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의 새 역할은 ‘공기청정기’...악취·미세먼지 전쟁 나선 울산의 실험
생기연,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 개발
오염물질 흡착해 물에 녹여… 경제성도 대폭 개선
황산화물·질소산화물·먼지 91~99% 감소
송복규 기자
입력 2023.03.20 15:25
조형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한국생산기술연구원
버스정류장에 미세먼지와 악취를 없애는 기능을 부여해 도시의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추진된다. 단순히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것이 아닌 대기 중 미세먼지를 흡수해 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대기오염 현황을 실시간 관리하는 기술이 실제 도심에 적용될 전망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달 30일부터 울산광역시에서 미세먼지와 악취를 저감하는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의 실증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번 실증은 ‘지역맞춤형 재난안전 문제해결 기술개발’ 사업으로 행정안전부와 울산시가 주관하고, 생기연 울산본부가 수행한다. 산업단지가 많은 울산에서 실증을 진행한 뒤 성과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형태 생기연 울산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은 기존 공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크러버 시스템에 마이크로버블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스크러버는 액체를 이용해 기체 안에 부유하는 고체나 액체 입자를 포집하는 장치인데, 물속에 오염물질을 포집할 마이크로버블을 생성한 것이다.
마이크로버블은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단위의 거품으로, 오염물질을 흡착시키는 표면적이 넓고 정전기적 인력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마이크로버블은 소멸하면서 오염물질에 전자가 한 개만 존재하는 상태인 라디칼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은 결합하는 성질을 갖기 때문에 물에 잘 녹아들게 된다. 오염물질이 녹은 물은 빗물 수준의 오염도로 관리돼 우수관으로 버려진다.
조형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 왼쪽은 공기가 정화되는 과정을, 오른쪽은 공기 정화에 사용되는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나타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형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 왼쪽은 공기가 정화되는 과정을, 오른쪽은 공기 정화에 사용되는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나타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형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에 적용되는 버블캡. 버블캡은 3D 프린팅으로 제작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형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에 적용되는 버블캡. 버블캡은 3D 프린팅으로 제작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존에는 작은 거품을 만들기 위해 고온·고압의 가스를 물속에 밀어넣어 기포를 만드는 ‘압송’ 방식을 사용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에 적용할 ‘버블캡’을 개발했다. 이 버블캡은 송풍기로 가스를 흡입하고 물과 충돌을 일으켜 기포를 만드는 ‘흡송’ 방식을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대폭 늘린다.
연구팀이 물속에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먼지가 포함된 배기가스를 분당 1만L를 주입한 결과,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91.9%, 먼지는 99.9% 감소했다. 또 고성능 카메라와 영상분석 AI를 적용해 오염물질의 크기에 따라 10~50㎛ 크기의 거품을 만들어 포집 효율성을 높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생기연은 마이크로버블-스크러버 시스템이 적용된 버스정류장을 울산 지역 내에 6대 설치할 예정이다. 이 버스정류장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시범운전과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정상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각 정류장은 AI로 연결돼 있어 도시 대기오염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도 병행된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울산시는 거주민이 대기오염에 노출되기 쉬운 지리적 특성으로 고민해왔다. 울산은 해안가에 석유화학·자동차·조선 관련 공장이 군집한 산업단지가, 내륙지역에는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륙풍으로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주거단지로 이동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울산은 지하철 없는 탓에 시민들이 실외 버스정류장에서 대기오염이나 악취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오염과 악취가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위스 대기환경 기술업체 ‘IQ에어’에 따르면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22년 기준 ㎥당 18.3㎍(마이크로그램·100만 분의 1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농도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오염물질로 인한 악취 민원도 전국적으로 매년 늘어 2007년 4864건에서 2017년 2만2851건으로 10년 사이 5배 이상 폭증했다.
조형태 선임연구원은 “기존 스크러버 장치에 마이크로버블을 도입한 시스템으로, 새로운 캡을 개발해 거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대폭 줄였다”며 “이번 실증으로 대형화가 어려웠던 대기오염 저감 시스템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DOI: https://doi.org/10.1016/j.envint.2022.107507
Environment International, DOI: https://doi.org/10.1016/j.icheatmasstransfer.2022.106525
Journal of Environmental Informatics, DOI: https://doi.org/10.3808/jei.20210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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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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