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학교 교과서', 성경
글쓴이 짐 윌리그 신부님은 1999년 7월 6일 신장암 선고를 받았다.
암과의 전쟁이라는 힘겨운 투병 생활 가운데서도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고통의 학교'에서 배운 교훈들을
지혜로운 말씀으로 전해 주셨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암과 그 치료에 관한 책, 기사, 비디오, 카세트테이프등을
많이 갖다 주었다.
그 모든 것들이 흥미롭게 보였고 도움이 될 만했지만 내게는 그것들을 전부 살펴볼 힘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늘 그랬듯이 성령께서 인도해 주시도록 기도했다.
하느님의 영, 지혜와 진리의 영께 그것들 중에서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 달라고 청한 것이다.
사실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최고의 책을 나는 이미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성경이다.
성직자라서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어떤 일로 아주 속이 상하고 힘든 감정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맨 먼저 성경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사람이 몸부림칠 만큼 고뇌하게 되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
그럴 때 나는 성경 안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분명히 느낀다.
나 역시 곤경에 처해 하느님으로부터 확신을 받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 때마다 성경은 나에게 맞는 축복과 확신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성경은 축복과 함께 내가 해야 할 도전으로 나를 인도해 주었다.
삶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하여 내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성경 구절은, 수술받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드린
미사에서 읽었던 복음 구절이었다.
바로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물으신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하는 구절이다.
나는 가끔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적 동반자이자 친구인 마이클 신부는 다음 구절을 읽었다.
"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어,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인지 가리키신
것이다." (오한 21,18~19)
나는 이 구절들을 마치 처음 듣는 것 같았다.
말씀이 책장에서 뛰어나와 내 심장으로 직접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만일 예수님이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셨다면?! 이것은 더 이상 나에게 한 번 읽고 버리는 일회용 메시지가 될 수
없었다.
나는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이 내게 직접적으로 말씀하고 계심을 깨달았다.
나는 베드로이고 예수님은 십자가를 내게 주시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특히 이 구절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예수께서 내게 어떤 존재가 되는지를 알려 주었다.
그분께서 내게 원하신 것이 이것이고, 이를 통해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온전히 이해한다.
성경은 나에게 비할 수 없는 감명을 주었다.
그 어떤 책도 나를 그토록 풍요롭게 인도하지도, 심오한 확신을 주지도, 사랑으로 위로해 주지도 못했다.
내 생애를 통틀어 그 어떤 것도 나를 이끌거나 밝혀 줄 정도의 힘을 가진 것은 없었다.
한 마디로 내게 성경보다 더 나은 책은 없었다.
투병생활을 시작할 즈음, 나는 암과 관련된 수많은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서 힘겨워했다.
"신장암은 한 번 퍼지면 거의 치료가 안 된다." 고 너무 쉽게 단정 짓곤 했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우울증에 빠지고 있음을 느꼈다.
마음에 혼란을 가져오는 여러 의문들 때문이었다.
"이 치료는 무엇에 관한 것일까?", "저 병원은 어떨까?", "이 약과 화학 치료는 어떨까?"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평정심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고, 미쳐 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말 그대로 그분에게 울부짖었던 때를 기억한다.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었는데, 방 안에 있던 나는 주님에게 불쑥 참을성 없이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암과 함께했던 그간의 여정 동안, 지금과 같은 끔찍한 기분을 거의 느끼지 못했으니 저는 큰 축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주님, 지금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너무 아프고 피곤합니다. 포기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고통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당신이 긴급 전화 911(미국의 긴급 구조 전화번호)이라면 지금 당장 전화를 걸고 싶은 심정입니다.
저에게 당신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생각이 무엇인지 너무나 알고 싶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도와주실 거라는 확신을 주세요." 그리고 나는 그냥 울어 버렸다.
깊은 긴장감과 함께 좌절감을 모두 쏟아버린 기분이었다.
울음을 그쳤을 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침묵의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나는 마음속에서 뚜렷한 형상을 떠올렸다.
나의 마음과 영혼을 모두 예수님에게 쏟아 부은 느낌이었다.
그분은 참을성 있게 내 말을 들으셨다.
내가 말을 마칠 때까지 그분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내가 우는 이유를 분명하게 아셨다.
절박한 울음 안에서 가장 솔직한 얘기가 나올 것임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드디어 주님의 말씀을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다.
성경을 집어 들라는 말씀 같았다.
그래서 신약 성경을 봤더니 책갈피가 꽂혀 있었다.
언제 꽂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부분은 고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이었다.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2고린 4, 8~10)
다 읽고 나서 주님께서 내 모든 생각을 설명해 주고 계심을 느꼈다.
주님은 내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이유, 그 최고의 목적도 설명해 주셨다.
그것은 그저 그런 상담자가 아니라, 현자와 같은 이들이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분의 말씀을 조금 더 정확히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분은 반복적으로 내가 했던 말들을 되새기셨다.
그 다음, 그분은 조용히 나를 안심시키셨다.
"그래, 너는 죽어가고 있구나.
하지만 그것은 네 몸이 아니라 낡은 네 자신이다.
그래서 그리 상처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네가 죽어가고 있는 것은 내가 네 안에서 영원히 살기 위함이다."
이 이야기는 성경을 포함한 다른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나의 삶을 변화시켰다.
성경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가장 사적이고 힘있는 방법이다.
물론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사람, 경험, 자연, 기억, 테이프와 책 등을 통하여...
그러나 거룩한 성경만큼 우리를 격려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경만이 우리에게 그분의 거룩한 힘을 알려 준다.
하느님 말씀만이 우리를 변화 시킨다.
이런 이유로 나는 좋아하는 몇 가지 성경 말씀을 종종 언급해 보기를 추천한다.
그것들을 카드에 써서 냉장고 문이나 욕실, 거울이나 침대 옆에 붙여 보라.
우리는 그것들을 보면서 자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성경구절을 쓴 카드를 여러 장 가지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
그는 카드에 쓰인 성경 말씀을 기억하고 실행함으로써 정말 마음으로 배울 때까지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는 이 간단한 실천이 전체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삶에 지극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위로가 되는 특정한 성경 구절을 마음 속에 떠올린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 8,28)
'고통의 학교' 에서 성경은 그 어떤 약보다 좋은 치료제가 되었다.
그것은 놀라운 교과서였다.
나의 지대한 관심은, 성경이 최고의 교과서일 뿐 아니라 우리가 종종 손에 들어야 하는 입문서이며, 특히
삶의 여정에서 우리를 이끄는 안내서가 된다는 것이다.
- 한 젊은 사제의 인생 레슨/ 성 바오로 -
남양성모 성지 2010. 1 .
첫댓글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주님께서 나에게 세 번이나 다시 물으신다면...네, 사랑합니다!!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세 번을, 나는....나에게 묻고 싶다.
훌륭한 자료만을 쏙쏙 뽑아 올려 주시는 여기님!! 감사합니다. 어느때부터인가 주님께서는 이런 성경구절로 저를 항상 위로하십니다.'두려워 하지마라. 내가 네 곁에 있다. 걱정하지마라. 내가 네 하느님이다. 내가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일으켜주겠다.'
고맙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시는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