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얼마만인가. 며칠전에도 엄청 눈이 왔는데 오늘은 아예 눈치우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눈이 쌓였다. 15센티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누가 눈이 낭만이라 했던가. 우선 오늘 저녁 교회도 내차로 가기는 글렀다. 눈길에 구르기라도 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개들과 산책도 큰개는 끌기 힘들어 두마리만 데리고 동네를 가는 찰나! 큰놈이 우리를 탈출하여 나를 앞지른다. 이놈은 힘이 장사라 눈만 오면 얘는 놔두고 작은 놈들만 산책 시킨다. 오늘은 눈이 쌓여 걷기도 어려워 좀 걷다 그냥 들어와 버렸다. 이럴 때 스키가 필요한 것이다! 80년대에 뉴욕 맨하탄에 눈이 쌓여 사람들이 스키타고 다니던 일이 생각난다. 진기한 풍경이었다.
집에 앉아 목사님 차를 기다리면서 상념에 잠긴다. 자식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나또한 그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가 졸업을 하고 나서 아직도 취업을 못했다. 벌써 이해도 저물었는데 언제 취업소식이 들려올지 모르겠다. 외국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지낸 아이답게(?) 느긋하기 그지 없다. 여기 애들은 경쟁속에 치열한 10대를 지낸 덕에 똘똘하고 강인한데 내 아이는 세월아 네월아 만고강산이라 내 속이 문드러진다. 그렇다고 잔소리도 하루이틀이지 아이 기죽일까봐 눈치만 보고 있다. 외국 애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론을 얻더라도 자립하는데 얘는 한국애도 아니고 외국애도 아니고 대체 어느나라 애란 말인가. 그런 질문을 하는 나도 한국사람도 미국사람도 아닌 어정쩡한 한계인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외딴 시골집이 좋기도 하다.
아파트를 단지 투자대상으로만 여기고 시골에 정착한 나는 나름 이 생활에 만족한다. 우선 이웃 눈치 볼 일이 없다. 도시에서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 받는 글을 매일 접한다. 비싼 내집에서 마음대로 소리를 낼 수가 없으면서도 아파트만 찾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물론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있는 것은 나로서는 닭장속에 있는 닭과 같은 생활이나 다름없다. 가치관의 차이지만 자연속에 매일 다른 풍광을 감상하고 감사하면서 개들과 시골길 걷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단지 풀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거기에 각종벌레,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들고양이, 쥐와 뱀까지 공존해야 한다. 최근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들도 집안에 쥐 돌아 다니는 소리가 싫어서 들였다. 키워보니 고양이의 매력은 개와 비교가 안된다. 너무 귀엽다, 한마디로.
최근 정읍에 이사오신 회원님이 이미 말씀하신 대로 축사, 그것도 돼지 축사는 최악이다. 그냄새는 맡아 본 사람은 다안다. 완전 지옥이 따로 없다. 소냄새는 양반이다. 나는 축사 옆에서도 살아봤다. 냄새는 비올 때 그 진가를 최대한 발휘한다. 비오는 밤 몰래 오물을 시냇물에 흘려버리기 때문이다. 오물처리시설이 있지만 전기요금 때문인지 그 짓을 많이 한다. 동네사람들은 알면서도 돼지똥을 비료로 얻어써서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 것도 한참전의 일이라 요새는 모르겠다.
이웃과는 거리를 두고 사는 게 좋다. 혹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산다면 가깝게 지내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누가 오는지 밭을 어떻게 경작하고 세를 얼마 받는지도 이웃은 다 안다. 미국도 그렇지만 지역교회는 다니는 편이 좋다. 원주에서 혼자 있다보니 교회에서 독거노인이라고 김치도 담가주고 절기에는 떡도 돌린다. 이웃과 친해지기도 그만이고 각종 정보도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궁금한 의료시설이다. 지난 주 뇌MRI를 찍었다. 두통이 늘 있어서 궁금했다. 원주에는 연대의대 부속병원인 기독병원을 위시해서 각종 병원이 많이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원주의료원과 기독병원, 성지병원을 놓고 고민하다 주변에서 성지병원은 그날 가서 바로 찍고 결과까지 나온다고 해서 성지병원에 가서 찍었다. 오후 2시30분 정도에 가서 등록하고 3시 반부터 30분 가량 MRI 찍었다. 뇌사진이라 머리를 집중 찍다 보니 소음이 너무나 크고 무엇보다 폐쇄공포증 있는 사람은 못찍겠다 싶었다. 결과는 바로 나왔다. 400장 찍었고 3차원 사진을 여기저기 보여주며 머리 깨끗하다는 것이다. 두통은 피곤할 때 뇌압이 올라가서 그럴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용은 45만 5천원 들었다. 실비보험이 있어 다음날 20만원은 돌려받았으니 25만5천원 든 셈이다. 같은 날 성지병원 가기전 21세기 산부인과에 들러 바이러스성 물집을 치료할 약도 처방받았다. 모든 것이 2시부터 4시까지 속전속결로 해결되었다. 미국같으면 이럴 수 있을까.
