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뭐하게? 싶었다
쌀이 생기나 연탄이 생기나 싶었다
해서 낚시를 즐겨 다녔었다 등산보다는 고생도 들하고, 적어도 술 안주거리는 생기는 생산적인 취미 아닐까 싶어서였다 산술적인 면으로만 보자면 분명 그렇다
하지만 하세월 살다보니 인생의 손익 계산서에 꼭 산술만 들어 적용 한다면, 그 삭막함이 날 질식시켜 영혼은 물끼없는 미이라로 쪼그라 들었으리라 싶다
상남자로 불리우는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의 영혼은 촉촉 했다 산악회에서 만난 친구지만 유독 나랑 죽이 잘 맞았다 서로 맘에 들어한 것이다
신어산 시산제 하던날 산 허리에 위치 한 은하사 입구에서 가로 세로 여섯자의 정사각형 상을 지고 신어산 정상까지 올랐다 인간 형상을한 시지프스로 각광받았다
초대 받아간 노래방 에서 기쁨조들 물리치고 손수 조제한 상남자 스페샬 칵테일 한잔에는 온 우주를 담았다
삼차원의 좌표, 한 지점에서 또 다른 한 지점으로 이동하는, 보잘것없는 미물의 흐름을 표현 했다 한다
술잔속에 담배연기 한모금 갇혀있고 표면 장력으로 잔의 입구는 한없이 부풀려져 있기도 했고, 어찌보면 닫혀있기도 했다
상남자, 그는 천재였다
증권회사 다닌다던데 이차 저차 하다보니 잊혀졌다 미국 갔다는 소문도 들리고....
햇살 따사로운 벤치에 홀로앉아 하늘 한번 우러르고 소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시내 풍경 보고 있노라면 근접에 정심상 차려놓고 웃고 떠들던 여인들중 한명이 내게 와서 같이 점심 먹자 권한다
어제저녁 마신술이 과해서 밥생각 없다며 체면치례 해보지만 여인은 극구 권하며 날 이끈다 못이기는척 하며 옷소매 끌려간다
주어진 나무 젓가락으로 맛있는 밥과 찬을 골라가며 찍어 먹는다
그야말로 일찐의 황제 오찬이다
여러번 그러구나니 좀 민망했다
나도 인간인지라 뻔뻔함에 한계를 느꼈다 잘생기지도 몬한기 계속 그러면 쓰나 싶었다
나두 도시락 싸보까? 싶었고, 내친김에 김밥 한번 싸보자 싶었지만, 집에는 쌀이 없었다
나나 애들이나 집에서 밥먹을일 크게 없어 햇반?햅반? 암튼 그걸 사놓고 라면끓여 말아먹는게 고작 이었다
내친김에 쌀 팔아서 밥 한번 해봐? 싶었고, 실행에 옮겼다
마트에가서 살아생전 처음으로 쌀 팔아봤다 십키로들이 종이봉투에 든 쌀을, 멋모르고 된장 버린 항아리에 쏟아붇는 순간,
웬지모를 눈물 한방울이 맺혔다 왜 그랬을까...가슴 깊은 밑바닥에서 설음이 북바쳐 올랐다
김치 볶고 참치 덖어서 김밥이란걸 말았는데 예상대로 되질 않았다
김밥 옆구리 터지는거야 초보라 그렇다 치고 숭숭한 표면이 영 미덥지 못한 꼴이라 김치국물 참치 국물이 배여나와 김 표면이 다 녹아 내렸다 문디 발가락 맹쿠로 왜 그럴까 싶었지만, 그땐 몰랐다
김밥용 김이 따로 있다는것을
그러구러 십 수년이 흘렀고, 이젠 김밥 정도는 제대로 말고 계란막끼도 먹음직스럽게 말줄안다
그러구 보면 내가 집밥 해먹게된 동기가 등산이다
사람들은 뭘 하며 한 평생을 사는걸까
누구든 인생의 굴레가 있다
철공소 잡부로 살든, 글로벌 총수로 살든, 그 한뼘 태두리는 그 넓이에 있어 큰 의미가 없다
한정된 시간을 살다 갈수밖에 없는 미물이므로
누구든 그 테두리 안에서 희노애락 이 있는것이다 보람, 성취감, ? 누구든 그테두리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같다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그래서 뭐 할건데?
별의 발열과 폭발로 생성된 기초 원소로 흩어질 물질의 잠정적 조합의 유기체 일 뿐인데...
그렇다 해서 막 살자는 뜻은 아니다
쓸때없는 고민 들 하고
가질수 없는것에 대한,
이룰수 없는것에 대한 욕심 내려놓고 하늘보며 웃고 살고자 함이다
한번 웃자
하늘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