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합니다
제2회 청안문학상 작품을 심사숙고하여 공정하고 엄정히
심사한 결과, 아래와 같이 수상작품과 수상자가 결정되었음을 알리며,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드립니다.
아 래
●수상자
대상 : 임연혁 시인
(수상작: 고구마를 캐며)
본상 : 이순향 시인
(수상작 : 한탄강을 지나며 )
작품상 : 임화선 시인
(수상작 : 원두막 )
●시상 일시 : 2024년
6월 27일(목)
●시상 장소 : 추후 알림
(청안6호 출판기념식장)
수상자는 수상소감문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5월 5일
문학상 심사위원
김부배 황의수 이광녕
제2회 청안문학상 수상자 발표
사진
대상 임연혁 시인
사진 사진
본상 이순향 시인 작품상 임화선 시인
<제2회 청안문학상 대상 작품>
고구마를 캐며
임연혁
쇠비름 개망초가 식곤증에 조는 한낮
넓은 밭두둑 따라 흙덩이를 뒤집으면
고구마 불그레한 볼이 밭고랑에 눕는다.
더위 이긴 미루나무 바람이 흔든 뒤에
입 안 가득 달콤하게 노란속살 가득하고
어머니 끌고 간 자루 황토색 길을 낸다.
밭고랑에 탯줄 자른 길쭉한 고구마는
여름내 어머니 등 조금씩 굽어질 때
날마다 통증을 먹고 자란 것을 흙은 안다.
<대상작 심사평>
임연혁 시인의 「고구마를 캐며」
임연혁 시인은 평이한 일상에서 겪은 특이한 감성을 독특한 필치와 정서로 인상 깊게 표현해 내는데 능숙한 작가이다. 시인으로서의 품성도, 늘 표정이 밝고 긍정적이며 모든 일에 원만하고 선을 이루는 좋은 일에는 항상 앞장서는 이 시대의 모범작가이다.
이번에 수상하는 「고구마를 캐며」는 농심 짙은 아낙으로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심어린 진솔한 마음이 황톳빛 서정으로 반짝이는 수작이다. 고구마를 흥미롭게 의인화 하여 흙덩이를 뒤집으면, ‘밭고랑에 누워 있는 불그레한 볼’이라 하였으며, ‘밭고랑에 탯줄 자른 길쭉한 것’이라는 비유가 참으로 일품이다. 그리고 말미에는 ‘탯줄 자른 길쭉한’ 그 고구마는 어머니의 등이 고생으로 굽어질 때, 그 ‘통증을 먹고 자란 것’이라 하니, 어머니의 고생을 생각하는 딸의 곡진한 효심이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임연혁 시인은 이 시대 보기 드믄 소박 진솔한 여류 문사이다. 그녀는 평범 속에서 고구마 캐듯 진실을 캐낸다. 젊은 층과는 대조적으로 때론 ‘효와 예’ 정신이 시적 소재로 많이 등장하며, 적합한 시어들의 차용과 알맞은 배치, 그리고 가장 적합한 비유로 주제를 선명히 표현하는데 능숙하며, 이 작품도 대상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 심사평 : 김부배, 황의수, 이광녕(집필)
<제2회 청안문학상 본상 작품>
한탄강을 지나며
이순향
폭염 속 수십 리 길 좁단 길목 들어서면
파릇한 논 가물대고 절경은 마술 같아
뉘 손길 짙푸른 설움 절벽 아래 풀어 놨나.
깎아지른 협곡 안에 수억 년 된 기암괴석
용암 베개 포개 놓고 풍화 그은 주름치마
허공에 매단 수직 기둥 애끓는 비원이네.
연천군 흐르는 강 남북으로 허리 잘려
화산폭발 잔해들이 굽이굽이 피난 와서
가름길 뼈저린 사연 중얼대며 누워있네.
<본상 심사평>
이순향 시인의 「한탄강을 지나며」
이순향 시인은 시인 중의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언제나 시의 색감이 정갈하고 비유와 시적 형상화가 뛰어나서 시상이 살아 있다. 꽃으로 말하면 은은한 향기 풍겨오는 잔잔한 순백색 찔레꽃 같다.
이 글은 일종의 기행시조이다. 한탄강 일대는 많은 부분이 용암 지대로 연천군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철원을 통과하는 임진강의 지류인데, 고석정, 주상절리 등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이순향 시인의 「한탄강을 지나며」는 이러한 한탄강변의 절경을 독특한 필법으로 멋지게 묘사해 놓은 명품 시조이다.
누구의 손길로 빚어놓은 얼마나 멋진 절경이기에 ‘마술 같다’ 라고 비유하였을까? 수억 년 된 기암괴석과, 용암 베개 포개 놓고 풍화 그은 주름치마, 그러나 남북으로 허리 잘린, 말로 다 표현 못할 비경이기에 ‘애끓는 비원’이라 읊조리면서 지금은 용암의 잔해들까지 피난 와서 뼈저린 사연 중얼대며 누워있단다.
기행시조는 자칫 작가의 감상적 요소보다는 사실의 나열로만 그쳐 문학성이 약해지고 건조해지기 쉽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 묘사가 뛰어나고 작가의 개성적 안목인 감성적 요소도 풍부히 겸비하고 있어 문학상 수상작으로의 품격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풍부한 감성과 필력에 찬사를 보낸다.
- 심사평 : 김부배, 황의수, 이광녕(집필)
<제2회 청안문학상 작품상 작품>
원두막
임화선
저장한 메모리는 내팽개친 원두막에
가끔씩 그립다가 줄행랑을 치며 온다
온화한 달걀귀신이 줄팽이를 돌리면서.
그리움 함량 미달 저울추에 매달고서
수박이 굴러간다 마귀 할멈 눈까풀로
참외도 익어만 간다 두 눈을 부릅뜨고.
심통 난 허깨비는 빈 공중에 매달려서
낡은 것 선명하게 수수깡의 안경 쓰고
한여름 반딧불이가 원두막을 밝혀준다.
<작품상 심사평>
임화선 시인의 「원두막」
임화선 시인은 소재가 다양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도 광대하다. 그러한 이유는 여행을 두루 많이 하여 견문을 넓히고 범상치 않은 체험을 많이 해서 그러리라고 본다.
시조 「원두막」은 토속적 향토적 색깔이 짙다. 제목 자체가 ‘원두막’이어서 어릴 적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이 글에서 ‘내팽개친 저장한 메모리’는 원두막의 상황과 대조되는 상황을 그려낸 듯하다. 수박과 참외가 굴러다니는, 되돌아온 작가의 원두막에는 그 옛날 토속적 민속적인 온갖 현상들이 재현되고 있다. 달걀귀신, 마귀할멈, 허깨비, 수수깡의 안경, 한여름 반딧불이 등 작가의 눈앞에서는 지금도 다 이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중심축은 ‘추억에 대한 그리움’에 있다. 그러기에 작가의 뇌리와 눈앞에는 온갖 옛날의 현상들이 환상으로 환각으로 원두막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작가의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이용한 시상의 전개가 오히려 독자들에게 독특한 인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있다.
임화선 시인의 범상치 않은 의식의 흐름으로부터 비롯된 그리움의 세계가 독특한 필법을 제시해 주는, 멋진 연시조이기에 작품상으로서의 가치가 넘쳐흐른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작가의 창의성과 놀라운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 심사평 : 김부배, 황의수, 이광녕(집필)
첫댓글 제2회 청안문학상 대상 임연혁 시인 본상 이순향 시인 작품상 임화선 시인 님의 수상을 축화드립니다
계속 건필하시고 문운을 기원합니다
구본일 고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