지 그리 샀던 마스크 그걸 생각하면 이걸 덮을 선물 어디에도 없는데 그 좋은 선물 받고 왜 이리 가슴이 콱 막혀오나
-김시인, 보낸 마스크 다 쓰란 뜻 아니지.
20. 봄날의 언어
코로나 19 가고 봄이 오면 누부야
청보리 넘실대는 고향 한번 가보자
엄마가 게 먼저 와서 기다릴지 모른다.
고샅길에 발 들이면 호미 든 울엄마가
그만 그 논두렁에 털퍼덕 주저앉아
-야들아 우짠일이고 너거가 우짠 일고,
니 손잡고 내 손잡고 허리 굽은 울엄마가
-아침에 감낭게서 까치가 울어쌓티
-너거가 이래 온다고 그래 울어 댔구나.
-밥은 문나 우쨌노 온다고 배고프제
-쑥 한 웅큼 캐놨다 쑥국 끓여 밥 묵자
-야들아, 너거가 온께 사람 사는 집 겉다.
-야들아 뭐라카노 그 얄궂은 돌림빙에
-오도 가도 못하고 너거도 참 답답했제
-그래도 너거가 괜찬은께 얼매나 다행이고
-어지는 웃담에 너거 친구 순이가
-친정에 왔다 가미, 니 안부를 묻더라
-오거든 전해 주꾸마 그카고 보냈다
누부야 고향가면 울 엄마가 이러겠제
읽을 만큼 읽어 보고 쓸 만큼도 써봤는데
울엄마 사투리보다 더 좋은 시 없더라.
21. 돌밥돌밥
밥하고 돌아서면 또 밥한다 돌밥돌밥
하는 이 돌밥이고 먹는 이 밥돌이라
돌밥에 지친 사람아 따라 돌진 말아라
돌밥돌밥 그 새말이 입에 착착 붙어서
말이 참 맛있게 입안 돌돌 구르잖아
돌밥이 지겨워져도 말맛으로 먹어라
마스크 벗어놓고 맘 편히 외식하는
그런 날도 오리라 돌밥하고 돌밥 먹어
든든한 그 밥심으로 지지 말고 버텨보자.
22. 뜻밖의 낱말 · 23
-빚투에 영끌
말뜻으로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는 거다
그런데도 뛰고 뛴다 그것도 턱도 없이
본성을 벗어 던졌다 부동이란 본성을
똘똘한 한 채 위해 결혼도 위장하고
빚투에 영끌이니 낱말까지 흐트려서
정신이 사는 집까지 들쑤시고 말았다
바람 든 풍선이 삼천리를 몰아쳐도
아파트를 빵처럼 구워낼 수 없다는*
무대책 그 보다 못한 헛발질만 해대니
뻗고 뻗고 또 뻗어도 손은 닿지 아니하고
아파 아파 아파도 트지도 못하는 것을
날마다 더 멀어지는 영혼 밖의 꿈이여
*국토교통부장관은 2020. 11. 30 국회 현안보고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시조미학 제29호 (2021 봄호)
23. 뜻밖의 낱말 · 24
-과속방지턱
턱이 없다는 건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멀쩡한 턱을 갖고 턱없는 짓을 한 건
턱 있는 내가 아니다 턱을 잃은 다른 나다
그 낮은 과속 방지턱 넘을 때 생각났다
길은 마구 달리라고 긴 것이 아니라
턱 없이 달리다 보면 턱만 잃고 만다는 걸
오로지 빨리빨리 달려온 길 돌아보니
길 보다 긴 회한이 구불구불 휘어있고
그 길엔 아무도 없다 따라오는 사람 없다
천천히 걸어올 걸 그랬어도 괜찮을 걸
읽던 책에 그어놓은 밑줄 같은 이 생채기
지우고 살 수 있어야 턱이 생겨 날 것을
24. 뜻밖의 낱말·6
-흥청망청
연산군의 업적이다 유산이다 교훈이다
채홍사는 동서남북 분홍 찾아 들이고
폭군은 흥청에 싸여 정사를 다 버렸다.
장녹수의 업보다 교만이다 교활이다
수청 들어 얻은 권력 청탁에 쏟고 쏟아
엄청난 욕심의 키가 망청 높이 찔렀다
흥청 연산 망청 녹수 또 있어 될 일인가
언제고 잊지 말라 잊어선 안 된다고
흥청에 망청을 붙여 흥청망청 새겼다
25. 뜻밖의 낱말 ·11
-혼짬
혼밥에 혼술이면 혼살이라 할 만하고
말살이도 구색이라 꼭 끼울 말 있는데
혼자서 있는 시간을 혼짬이라 하고 싶다.
혼때나 혼시간, 혼짬에 혼겨를까지
혼시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 하지만
혼자와 궁합 맞는 건 아무래도 혼짬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쁘진 않다 해도
그 시간은 짬 같아야 살아갈 수 있을 듯한
아, 그런 바람도 살짝 묻혀두자 혼짬에,
혼자 있는 그 시간은 혼이 오는 시간이다
혼자라서 쓸쓸하다 혼자라서 서글프다
그 말은 아껴두어라 해야 할 때 따로 있다.
