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이야기입니다.
꼬맹이가 휴대전화를 너무 좋아합니다.
앞에 앉아서 엄마빠 휴대전화를 번갈아 가지고놉니다.
누워서 가만히 보다가,
심사가 뒤틀려 뺏어서 베개 밑에 숨겼습니다.
아빠를 잠시 빤히 보던 꼬맹이가
베개 밑을 뒤지더니 휴대전화를 꺼내갑니다.
생각해보니, 시기가 한참 지났습니다.
근데 꼬맹아.
방금 아빠 비웃은건 아니지??
여름이 되면,
대자리와 함께 수건재질로 만든 이불을 꺼냅니다.
가볍고 부드럽게 감기며, 땀흡수가 좋은 이 이불은
여름철 필수품입니다.
샤워를 마치고 이불을 돌돌감고 나른함을 즐기는 데
꼬맹이가 다가옵니다.
놀아줄 심산으로 이불로 제 얼굴을 가렸다 내리면서
'까꿍!'
합니다.
얼굴 한 가득 웃음을 띄우며
'까르르'
넘어갑니다.
몇 번 더 해주니 신이 나서 날아갈 것 같습니다.
몇 일 그러고 놀아주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샤워 후의 나른함을 즐기는데
꼬맹이가 스르르 오더니
제 앞에 있는 이불자락을 들어올립니다.
꼬물거리는 손을 최대한 들어 얼굴을 겨우 가리더니
재빨리 내리면서,
얼굴과 몸을 제 쪽으로 기울이더니
'까~~!'
합니다.
어찌나 이쁘던지
'아이고! 채빈이 여기있네~.' 하고 맞장구를 쳐주니
신나서 까꿍놀이를 반복합니다.
근데 꼬맹아. 영속성은 어디간거니??
몇 일전부터 꼬맹이가 감기 기운이 있는지
기운이 좀 없어보입니다.
매사에 기운 넘쳐서 날아다니는 녀석인데
어제 밤 처가에 가서는 열이 계속 올랐답니다.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냉찜질을 해도 소용없고
조금 전에는 열이 41도까지 올랐답니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둔한 꼬맹인데
하도 칭얼거려서 자세히 보니,
어금니가 올라온답니다.
아이고 꼬맹아.
니가 클라고 엄마빠 마음까지 같이 아프게 하는구나.
덧.
여름이 되면, 대자리와 수건이불을 벗삼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잠을 잡니다.
종일 끓는 솥을 붙잡고 오를대로 오른 체열을
천천히 식혀주면서 자야 다음날이 수월하거든요.
어제 아침. 주말이고, 꼬맹이 어린이집 안가니.
아침잠을 더 즐기고 있는 데,
발아래에 뭔가 꼼지락 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꼬맹이가 깨서 놀러다니는 구나.' 하고 있는 데
만14개월 꼬맹이가,
지 한테는 없는거라 그랬는지
뭐시 잡을만 했는지
덥썩 잡고 땡기더니, 안따라오니, 퍽퍽 때립니다.
혼비백산해서 일어나 꼬맹이를 내려다보니
아빠를 보고 씨-익 웃습니다.
아빠를 성공적으로 깨운 뒤 식사 중이신
건방진 꼬맹이
첫댓글 채빈이 많이 컸네!
채빈이 아빠가 교육학 석사 티가 나는구먼, 피아제의 '대상영속성'을 이야기하다니.....
이렇게 아빠가 딸 육아일기를 쓰면 나중에 귀중한 자료를 넘어 보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