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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병정의 게임 리뷰 - "힐링" 『저니 Journey』(BGM) :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225
를 먼저 보고 와주세요
"인생이란..." 『저니 Journey』
(제공 : Playstation)
개발 : Thatgamecompany
유통 : SONY
출시 : 2012. 03. 13
(이 게임은.... 절대 묻혀선 안 된다!)
2012년 3월 13일. 게임史에 반드시 남아야 할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2012년 최다 고티 GOTY 2위, Thatgamecompany와 산타모니카의 합작, 『저니』다. (저번 리뷰에서 3위라고 언급했는데, 정정한다. 3위는 파크라이3였다.) 당시 GOTY 1위는 『워킹데드』였는데, 필자는 이 순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워킹데드』는 『저니』보다 길단 것 외에는 더 나을 게 없는 게임이다. 그 정도로 『저니』는 진일보한 게임성과 이야기, 서사를 보여줬다. 필자는 『저니』를 현대 게임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정점에 올라선 작품이자 게임 기획자들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너무 쉬운 퍼즐, 짧은 플레이타임을 제외하면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시민케인』에 비견할 작품은 『라스트 오브 어스』가 아니라『저니』다. 영화에 『시민 케인』이 있다면 게임에는 『저니』가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꺼내들었으니, 다른 어느 리뷰보다 세밀하게 살펴보고 세밀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저니』의 서사평론은 2부작으로 작성할 계획이다. 1부에서는 이야기를 분석해볼 것이고, 구성과 구조를 파악해볼 것이다. 2부에서는 저니의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나올 수 있는 사유들을 찾아 의논해 볼 것이다. 이번 2부작 평론을 통해 저니가 가지고 있는 서사의 가치와 이야기의 가치, 철학적 가치를 모두 다뤄볼 생각이다.
(간접통제의 절정)
저니는 한도 끝도 없이 넓게 펼쳐진 황야를 저 멀리 아스라하게 보이는 빛나는 산을 향해 여정하는 게임이다. 정말 넓게 펼쳐진 대지 위로 아무런 지시도 설명도 없이 내던져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저 멀리에 산이 있다. 모 등산가의 말마따나 "저기에 산이 있기 때문에" 간다. 이러한 제어 방법을 '간접제어 Indirect Control'라고 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들 한다. 너무 많은 자유를 주면 유저들은 주눅이 든다. 너무 많은 '자유'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http://www.slideshare.net/sm9kr/3-18225591 인용,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위 링크로) "자유도, 자유도" 외쳐대는 유저라 할지라도 일정부분 개발자의 통제 아래에서 통제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개발자는 유저의 행동을 인터페이스, 대사, 맵핑, 이동 동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한다. 인터페이스나 대사 등 유저에게 가까운 위치에서 알려주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배경 안에 필요한 정보를 넣어 찾아내게끔 하는 유저와 상당히 거리가 먼 방법도 있다. 저니는 모든 간접제어 방식 중 가장 먼 방식을 택한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정보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누린다. 가장 깔끔하고 절제된 인터페이스, 가장 깔끔하고 절제된 맵핑, 가장 깔끔하고 절제된 간접제어. 기술적인 면에서 『저니』는 이미 최상급에 있다.
자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물어보고자 한다. 저 사진에서 보이는 비석 같은 게 과연 무엇일 것 같은가?
(팬터마임의 표본)
이 사진은 저 비석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진이다. 저니는 돌아다니면서 벽화를 활성화 하며 추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 벽화들은 감춰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위의 비석의 경우 반드시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벽화다. 위 벽화에 따르면 비석들은 무덤이다. 우리는 황량한 황야에 쌓인 수많은 무덤을 본 것이다. 생명체 하나도 보이지 않는 황야에 수북히 쌓인 무덤들. 여기서 우리는 이 작품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표현한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저니』는 모든 정보를 인물들의 행동과 배경을 통해서만 전달한다. (이는 『저니』에서 사용되는 간접통제 방식들과 그 속성을 공유한다.) 볼 수 있는 활자라고는 오로지 게임의 타이틀 로고와 엔딩크레딧 뿐이다. 이러한 영상매체를 팬터마임(또는 묵언극)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서사는 벽화와 벽화, 선지자의 계시와 계시 사이에 거대한 틈을 낳게 된다. 이 틈은 유저의 행동으로 채워진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서사요소가 등장한다. 바로 '동행자'다. 이 게임은 2인 멀티플레이를 구현했다. 멀티플레이는 불시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여정을 하다 저기 무언가 꾸물꾸물 거리는데 나와 같은 순례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지구 내 어디에서 『저니』에 접속한 인물인 것이다. 대화 하나 제대로 나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된다. 이 두 인물이 동행하면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서사의 틈을 채운다. "자유도". 근래 유저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도가 여기에 등장한다. 또한 서사를 우리 스스로 써나간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게임의 기술과 서사의 기술의 자연스러운 융화. 게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고 무엇일까.