버리진 않았어도 잠시 놓친 혼을 찾아
어깨를 토닥이고 가슴으로 품어봐라
혼짬의 오롯한 맛을 알고도 남을지니
혼 없는 그 시간이 어찌 네 시간이랴
버린 시간이고 빼앗긴 시간이다
진정코 설워할 시간은 혼짬 아닌 그 때다.
26. 뜻밖의 낱말 ․ 15
-면봉
면봉은 아무래도 잘못 지은 이름 같다
부드러운 솜으로 된 막대가 아니다
솜으로 아주 믿다간 큰 코 다칠 일 생긴다.
귀가 간지러워 면봉 잠시 썼는데
나 참 기가차서 귀에다 샘을 팠다
그 면봉 꺾어 버렸다 팍, 죽여 버렸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솜이라 믿었는데
간지러운 그것이나 그냥 달랠 일이지
그 누가 물을 달랬나, 샘은 왜 파는 거야.
요즘은 면봉 같은 위장술이 횡행해서
걱정이 태산보다 더 높아 지려는데
머잖아 들킨단 생각 안 하는가 못하는가.
프로필
문 무 학 (文武鶴) Moon Moo Hag
출 생 1951년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저전리 13-1출생
학 력 1985년 한국방송대학 행정학과 졸업
1995년 대구대학교대학원 국문학과박사(문학박사) 졸업
경 력 1988년 ~ 2013년 가야대학교, 경일대학교, 대경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 / 강사, 겸임교수 · 초빙교수
1991년 ~ 2005년 영남일보 논설위원
1997년 ~ 2003년 대구 시조시인협회 회장
2006년 ~ 2008년 대구 문인협회 회장
2006년 ~ 2007년 대구 시민예술대학 학장
2010년 ~ 2013년 (사)한국예총 대구광역시연합회 회장
2011년 ~ 2013년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 대구지역협의회의장
2013년 ~ 2015년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2013년 ~ 2015년 (사)문화시민운동협의회 회장
2017년 ~ 2018년 대구 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
2020년 ~2020년 2020 대구수성한국지역도서전 조직위원회 위원장
2016년 ~현 학이사 독서 아카데미 원장
수상 문학상
1999년 제11회 현대시조 문학상
1999년 제17회 대구 문학상
2000년 제1회 유동 문학상
2003년 제6회 대구시조 문학상
2009년 제25회 윤동주 문학상
2009년 제29회 대구광역시 문화상(문학부분)
2009년 제19회 이호우 시조문학상
2012년 중국 연변 민족시 문학상
2013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술대상
2015년 대구예술대상
2020년 경북 예술 특별상
2021년 제19회 유심작품상 시조부문
575돌 한글날 국어운동 공로 표창
기 타 2003년 한국방송대학교 자랑스러운 방송인 대상
2006년 미국 켈리포니아 세클라멘토 시장 공로상
2006년 미국 켈리포니아 세클라멘토시 명예시민증
2011년 자랑스러운 대구대학교인 대상
2012년 대한민국 체육훈장 거상장
2013년 대구대학교동창회 자랑스러운 동문상
2013년 자랑스러운 고령군민상
저서 시조집 1983년 『가을 거문고』, 대일출판사
1989년 『설사 슬픔이거나 절망이더라도』, 백상
1993년 『눈물은 일어선다』, 그루
1999년 『달과 늪』, 만인사
2004년 『풀을 읽다』, 만인사
2009년 『낱말』, 동학사
2015년 『홑』, 학이사
2017년 『누구나 누구가 그립다』, 학이사
2020년 한글자모시집『가나다라마바사』, 학이사
2023년 『뜻밖의 낱말』, 뜻밖에
선집 2000년 『벙어리뻐꾸기』선집, 한국현대시조100인선. 태학사
2013년 『ㄱ』 선집, 시와반시
시집 외 1997년 『시조비평사』, 대일출판사
1997년 『큰 삶을 위한 작은 지혜』, 이상사
1998년 『문학사전』, 이상사
2000년 『세계 명문장 해설집』위 책 『큰 삶을~』개정판,
2010년 『지혜보다 밝은 눈이 어디 있으랴』이상사
2010년 고시조해설집『사랑이 어떻더니』, 학이사
2020년 내가 있는 삶을 위한『반려도서 레시피』
2020년 내가 있는 삶을 위한『반려도서 갤러리』
2011년 『예술의 임무』, 학이사
2012년 『예술이 약이다』, 학이사.
2017년 『왜 문화인가』, 학이사.
첫댓글 14.전시장 풍경
김순희,이한숙 낭송하겠습니다.
임억근님
묻는다
신청하셨습니다
봄날의 언어
김병철,김지선
신청합니다
늘 수고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그 전에는 알지 못 했다
김형범 신청합니다.
낱말 새로 쓰기 13 ㅡ바다
뜻밖의 낱말 15 -면봉 신청합니다
마감하겠습니다
신청해 주신 회원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빗길 운전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