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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적당한 힘 /김정미(필명 김도은)
새를 쥐어 보았습니까?
새를 쥐고 있으면
이 적당한 힘을 배우려 학교엘 다녔고 친구와 다퉜고
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온갖 소리를 가늠하려 했었던 일을 이해하게 된다
온기는 왜 부서지지 않을까.
여러 개의 복숭아가 요일마다 떨어지고
떨어진 것들은 정성을 다해 멍이 들고 꼼지락거리는
애벌레를 키운다
서로 다른 힘을 배치하는 짓무른 것들의 자세
새로운 패를 끼워 넣고 익숙한 것을 바꿔 넣으면
손을 빠져나간 접시가 깨졌고
칠월이 손에서 으깨어졌고
몇몇 악수(握手)가 불화를 겪었다
세상의 손잡이들과 불화하든
친교를 하든
모두 적당한 힘의 영역이었을 뿐
몰래 쥐여준 의심과 아무렇게나 손에 쥐고 있던 새의 기록에서
별똥별을 본다
적절한 힘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으면 해
포장도 예쁘게 해서
심지어 택배로 보낼 수 있었으면 해
평평하고 고요한 힘
고요해서 막다른 골목만큼 지루하고 착한 힘
모자라거나 딱 맞는 힘이 아니라
오르막을 오를 때 내리막 힘을 딛고 올라가려 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일들을 데려오거나
데려간 그 힘.
손닿는 곳마다 손잡이가 있는 건 아니니까
하루를 조금 더 올라가 보려는 거겠지
한 발 한 발 올라간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삐딱하게 어둠이 잡음으로 끼어들어도
멈추지 않으려는 거겠지
불편한 새를 손에 쥐어 보기 전에
적당한 힘 하나 손금으로 열어두어도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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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분석, 오늘은 국제신문 신문의 당선자 김정미의 '적당한 힘'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당선자 김정미 씨는 1968년 춘천 출생으로, 필명은 김도은입니다.
2015년 시와 소금 잡지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영주신문 신춘문예(극빈/김도은)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https://m.cafe.daum.net/somdaripoem/q2pc/128?svc=cafeapp
강원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현재 춘천에서 거주하고 계신 분입니다. 시인으로 공식 등단한 지 10년이 지난 분인데, 신인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신춘문예에 도전을 하셨네요.
당선소감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기방열방식처럼 쓰린 곳들이 덤덤해지기 시작했습니다.누군가 그것을 온기라 귀띔해주었습니다.실망이, 좌절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시의 점등구간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일이었음을 이제야 알 것도 같습니다.
(중략)
겹겹의 파동과 가파른 언덕들. 그 경사의 반환점을 도는 일은 여전히 바람이 불고 큰 비가 내리고 땡별이 가득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쓸쓸하겠지만 부서지지 않고 가다 보면 적정한 온도를 갖게 되지 않을까요
살면서 간절해지는 것은 절대 만들지 말자는 다짐을 매번 무너뜨리는 시 쓰기.>
2025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김정미 <적당한 힘>
(심사위원 정익진 김언 이제니시인)
심사평
<좋은 시는 자기만의 언어를 동반하면서 나온다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를 발굴하는 사람이
곧 시인이라는 말도 가능하겠다. 자기만의 언어는
시적인 언어만 단련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언어일 때
비로소 자기만의 언어가 되고 시가 된다.
저마다 달라야 하는 시의 언어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삶을 을 터전으로 하기 때문이다.(중략)
'적당한 힘' 역시 질문 하나로 시작해, 그 질문을 끝까지 끌고 가는 방식으로 시상이 전개된다. 뒤로 갈수록 질문에 응답하는 문장들이 조금 더 폭발하듯이 쏟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적절히 시상을 확장하면서 한 편의 시를 완성도 있게 제어하는 솜씨가 마지막에 신뢰를 주었다. 오랜 시간 시의 언어를 단련한 흔적이 역력한 '적당한 힘'을 눈이 끝에 당선작으로 뽑았다.
축하드리며, 오래 정진하기를 빈다.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언어일 때 비로소 자기만의 언어가 되고 시가 된다는 시론과 당선작에 대해서는, 한 편의 시를 완성도 있게 제어하는 솜씨에 점수를 주었음을 말하고 있네요.
