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이 생활하는 요양시설에 간호사가 단 한 명도 없다면 가족들은 어떤 마음일까. 갑자기 열이 나거나 호흡이 가빠질 때, 욕창이 생기거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때 적절한 판단과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노인돌봄은 이제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지난 11월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노인요양시설의 숙련 간호인력 확충 효과와 정책 방향'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KDI가 인용한 2024년 선행연구에 따르면 간호사가 근무하는 노인요양시설은 전체의 24.7%에 불과했다. 나머지 75.3%에는 간호사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2026년 현재 모든 요양시설을 새롭게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 선행연구에서 확인된 수치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간호사 없이 어떻게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까. 현행 인력배치 기준에 그 이유가 있다. 입소자 30명 이상인 노인요양시설은 입소자 25명당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1명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여 각각의 최소 배치인원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호사가 한 명도 없어도 법정 인력배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간호사가 없다는 사실이 곧 간호인력이 없거나 해당 시설의 돌봄이 모두 부실하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어르신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그들의 수고와 헌신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과 자격, 법적 업무범위가 다르다. 특히 복합적인 질환을 가진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데에는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어느 직종이 더 소중하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이 적절하게 배치되고 협력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었느냐에 있다.
그런데 왜 요양시설에서는 간호사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인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이번 KDI 연구는 그 배경도 분석했다. 2018년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에 따른 고용비용 충격을 분석한 결과, 요양시설의 간호사 고용은 2.1% 감소하고 간호조무사 고용은 6.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중도 4.25%포인트 낮아졌다. 요양보호사 등을 포함한 시설의 전반적인 인건비가 상승하자, 제한된 재정 안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인력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배치 기준과 장기요양 수가체계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전문 간호인력의 확충이 어르신의 건강뿐 아니라 의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운영된 요양시설 2,890곳의 입소자를 대상으로 장기요양보험 청구자료와 건강보험 진료자료를 연계해 약 1,084만 건의 개인별 월 단위 의료이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설의 전체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입소자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약 7.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입원일수도 약 0.49% 감소했으며, 특히 욕창과 요로감염처럼 세심한 관찰과 전문적인 간호가 중요한 질환에서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입소자별 월 단위 자료를 활용한 통계적 추정 결과이지, 전국 건강보험 총지출이 실제로 7.7%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시설에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적절한 간호와 건강관리가 이루어지면 질병의 악화를 예방하고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충분히 살피지 못하면 제때 대응할 수 있었던 질환이 악화되어 더 큰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돌봄은 어르신의 고통을 덜고 가족의 불안을 낮추며 국가의 의료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자는 올해 요양보호사 양성과정과 현장실습을 거치면서 돌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신체적 수발만이 아니다. 평소보다 식사량이 줄어든 이유를 살피고, 표정이나 움직임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며, 불편한 곳은 없는지 따뜻하게 묻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성만으로 모든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의료적 안전을 확보하는 전문적인 간호체계가 먼저 갖추어지고, 그 위에 따뜻한 일상돌봄이 더해져야 한다.
치유농업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건강과 행복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을 바라보는 즐거움, 꽃과 식물을 가꾸는 작은 활동,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활력을 돕는 소중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치유활동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대신할 수는 없다. 간호사의 전문적인 건강관리, 간호조무사의 업무 지원, 요양보호사의 세심한 일상돌봄, 그리고 정서적 치유활동이 조화를 이룰 때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통합적인 돌봄이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요양시설에 간호사를 더 배치하라는 요구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 운영자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간호사를 추가 채용하려면 인건비가 증가하고, 특히 농어촌 지역이나 소규모 시설에서는 전문인력을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인력배치 기준만 강화하고 비용 부담을 시설에 떠넘긴다면 운영난이 심해지거나 그 부담이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좋은 정책은 목표뿐 아니라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KDI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는 현행 인력배치 기준을 개선하고, 전체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중에 관한 요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특히 간호사 비중 60% 이상을 요구하는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하나의 선례로 제시했다. 이는 모든 요양시설에 당장 60%를 의무화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입소자의 건강 상태와 시설의 여건을 고려하면서 전문 간호인력 확보를 제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장기요양보험 수가와 인력 가산제도의 현실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전문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시설이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에는 인력확보를 위한 별도의 지원과 의료기관 연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들도 적절한 보수와 안정적인 근무환경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재정 운용에서도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간호인력을 늘리면 당장 장기요양보험의 지출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건강관리로 불필요한 입원과 진료가 줄어든다면 건강보험의 부담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을 따로 떼어 비용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두 보험의 재정효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물론 의료비 절감 자체가 돌봄의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진료는 제때 받도록 하면서 예방할 수 있는 질환과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무엇보다 돌봄의 품격은 시설의 규모나 건물의 화려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는지, 아플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하루하루를 외롭지 않고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어르신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돌봄 종사자들 역시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행복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행복은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의 노인돌봄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희생에만 맡겨둘 수 없는 사회적 책임이다. 오늘 우리가 만드는 돌봄의 수준이 내일 우리 자신이 누리게 될 노후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좋은 돌봄은 어르신의 남은 시간을 단순히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존엄과 행복을 더하는 일이다. 노인돌봄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글쓴이 | 행복코치 김동영 · 칼럼니스트 · AI 시민교육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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