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10강은 제비꽃 선생님의 집이 있는 의령에서 녹차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떡차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매주 자연으로 소풍 가는 기분으로 산야초 수업에 참여하는데 이날은 날씨가 궂어 함께 공부하는 벗들도 많이 가질 못했다. 비가 잠깐 조금만 왔던 게 아니라 부산에서 카풀을 해 의령으로 출발, 도착 후 짐을 풀고 산야초 수업을 듣는 내내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었다. 비가 내렸다기보다 비가 지속적으로 퍼부어 댔다고 해야겠다. 10강의 계획대로라면 원래 떡차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빗길 운전과 그날 비로 인해 여러 변수가 생겨 우리는 다른 수업을 하게 됐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듯 매번 채집의 순간을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나물 채집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그 즐거움이 컸었다.
선생님 농막 주변은 지천으로 먹을 수 있는 산야초로 가득했다. 돌미나리와 개망초, 광대싸리, 참취, 좀깨잎나무, 금전초, 키다리 나물(삼잎국화), 달맞이 등 너른 들판과 산에서 저절로 자라고 있는 들풀과 나물이 엄청나게 광대했다. 이번 1주일만큼은 장을 보지 않겠어! 각자의 목표가 있기라도 한 듯 비 오는 것도 잊고 나물 삼매경에 빠져 자신의 봉지마다 먹거리를 가득 채워나갔다.
산에서 스스로 자라고 있는 참취를 보았는데 자연에서 때에 맞게 차례대로 나물이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모르면 안 보일 것이 알게되면 참취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데 방송에서 봤던 자연인들도 자연에서 이런식으로 먹거리를 해결한다면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자연에서 먹는 것과 못 먹는 것만 구분해도 그런 삶이 가능할 테지. 이번 수업 중 내게 새롭게 들어온 사실은 산의 비탈진 자리가 여러 곳의 양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요즘 시기에는 참취가 나온다는 것을, 나도 집으로 와 내가 살고 있는 산 주변의 비탈진 곳도 그럴까? 궁금한 마음에 산을 찾았는데 정말 참취를 볼 수 있었다.
기억에 오래 남는 일은 평소와 달리 예기치못한 상황이 생겨났을 때인데 이날 우리도 그랬다. 비속을 뚫고 의령으로 안내하고 카풀 했던 선생님과 벗들 덕분이다. 비 맞으며 나물 뜯던 것 농막 안에서 참취 돌나물 돌미나리 대충 씻어 쌈으로 먹었던 점심, 유주샘의 퍼팩트한 장비 완료로 즉석 커피까지 모두 좋았다. 궂은 날씨에 우리는 고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특별한 사연을 가지게 되면서 아마 모두들 잊지못할 순간이 되었을 것 같다.
첫댓글 샘님 후기는 늘 온기가 느껴집니다. 특별한 추억 좋았겠어요. 일주일만큼은 장을 보지 않겠다는 목표, 멋찌네요~ 달성하는 그날까지, 산야초팀 화이팅~!^^
덕분에 산야초 공부합니다 풀꽃쌤~~~
비가 와서 이게 진행이 될까? 염려스런 마음을 다 아는 듯 맞이해준 선샌님들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날이었어요. 따듯한 차와 먼 거리를 운전하며 나눈 이야기들, 그리고 야생 돌나물과 미나리는 아직도 잘 먹고 있답니다 ㅎㅎ !! 야생초 마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올만큼 산야초를 알면 알수록 산과 들에 자주 가고싶은 욕구가 커져요ㅠㅠ 늘 섬세한 순간 담아주시는 풀꽃샘 감사합니다~! -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