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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I Don’t Fire Myself, 2020
한국영화, 장르:드라마, 개봉일:2021.01.28.
감독,각본:이태겸, 제작:홍시쥔,아트윙,
주연:유다인,오정세,
관객:18,399명(2021.03.27.기준)
수상: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배우상(오정세),
7년간 대리로 근무했던 전기회사에서 협력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은 박정은(유다인역)이 자신의 포지션을 찾아 보려고 노력하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정은을 불편하게 여긴다.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과 업무도 낯설고 모든게 부적응이지만 그래도 1년의 시간을 감내해 준다면 다시 회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인사팀장(원태희역)의 약속과 그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티려 한다. 그러나 협력업체에 출근한 정은은 현장소장(김상규역)의 냉담한 반응과 함께 직원들의 조소섞인 비속어에 출근 첫날부터 왕따 신세로 전락한다. 관리감독 매뉴얼을 보려고 하는 정은에게 소장은 그건 소장이 하는 일이라고 하며 빈정거린다. 효과적인 사무실 운영을위해 작업관리 대장을 작성하려는 정은이지만 소장은 오히려 파견 근로자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역정을 내며 하반기 인사에서 정리해고자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를 한다.
원청의 작업기한과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소장은 소장대로 접대도 필요하고 잡다한 일들이 산적하다. 그래서 본연의 업무보다 접대와 로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장이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일들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정은은 협력업체에서 자신의 역할과 포지션을 전혀 못잡아 가고 있다. 직원들도 위험한 송전탑공사에 정은이를 데려가려 하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은이 뿐만 아니라 자신도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작업복도 하나 없다. 원청에서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고 지원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부담이고 해결해야 할 몫이다. 몸에 철심을 박은 사람에게 있어서 송전탑 공사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작업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그 어느것도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저 작업기한과 작업지시만 존재할 뿐이다.
전혀 경험이 없었던 송전탑 공사 작업은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정은에게 삶과 죽음의 기로에 올려 놓는다. 고소공포증은 특정 대상물 장애로 특정 물건을 대할 때 그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약을 반드시 복용해야만 한다고 담당의사(김성미역)가 충고한다. 직원들은 학식있는 원청직원이 모든게 모자란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가능할까 하며 곧 복귀하거나 그만둘거라고 장담을 한다.
그러나 복귀시간 1년의 스토리로 끝까지 벼텨야 하는 정은은 협력업체 막내 노동자에게 송전탑업무에 대한 과외를 부탁한다. 막내(오정세역)는 정은이와 함께 하다가 자신마져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켠에는 안쓰럽고 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결국 송전탑 업무를 교육하기로 한다. 막내는 세명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이 극에 달해 있다. 주간에는 송전탑 근로자로 일하고 야간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새벽시간에도 대리운전 기사일을 하면서 자녀들 만큼은 이런 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은의 등장은 명석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정은에게 밀려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정은을 경계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또 마음 한켠에서는 회사의 비열한 처우에 대한 반감과 정은에 대한 동정심이 교차하는 착한 한 사람일 뿐이다. D급 직원이라도 힘을 모으면 기회가 있고 능률적인 성과가 창출된다는 것이 증명된다.
어느날 정은은 원청회사 동료와 함께 협력업체 가 있는 지역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원청회사에서 받은 정은의 인사고과 성적은 참담하기 그지 없다. D다. 첫 번째 경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번만 더 D를 받으면 그땐 Dead가 된다. 한마디로 자진해서 그만두라는 이야기다. 1년동안 열심히 잘하고 복귀하라는 것이 아니라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자폭하라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본사 인사팀장과 현장소장이 입을 맞추어 평가저하 함으로서 해고의 증거를 조립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평가에 대한 결과를 알게된 정은이 소장에게 D평가를 준 이유를 묻는다. 소장은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현장업무에 대한 평가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업무를 배당하지 않은 것 조차도 배려라는 말로 미화시키려 한다. 분노한 정은이 노동청에 책임자 처벌 및 지방노동위원회 재소에 관한 문의를 한다. 사실상 송전탑 작업자의 작업복은 특수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다. 협력업체가 그러한 비용을 충달할 여력이 되지 못하고 직원 개개인의 사정은 더욱더 그렇다.