(우리는 멸망한 문명을 탐험하며 빛나는 산으로 가야만 한다)
이 평론을 2부작으로 나눈 것은 이 때문이다. 팬터마임과 간접제어의 성격을 띈 작품이다보니 내용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사유'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선 이야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를 위한 사전 정보는 정리되었으니, 이제 세부적으로 이야기를 분석해볼 때다.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선지자들은 문명의 흥망성쇠를 얘기한다. 순례자는 이를 계시받고 다음 스테이지로 간다. 총 7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고, 6명의 선지자가 나온다. 이들을 스크린샷을 보며 살펴보자.
태초에 산이 있었다
산의 틈 사이로 생명의 빛이 솟아 올라
밤하늘로부터 별을 만들었고
하늘로부터 새를 만들고
대지로부터 풀을 만들고
그 위에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땅에 힘의 기원 솟아오르게 했다
우리는 힘의 기원을 사용하여 문명을 이룩했다
우리는 문명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힘의 기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계속 모아 가두어 문명을 높이고
더더욱 모아 더 위로
더 위로
그 누구도 감히 다다르지 못할 곳에까지
우리는 계속 올라갔다
우리는 몰랐다
힘의 기원이 유한한 줄은
힘의 기원은 무한할 줄로 알았고
무식하게 무의미하게 드높이기만 한 문명은
힘의 기원을 희소하게 했다
우리는 갈등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힘의 기원을 탐했다
얼마 남지 않은 힘의 기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문명을 장기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우리는 무기를 만들었다
서로를 공격했다
한때 영화로웠던 우리는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시체가 쌓여갔고
대지는 황폐화됐다
우리가 세웠던 문명은
잠시 그 존재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흔적만 남기고
대지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태초에 산이 있었다
산에서 솟아오른 생명의 빛은 별이 되었고
별은 그대를 낳았다
선지자의 계시를 기반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이야기는 어떻게 생명이 탄생되었는지, 어떻게 문명이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문명이 번창했는지, 어떻게 문명이 쇠퇴했는지, 어떻게 문명이 몰락했는지, 그리고 유저가 왜 몰락한 세계를 여정하는지를 짤막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저는 위의 내용에서 나오는 문명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문명을 이룩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요소들 (날아다니는 천, 가오리 같은 애들. 특별한 명명이 없어서 힘의 원천이라고 표현했다.)이 군데군데 갇혀있고, 지하로 갈수록 그 찬란했던 문명을 확인할 수 있으며, 더 깊숙한 지하에는 전쟁병기가 눈을 밝히고 돌아다니고 있다.
(고대 문명이 만든 전쟁병기)
다섯번째 선지자까지 선지자들은 순례자의 탄생까지의 얘기를 담았다. 그러니 여섯번째 선지자부터는 그 성격이 달라진다. 전까지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니, 여섯번째는 응당 지금부터의 이야기를 담아야 할 터. 그래서인지 여섯번째 순례자를 만나러 가는 길부터 보이는 벽화들은 유저들이 반드시 보게끔 위치되어 있다. 비석의 안에는
지금까지의 우리 여정이 담겨져 있다
여섯번째 선지자가 나타나고
그간의 당신의 여정을 파노라마로 보여주고
그 여정의 끝도 보여준다
그 끝을 보았음에도...