시의 구조
1. 도입부(기): 질문으로 시작 (1연)
2. 전개부(승): 상징적 이미지와 사례를 통한 확장 (2~3연)
2연: 온기와 복숭아
3연: 힘의 조율과 실패
3. 확장부(전): 적당한 힘의 철학적 사유 (4~6연)
4연: 힘의 균형과 별똥별
5연: 적당한 힘을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면
6연: 오르막과 내리막의 힘
4. 결말부(결): 여운 있는 마무리 (7~8연)
7연: 삶의 불확실성과 도전
8연: 열린 가능성
사의 주제와 메시지
새를 쥐어 보았습니까?
새를 쥐고 있으면
이 적당한 힘을 배우려 학교엘 다녔고 친구와 다퉜고
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온갖 소리를 가늠하려 했었던 일을 이해하게 된다
우선 이 시는 힘의 적절한 크기와 방식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새를 지어 보았습니까?'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부드럽게 쥐어야 깨지지 않고, 또 자유롭게 놓아야 날아갈 수 있는 새를 통해 힘의 적절한 사용을 비유적으로 말합니다.
("적당한 힘"은 삶의 기술이나 태도를 배우는 과정을 은유합니다.
학교, 친구와의 다툼, 창문 밖 세상 소리 등은 개인이 관계와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는 다양한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합니다.)
온기는 왜 부서지지 않을까.
여러 개의 복숭아가 요일마다 떨어지고
떨어진 것들은 정성을 다해 멍이 들고 꼼지락거리는
애벌레를 키운다
이어지는 질문은 '온기는 왜 부서지지 않을까?'라는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 유연함을 상징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떨어진 복숭아가 애벌레는 키운다는 이미지입니다.
실패와 상처가 주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죠.
("복숭아"는 상처받기 쉬운 존재를, "애벌레"는 상처와 실패 속에서도 피어나는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관계와 삶에서의 상처가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힘을 배치하는 짓무른 것들의 자세
새로운 패를 끼워 넣고 익숙한 것을 바꿔 넣으면
손을 빠져나간 접시가 깨졌고
칠월이 손에서 으깨어졌고
몇몇 악수(握手)가 불화를 겪었다
("짓무른 것들"은 상처받고 흔들리는 존재를 의미하며, 그 안에서도 균형을 찾으려는 태도를 묘사합니다.
힘의 조절과 배치의 중요성을 나타냅니다.
관계와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와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접시가 깨졌다", "악수가 불화를 겪었다"는 삶 속의 불완전함을 나타내며, 적당한 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세상의 손잡이들과 불화하든
친교를 하든
모두 적당한 힘의 영역이었을 뿐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이 적당한 힘의 조율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입니다.
불화와 친교는 양극단의 사례로 제시되어 균형 감각의 중요성을 부각합니다.)
몰래 쥐여준 의심과 아무렇게나 손에 쥐고 있던 새의 기록에서
별똥별을 본다
("몰래 쥐여준 의심"은 신뢰의 부족, "새의 기록"은 관계의 결과를 의미합니다.
별똥별은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깨달음이나 희망을 상징합니다.)
적절한 힘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으면 해
포장도 예쁘게 해서
심지어 택배로 보낼 수 있었으면 해
(적당한 힘을 상품화하여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상상을 통해 주제를 구체화합니다.
유머러스한 표현이지만, 삶에서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움을 역설합니다.)
평평하고 고요한 힘
고요해서 막다른 골목만큼 지루하고 착한 힘
(평온한 힘을 묘사하며, 단조로움 속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강조합니다."막다른 골목만큼 지루하고"는 이 힘이 지나치게 안정적이라 다소 단조롭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표현합니다. 막다른 골목은 선택지가 없는 정적인
상태를 암시하며, 고요함이 만들어내는 평온함의 이면에 있는 정체감과 답답함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루함은 "착한힘"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폭발적이지
않지만 선하고 지속 가능한 힘으로, 삶과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부드럽고 안전한 태도를 상징합니다
즉 막다른 골목은 삶의 단조로움과 정체성을 은유하며, 안정적인 힘의 중요성을 나타냅니다.)
