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철도문학상
[최우수상] 플랫폼/ 김ㄱ진
어긋난 철길을 건너는 일은 도착하지 못한 문장을 주워 담는 일
건너편에 앉아 있는 여린 빛의 조각들 고개를 들고
우리를 가로지르는 기차의 기나긴 슬픔을 듣는다 이제 쓸 수 없는 이야기가 낡은 폐역에 정차해 있다
대합실에서 외딴 얼굴을 한 채로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불러줄 사람을 기다렸다고
겹겹의 시간처럼 부풀어서 가두어 둔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영영 이곳과 저곳을 건너며
사람들이 두고 간 우산처럼 이야기를 펼쳐 보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왜 자꾸
얼굴과 얼굴을 이어보려는 걸까
그 사이의 작은 균열을 이해하려 애쓰는 걸까
내가 모르는 먼 곳에서
먼저 도착한 문장끼리 가족을 이루고
식탁에 모여 앉아 끓는 된장찌개를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면
허물어지는 기분이
배차 간격이 짧은 열차처럼 도착하는데
속력을 가졌다는 건
터널에 떨어진 어둠을 바깥으로 끌고 갈 힘이 있다는 것일까
떠나는 열차의 선로를 오래 바라보았다
구부러지고 이어지면서 다음 역을 향해 달려가는 소리를
점등하는 불빛 아래에서
바람의 높고 낮은 음표에 휩싸이고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능선처럼 기울어진 어깨를 가진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전등을 켜두고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 읽는 플랫폼은
행간을 건너는 방법을 아는
곧은 자세로 시간을 견디는 풍경 같다
언제가 되었든 도착하기만 하면 돼 그렇게 말하며
어두운 하늘을 떠받치는 지붕 우리에게 닿는 것이
전부 기다리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면
심장 안쪽에서도 나무가 자라는 것 같다 푸른 빛의 풍경을 가져본 사람처럼
좌석에 앉아 목적지를 떠올릴 수 있겠다 출발하는 열차의 꼬리에서부터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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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예지/공모전 당선 詩 소개
제10회 철도문학상 [최우수상] 플랫폼/ 김ㄱ진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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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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