원청업체의 박정은 해고 작업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인사팀장은 타 협력업체 소장들의 실적을 사례로 열거하며 박정은을 처리하지 못한 소장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결국 원청에서 현장 실태점검과 함께 협력업체 관리 평가관(이주원역)이 현장을 방문한다. 송전탑 공사에 대한 질의 답변이 계속되지만 업무개선을 위한 것이 전혀 아니다. 송전탑 공사에 참여한 동료들은 전기구이와 낙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해고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달리 방법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박대리가 그저 타인일 뿐이다. 박대리도 원청에서 일할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작업환경과 처우가 이토록 비인간적인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일하다가 죽어도 그저 개죽음일 뿐 누구하나 관심받는 사람도 없으니 내몸 내가 간수해서 자식 교육이나 제대로 시켜 주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후사정에 민감한 송전탑공사는 위험한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작업기한에 쫓기기가 다반사다. 전기가 공중으로 전도되어 위험도가 가중된 일정에도 평가관 평가 때문에 작업을 서두른다. 평가관은 송전탑 직무숙달에 관한 평가를 실시한다. 파견 근로자인 박대리도 포함되어 있다. 박대리는 현재 노동위원회에 제소를 하여 눈밖에 나 있는 상태로 평가관은 이것은 업무평가이기 때문에 제소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는다. 서충식과 박정은과 동료들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평가관은 협력업체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고 지적을 하면서 그 가운데 박정은 대리 평가가 가장 않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근 3개월간 작업대장을 가져 오라고 소장에게 지시를 한다. 협력업체 평가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소장은 눈치를 읽고 오랜만에 바닷가에 오셨는데 싱싱한 회를 대접하겠다면서 접대장소로 모시고 간다.
지방노동청 사무관(강지구역)과 협의를 하는 박정은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계속해서 듣게 된다. 사건 발생 3개월 이내에 재소를 해야 하는데 기간이 촉박하고 본사 파견부당과 직위 직책 원상복구에 대한 재소 결과도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3~5년정도 소요된다고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되어 온 것이다. 특히 재소하는동안 박정은이 업무를 계속 할수 있는지를 묻지만 회사와 전쟁을 하겠다는 직원과 같이 일을 계속할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일을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더 심한 압박을 견뎌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막내의 도움으로 전기교육원에서 송전탑 공사 훈련을 시작한 정은이는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는 훈련을 이어간다. 좀 더 가까워진 막내는 처음에 송전탑을 탈 때 저 높은 철탑을 내가 지켜야 할 우리의 딸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팁을 준다. 그러면 박대리에게는 무엇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답을 찾아라고 말한다. 정은은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하는 막내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본다. 막내는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매일 매일 볼수 있어서 나름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은이 회사에서 해고되었다가 승소한 사례를 들고 찾아온 본사 동료를 만났는데 내부정보유출자로 낙인이 찍혀 협력회사로 가게 되었다는 불편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 친구도 송전탑을 타게 되었는데 등골이 오삭해서 예전의 업무보다 집중이 더 잘된다고 우픈 소리를 한다. 누구든 본사에서 협력업체로 밀려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동료가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정은의 절친은 서충식씨 근무평가가 좋지 않은데 그사람만 이기면 승산이 있다고 귀뜸을 하는데 정은의 마음은 너무다 아파온다. 이게 사는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던 어느날 송전탑 공사중 막내가 추락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원청의 무리한 지시가 부른 결과였다. 늘 예고되었던 재앙이 결국 또 터진 것이다. 작업이 어렵다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애로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원청은 일방적으로 업무의 강도를 높여갔고 결국 막내를 포함한 직업자들이 송전탑에 올라가 작업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인사팀에서 발빠르게 유가족과 합의를 서두른다. 그렇게 큰딸(김규리역)을 만나 남은 동생들의 생활고를 염려해 주는척 하면서 위자료를 지급함으로서 사건을 조기에 수습한 것이다. 분노한 정은이 본사 담당자와 다툼을 벌이며 인사사고에 대한 심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자 본사 원청팀은 여긴 협력업체고 본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을 한다. 정은이 상관도 없는 일에 원청회사가 온 이유를 되묻자 할말을 잃은 본사 담당자가 정은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한다. 정은이는 원청업체가 무리하게 밀어 붙여 발생한 인사사고라면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원청은 그런 생각 때문에 협력업체로 쫓겨 난 것이라고 말하며 이제 너도 여기 직원 다 된 것이라고 몰아 붙인다.
공사현장에서 갑자기 정전사고가 발생한다. 자가발전기를 찾으려 하는데 협력업체 관리소에는 자가발전기 자체가 없다. 모든게 엉망이고 구조적으로 문제투성이다. 내일 인사위원회가 개최되면 정은이는 해고를 당하게 될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다. 정은이가 송신소 철탑공사에 느닷없이 나타나 수리작업을 위해 올라간다.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가? 일하다가 죽으면 또 다른 사람을 사용하면 되는 소모품인가? 나의 엄마 아빠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해고했다. 회사 동기들도 나를 해고 하고 다니고 있는 회사도 나를 해고했다. 그러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영화는 끝이났다. KTX여직원의 문제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제작되었다고 말한다. 갑과 을의 선명한 경계를 본다. 영화가 끝난후에라도 무엇이 바뀐 것이 있을까? 그저 일회용품으로 여기는 을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왜 바꿀수 없고 개선할 수 없을까? 이유를 묻고 싶을 따름이다. 그리스도인이 고용주인 회사에서는 어떨까 궁금해 진다. 그리스도인이 직장 상사인 회사에서는 또 어떨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스도인들도 여전히 갑질하고 무리한 지시만을 한다면 그 댓가는 분명 참혹할 것이다. 공평과 정의를 말씀하는 하나님앞에서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분명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