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350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박제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
닷!
언니가 고개를 돌리면
살금살금 다가가던 도은이 화들짝
씨암탉걸음을 멈추지요
다행히 안 들켰네요
사실은 언니가 봐주고 있는 겁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
습니닷!
허공에 멈춘 앞발이 까딱까닥
도은이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지는데요
들켰을까요?
들킬 뻔 했을까요?
아직까지는 언니가 봐주는 모양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닷!
도망치는 도은이를 언니가 쫓기 시작합니다
도은이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요?
그래요
끝끝내 언니는 동생을 봐줄 것이고
아마도 당분간은 언니가 봐주고 있는 줄 모를 겁니다
보세요 우리 집 마당에
무궁화 두 그루가 저리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시집, 『식구』
*
어제는 슈퍼문... 일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지요. 도희가 달을 보고 싶다고 하고 도은이는 간장게장이 먹고싶다고 하고(어떤 맛인지 잊어버려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나요?^^) 그래서 양수겹장이라고 간장게장도 먹고 달도 보자며 저녁에 가족나들이를 했습니다.
원래 가던 고산가 대신 어제는 삼천동에 있는 여수게장이 싸고 맛있는 집이라고 인터넷 맛집에 나왔다고 그리 갔는데요...흠... 도은이가 별로랍니다. 정작 원래 무엇이든 맛있게 잘 먹는 도희야 밥 한 그릇 뚝딱 그리고 또 한 그릇 뚝딱 해치웠지만... 혀가 짧은 도은이는 영 별루인 표정입니다... 실제로 별로였구요... 간장게장 하면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꽃게가 있지요... 그게 아니라 쪼그만 털게가 나왔거든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왕에 들어온 것을... 어쨌든 잘 먹고 달 구경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구름이...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무심하게도 달을 꼭 꼭 감추고 있네요... 이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 둘러봐도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으니... 이번에는 도희가 실망한 얼굴입니다.... 얘들아 달이 뜰 때까지 자전거 타러 가자... 그래서 송암스포츠 타운으로 고고싱했지요...
트랙을 두어 바퀴 돌더니 그예 간장게장도 달도 다 잊은 모양입니다. 다행입니다. 어느새 밤이 깊었는데 무심한 달은 영영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침 춘천시장기 사회인야구대회 야간경기도 열리고 있어서 달 대신 야구도 보고 그럭저럭 즐거운 일요일 저녁이 되었던 것인데요... 참 참 다행이었습니다.
보세요 우리 집 어린 두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처럼 활기찬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3. 6.24.
강원도개발공사 사업개발2팀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시가 너무 좋습니다.
좋게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