여섯번째 선지자를 만난 이후 여지껏 황야였던 배경이 설산으로 바뀐다. 이 구간이 가장 난이도가 높다. (그럼에도 다른 게임의 첫 스테이지 같은 수준이다.) 전쟁병기는 시시각각 당신을 노리고, 몸은 얼어붙어 제대로 날지도 못하며 바람은 쌩쌩 불어 순례자가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순례자의 망토는 점점 짧아져 종래에는 날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힘겹게 한발짝 한발짝 정상을 향해 올라가지만 폭풍까지 몰아치는 상황. 그러다 날이 개고 순례자의 길에 모든 저항이 사라졌지만, 체력이 떨어진 순례자는 예언대로 쓰러지고 만다.
그 앞에 선지자들이 나타나고
순례자는 승천한다
승천한 순례자는 자유롭다. 망토도 대단히 길어서 오래 날 수 있는 데다, 구름이 망토의 문양을 채워주고, 힘의 원천들이 시시각각 망토를 채워준다. 승천할 때보면 전쟁병기 2기도 같이 하늘로 승천하고 있는데, 승천하고 나서는 힘의 원천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이 부분은 꽤 중요하다. 선지자들이 범한 모든 만행이 순례자의 승천 이후 치유된 것이다. 또, 순례자는 여정 동안 선지자들 때문에 갇혀 있던 힘의 원천들을 해방시켜주며 여정을 이어나갔다. 즉, 순례자는 처음부터 해방과 치유를 목적으로 세상에 내려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제공 : Leonard)
이 부분은 영상으로 꼭 보기를 바란다.
영상, 음악, 게임, 서사 모든게 완벽하다.
마음껏 공중을 날 수 있게 된 순례자에게 저항요소는 없다. 순조롭게 빛나는 산으로 올라간다. 탄생의 근원이 된 문양들이 먼지처럼 떠다니고, 틈 사이로 보이는 기슭에서는 빛이 난다. 순례자는 기슭으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시작했던 그 곳으로. 순례자의 모습이 아스라해지고 비로소 게임은 막을 내린다.
엔딩 크레딧에서 보면 순례자는 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태초에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2부에서 계속.
얼음병정의 게임서사평론
ㄴ과연 해피 엔딩일까?『투 더 문』: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180
ㄴFortune, Governance, Devil『어쌔신크리드 4 블랙플래그』: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SFl/26
ㄴ"멍청한 SF, 멍청한 가족주의" 『리멤버 미』: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218
ㄴ"인류를 '길러볼까?'"『DMC 데빌메이크라이』: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219
ㄴ"만약 당신이 인생과 대면하고 싶다면" 『저니 Journey』 2부 :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251
얼음병정의 게임 리뷰
ㄴ『리멤버 미』: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210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처음 엔딩 봤을 때 얼마나 황홀하던지... 아직도 잊질 못하고 있네요
리뷰 정말 잘봤습니다 예전에 피키캐스트에서 한번 다뤄서 흥미로웠던 게임인데 다시보니까 엄청난 게임이네요 ㅋㅋ
피키캐스트에서 다뤘던 적이 있군요. 예전에 바이오쇼크를 다뤘던 건 기억하는데 김리뷰 터지기 전에 이미 앱을 지워버려서 ^^;
세상에..리뷰만봐도 얼마나 대단한게임인지 느껴져.. 활자와 텍스트없이 나와 같은 다른 순례자와 말없이 같이 여정을 떠나 다닌다는거 정말 매력적인것 같아 짱이다. 리뷰도 너무 멋져 잘봤어ㅠ
뿅뿅 거리는 게 만국공통어가 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감동이야. 읽어줘서 고마워 :)
이거완전 힐링게임이죠
힐링도 되고, 인생의 지침도 되고 하죠
인생게임하고 인생리뷰쓰셨네
내 생에 다시는 이런 리뷰 못 쓸 거 같은 생각도 드네요
완전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글과 사진으로도 이런데 직접 플레이하면 어떨지 상상이 안가네요 ㅋㅋ
플포가 얼마더라...
뭐든 기대가 크면 실망하게 되는 법이죠.
괜히 기대심리만 키운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와.. 해보고싶네요
유튜브에 플레이 영상들이 꽤 있습니다. 옥냥이라는 분이 2인 멀티로 플레이한 영상이 있는데 그걸 보시는 것도 좋을 거에요. 플레이타임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로 짧기 때문에 감상하기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