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현 칼럼]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 승복 없는 정치, 신뢰를 무너뜨린다 -
[배태현 칼럼]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 승복 없는 정치, 신뢰를 무너뜨린다 -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모습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벌어지는 공천 갈등은 단순한 내부 경쟁을 넘어 ‘정치의 사법화’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비방과 음해는 기본이고, 경찰 민원 제기, 일반당원 징계, 심지어 같은 당 인사 간 고소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정치는 본래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통해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이해와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의 영역으로 끌고 가며, 스스로 정치의 기능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이다. 법적 대응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먼저 꺼내드는 현실은 정치의 빈곤함을 드러낸다.
정치를 하라고 했더니 법정으로 향하는 정치인들. 그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처뿐인 싸움이다.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당은 분열되고, 지지자들은 등을 돌리며,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만 키울 뿐이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벌어지는 잡음은 더욱 심각하다.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발이 아니다. 당의 이름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할 인물을 검증하고 보증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공정성과 신뢰를 잃는다면, 그 결과 또한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결과 이후의 태도다.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내부 갈등을 외부로 확산시키는 행위는 결국 당 전체를 흔드는 자해행위와 다르지 않다.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그 과정 전체를 부정하고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가는 것은 정치인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
정치인은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당을 위한 길이고, 유권자를 위한 길이며, 결국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승복하지 않는 정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지금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싸우더라도 정치답게 싸우라는 것이다. 갈등이 있다면 대화와 설득으로 풀고, 경쟁이 있다면 공정하게 승부하며, 결과에는 책임 있게 승복하라는 요구다.
정치는 법정이 아니라 민심 속에서 완성된다. 법의 칼을 앞세운 정치가 아니라, 신뢰와 책임으로 움직이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정치권이 되새겨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