모자라거나 딱 맞는 힘이 아니라
오르막을 오를 때 내리막 힘을 딛고 올라가려 하는,
(힘의 적절한 균형이 삶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내리막 힘을 딛고"는 역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일들을 데려오거나
데려간 그 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적당한 힘의 조율을 통해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손닿는 곳마다 손잡이가 있는 건 아니니까
하루를 조금 더 올라가 보려는 거겠지
(삶에서 항상 안정된 기회나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조금 더 올라가 보려는" 노력은 불확실성을 딛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한 발 한 발 올라간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삐딱하게 어둠이 잡음으로 끼어들어도
멈추지 않으려는 거겠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를 강조합니다.어둠은 장애물을 상징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의지와 끈기를 나타냅니다.)
이어지는 연에서는 적당한 힘을 사례로 강조합니다.
"평평하고 고요한 힘'
내리막 힘을 딛고 올라가는 힘" 구절을 통해 내면의 힘을 강조합니다.
"적절한 힘을 파는 상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무척 재미있는 소망도 표출합니다.
이어 삶에는 불편함과 불완전함이 있으니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불편하고 불완전한 삶이지만
필요한 만큼의 힘을 얻어 자신의 길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시는 삶속에서 적당한 힘의 균형을 견지해야 함을 시시합니다.
과도한 힘은 관계를 파괴할 수 있고,
부족하면 의도를 전달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편한 새를 손에 쥐어 보기 전에
적당한 힘 하나 손금으로 열어두어도 괜찮은
(결말에서 적당한 힘이 삶의 유연함과 균형을 유지하는 열쇠임을 암시합니다.
"손금으로 열어두어도 괜찮은"은 관계와 삶을 향한 열린 태도와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질문으로 시작해
이미지와 사유를 펼치고
여운 있는 결말로 시적 메시지를 전하는 시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우리가 시작과 관련해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질문을 통한 도입부의 주제 제시입니다. 특히 '새를 지어 보았습니까?' 질문은 독자에게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떠올리게 하죠.
시의 도입부를 독창적으로 하라는 창작 지침을 잘 실천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둘째는 이미지와 상징의 활용입니다. 새, 복숭아, 애벌레, 별똥별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제목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한 '적당한 힘'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새를 쥐는 행위는 힘의 조절을 상징하고, 복숭아의 상처와 애벌레는 성장의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제를 보다 생동감 있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주제를 향한 반복적인 변주입니다.
핵심 주제를 여러 측면에서 반복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변화를 줘서 새로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모자라거나 딱 맞는 힘에서 삶의 태도를 연결하는 데, 일상적인 상점이나 택배와 연결해 보다 친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자칫 잘못하면 반복적인 변주로 변화를 주지 못할 수가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새로움을 잘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되겠습니다.
넷째는 일상적인 요소를 철학적인 사유로 이렇게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적당한 힘을 파는 상점이나 또는 택배로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구절은 일상적인 장면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철학적인 사유로 승화시킨 그런 구절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시적 진수를 막연하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되니까 그렇습니다.
다섯째는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적절하게 결합하여 시의 운율과 리듬감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섯째는 마무리에 여운을 남기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신문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강의하는 영상에서 독창적인 첫 문장, 그리고 여운을 느끼는 마지막 문장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이 작품은 이를 그대로 실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적당한 힘 하나 손금으로 열어두어도 괜찮은"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면서 삶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고 있는 마지막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제를 도입부에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질문과 구체적이고 생생한 다양한 변주, 그리고 여운이 깊은 마무리로 독자를 시에 몰입하게 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기법들을 잘 활용한다면 시적 성과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2025년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김정미의 "적당한 힘"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 시는 제목이기도 한 "적당한 힘"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삶의 태도와 인간관계 등에서의 균형 감각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그런 시편입니다.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도입부,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문장이 매우 돋보이면서, 주제를 우려내기 위한 반복적이고 다양한 변주, 상징과 이미지 등을 사용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새로움을 유지해 나가는 그런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공부에 텍스트가 될 만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탤릭체는 옮긴이의 개인적 의견을 첨가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