덧붙여 원주가 인구 33만의 소도시인지라 시내를 20분이면 다 섭렵할 수가 있고 중부의 물류 중심도시인 것을 이번에 실감했다. 미용티슈가 떨어져 화요일 오후에 주문했는데 오늘 수요일 오후에 받았다. 이렇게 빠르다니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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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원주 한번도 안가봤는데 좋은데 정착 잘하신것 같아요
특히 눈이 많이 와서 좋겠어요
저도 은퇴후 한국 나가서 육년 살아봤는데 예민한 사람은 아파트 못살겠더라고요
눈은 현재도 쌓여 있고 미끄러질까봐 제대로 산책도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들어 넘어지면 치명적이잖아요. 큰 길들은 다 녹았는데 저의 집 진입로는 눈속에 파묻혀 있는 중입니다. 원주가 서울 청량리도 KTX로 47분이면 가는데 눈은 마음에 안듭니다. 다른 면은 텃세도 없고 사람들도 유합니다.
@아르테미스 눈많은 곳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어선지 눈이라면
정말 노탱큐! 입니다만 원주가 교통과 생활면으론 편리하고 좋네요.
역이민자 마을이 생긴다는 뉴스도 있어서 관심있는데 눈때문에...
원주 이야기를 올리셨었군요. 제가 기억력이 없어서인지 처음 읽는 기분입니다. 그 정도 병원시설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제 상상 속에 원주는 산동네로만 존재했는데 인구가 30만이 넘는 도시이군요! 추천 꾸욱!
인구는 36만이라고도 해요. 강원도에서 제일 인구가 많아요. 어딜 가기도 편하고 막히지 않죠. 치악산 산신이 여신입니다. 그 얘기는 오래되었다는 거지요. 게다가 사람을 불러모으려고 돈벌게 해주는 여신이라고 합니다
" 이 애는 한국애도 아니고 미국애도 아니고 어느 나라 애란 말인가?"
웃자고 쓴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웃겼습니다.
취직했으니 축하이고요
성경의 문학적 특징이 웃자고 한 말이 전혀 없다는 것.
제 조부가 목회를 경주에서 하셨는데 완전 유교와 기독교의 집대성. 친구를 두시지 않고 웃을 때 이가 안들어나게 호호호 하셨지요
감사합니다. 더이상 생활비가 나가지 않아 한시름 놓았지요. 미국은 노동시장이 좋은데 한국은 참 직장잡기 어렵더군요.
아르테미스님은 원주 관광청에서 원주 사랑 전도사로 고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원주를 알고 싶어지니 말입니다.
저뿐 아니라 여기 사는 외지인들 다 원주 좋아합니다. 저도 여러 도시 살았는데 여기가 태어나 가장 오래 살았고 가장 정든 곳이지요. 서울은 고향같지 않은 고향이고 뉴욕은 미국 아닌 특수한 곳,D.C.는 추웠던 기억이 있고, 채플 힐(NC), 춘천, 원주, 용인,광주(경기도) 중 원주가 제일 제기준에 살기 좋아요 ^^
너무나 현명하신 쵸이스네요! 좋은정보에 감사드리고, 한국에도 미국같이 중소도시에 자연환경좋고 인프라좋은 은퇴촌들이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곳에서 처음 알았는데 원주에서 역이민 교포들 집중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한다고 하네요. 시청에 문의해 볼게요
아르테미스님같이 체험을 통해서 역이민자들한테 좋은 지역 길잡이 정보를 주시는분들덕에 고국에 돌아가는 은퇴자들 유치로 지방경제에 도움되고 애써모은 달러돈의 은퇴효용도 커지고 여러모로 훌륭하네요.
말씀대로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은퇴자도 좋고 지역도 좋고 서로 윈윈하는 결과가 나타나길 고대합니다.
원주 뉴스가 뜨니 아르테미스님이 생각나네요.
작은 한반도 제가 안가본곳이 너무 많네요. 사시는
원주가 궁금해요.ㅎ
헐~~ 저도 모르는 뉴스를!!! 감사드립니다. 아마 완공되면 서울에 노인들이 공짜로 오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