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나무Japanese Angelica Tree , 木頭菜 , タラノキ楤木총목, 摠木
분류학명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1) 〈오월령(五月令)〉에 보면 “앞산에 비가 개니 살찐 향채 캐오리라/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라지, 으아리를/절반은 엮어 달고 나머지는 무쳐 먹세/떨어진 꽃 쓸고 앉아 빚은 술로 즐길 적에/산채를 준비한 것 좋은 안주 이뿐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두릅은 이처럼 산채의 왕자다. 봄의 따사로움이 대지에 퍼질 즈음, 물에 살짝 데친 두릅나무 순을 빨간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에 넣어본다. 향긋하고 쌉쌀한 맛이 입안 가득히 퍼져 나갈 때의 그 기막힌 느낌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정다운 임이 따라주는 이화주(梨花酒) 한 잔이라도 곁들여진다면 나라님 부럽지 않다.
두릅나무 순은 사람뿐만 아니라 초식동물들도 좋아한다. 그래서 두릅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세워서 새순이 붙은 작은 가지마다 날카로운 가시를 촘촘히 박아 놓았다. 덕분에 자손을 널리 퍼뜨려 수천 년을 무사히 이어왔다. 그러나 수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요즈음 자연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새싹이 남아나지 않아서다. 싹을 내밀자마자 잎을 펴볼 틈도 없이 싹둑싹둑 잘려나간다. 저장한 양분으로 다시 한 번 싹을 내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두 번 세 번 싹둑질을 당하면 목숨을 부지할 방법이 없다. 봄날의 산골마다 시목(屍木)이 가득하다. 이러다가 자칫 식물원에 가야만 두릅나무를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렵다.
두릅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바른 산자락에서 키 3~4미터 남짓하게 자라는 작은 나무다. 가지가 그렇게 많이 갈라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듬성듬성하며, 싹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긴 가시는 오래되면 떨어져 버린다. 요즈음에는 아예 처음부터 가시가 생기지 않는 민두릅을 산림청에서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인공재배할 때 가시가 없으면 훨씬 취급이 쉬워진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한 대궁에 새 날개처럼 달린 잎이 또 한 번 더 갈라지는 겹잎으로 그 모양이 특별하다. 잎 전체의 길이가 어른 팔 길이에 이른다. 작은 잎과 잎 대궁이 마주치는 곳에도 가시가 있다. 가지 끝에서 나오는 꽃차례는 우산모양으로 벌어지면서 많은 꽃이 달린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늦여름에서부터 초가을에 걸쳐 흰빛으로 피며, 검은 열매가 10월에 익는다.
한방에서는 총목피(棇木皮)라 하여 주로 뿌리나 나무껍질을 이용하는데, 위와 신경계통의 병을 비롯하여 몸이 붓는 병, 당뇨병 등에 썼다고 한다. 두릅은 나무두릅 이외에도 흔히 독활(獨活)이라 하여 풀로 분류되는 땅두릅이 있다. 땅두릅은 예부터 한약재로 널리 쓰였다. 고려 문종 33년(1079)에는 중국에서 보내준 약재 속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목민심서(牧民心書)》2) 관질(寬疾)에도 전염병에 독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종류는 다르지만 두릅이란 이름을 가진 나무로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땃두릅나무가 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