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한 노사정 논의가 금년 4월 한 차례 논의가 결렬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년여 만에 지난 9월13일 대타협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내용적으로 볼 때 노사 양측으로부터 일부 불만의 소리들이 있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계속되어야 하는 미완의 합의라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노사정이 우리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이를 풀어가기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간 노동계는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의 요건과 절차를 명확하게 하려한데 대해, 이러한 조치는 쉬운 해고와 쉬운 취업규칙 변경을 가능하게 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4월 노사정 논의를 결렬시킨 데 이어 금년 8월 노사정 논의를 재개한 후에도 막판까지 논의 의제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일반해고와 관련한 이번 노사정 합의의 내용은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고 정리되었다.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정당한 이유를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고 저성과 등 일신상의 사유도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저성과 등 업무 부적응자에 대해 곧바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능력개발 및 직무재배치 등 해고회피노력, 해고예고와 서면 통지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법률과 대법원의 판례를 토대로 노사가 알고 지켜야 할 저성과 등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 요건과 절차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하여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 라고 합의하였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대법원 판례는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법상 취업규칙 변경의 ‘불이익’ 여부, 판례상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 등에 대한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다 보니 산업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법률과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노사의 의견을 들어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사정 합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야당은 여전히 이번 노사정 합의로 인해 쉬운 해고와 쉬운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많은 근로자들이 불안과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행정지침의 성격이 무엇인가’이다. 일반적으로 행정관청의 지침은 내부적으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규정으로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서 취업규칙을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거나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근로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 문제로 인해 더 이상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조재정님 수고많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