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5(화)
루카 복음 17,1-18,14
(루카 17,17)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루카 17,17-18)
열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루카 17,21)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묵상-
나병환자 열사람을 고쳐주셨는데,
오직 한 사람만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나병은 치료가 어려운 위중한
질병인데, 기적을 베푸신 주님께는
생까고 병이 치유된 것에만 집중,
‘감사함을 모르는 아홉 사람’의
무리에 속한 거다.
너무 절박하여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기도할 때만
해도 나름 믿음이 있어 보였다.
허나 어깨에 멘 무거운 십자가가
내려지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상태가 되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주님을 나이스하게 외면한 것이다.
오래전, 힘들게 재수를 한 작은 딸이
원하는 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차에서 엉엉 울었던 적이 있었다.
'하느님 세상에나 감사합니다.
저희 모녀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수님, 성모님도요'
곧 회의가 시작되는데 나는
주차를 하고 한쪽 구탱이에 서서
영광의 신비 5단을 바치며,
이 기쁨과 영광이 변질되기전에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했다.
그런다음 가족과 친정과 기도해주신
분들께 소식을 전했다. 그땐 나름
순수했었던 것 같다.
열사람 중 단 한사람, 주님의 말씀을
행한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너무 허탈하신 주님,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라고 한탄하실 만도 하다.
사마리아 사람은 성경 속 곳곳에서
등장한다.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물을 선물받은
사마리아 여인도 그렇고, 사제와
레위인마저 외면했던 강도 맞은 환자를
극진히 살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
그리고 오늘 믿음으로 나병이 치유되고
주님께 인정받은 의리의 사마리아 사람.
주님께서 외국인인 사마리아 사람들을
도구로 쓰시며 구원사업을 펼치신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기득권층인
유다인들이 무시하고 상종도 안하며
외면했던 사마리아 사람들이지만,
주님께서는 그런 선입견을
깨부수기라도 하듯이, 종종 이런
상황을 연출하셨던 거다.
시사하는 바가 크고, 교만과 겸손을
묵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홉 사람은 고마움도 모르고 가버리고,
주님 곁에 남아 감사를 드린 모습에서
주님은 그의 믿음을 높이 평가하셨다.
왜 일까? 그 다음 구절(루카 17,21)인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에 답이 있어 보인다.
하느님의 나라는 저기에 있고, 거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치유된 아홉은
‘지금 여기’에 계신 주님을 등지고
거기나 저기 어디에 가서 자기들끼리
자축을 했던 것, 주님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주인이심을 알았다면 어디 감히!
지금 여기에 계신 주님을 의식하며
그분께서 이르시는 대로 행한다는 것,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지금 여기의 현존 체험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과거 거기 아니고
미래 저기도 아니라는 거다.
거기에 하느님, 저기에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 우리가 만들어낸
형상일 뿐이라는 것, 그것은 곧
하느님 나라인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현존하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걱정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어둠의 영향일 뿐이다.
열사람 중 한 사람인 사마리아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믿고, 그분의 곁에 남아
감사를 드렸던 거다.
주님께서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18,8) 라고 하신 것도,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루카17,33)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신 것도
과거에 연연하여 지금 우리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시며, 너 지금 여기 있지 않고
과거 어디에 가 있는거니?
아니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어디로 가서 세속사람들과
영광을 나누고 있는거니?
라고 말씀하신게 아닐까 싶다.
창세기에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신
하느님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려온다.
믿음에 믿음을 더해주시는 주님!
열사람 중 한 사람인 사마리아
사람을 떠올리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또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성찰을 해봤습니다.
모든 것의 기본은 믿음일진데,
작은 믿음 하나 뿌리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 마저도 주님 당신의
도우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 삶과 성경 속 인물들을 통해
깨닫곤 합니다.
저희가 아무리 세리의 기도인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8,13)라고
부르짖어도, 여차하면 은혜도 모르고
주님을 떠나간 아홉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저희를 더 도우셔야겠지요.
오늘도 염치없는 기도를 바치며,
저희 가운데 있는 하느님의 나라,
즉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더욱 집중하며
예수님 발 앞에 서있던 사마리아
사람과 함께 당신 곁에 머물겠습니다.
무지하고 미련하고 교만한 저희를
이리 관대하게 기다려주시어,
참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첫댓글 요셉피나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