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도로를 이용하니 불태산진원성 식당 앞까지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무등산 접근보다 가깝다.
9시가 되기 전에 진원성터 솔숲을 걷는다.
농도를 달리한 초록들이 조화롭고 상큼하다.
대절봉에 들어서니 하얗고 분홍인 철쭉이 피기 시자하고 있다.
건너편의 무등산도 보이지 않고 벌판도 안 보인다. 사위는 흐릿하다.
아침 이슬 맺힌 꽃들을 보며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 사방댐에 닿으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주차장 너른 광장에 캠핑장이 들어서 커다란 텐트들이 즐비하고
마당 가운데엔 트렘플린이 있고 그 안에 꼬맹이들이 소리지르며 뛰고 있다.
대부분 젊은 부부들인 듯하다.
두 동의 팬션사이를 지나 귀봉쪽으로 길을 잡는다.
고운 철쭉과 굳게 서 있는 보춘화 꽃을 보며 가파른 길을 오른다.
한 사나이가 휘바람을 불며 바위 사이를 헤매고 있다.
뭘 찾느냐니 보이는대로 라며 나더러 캠핑장에서 자고 오느냐 한다.
바위를 올라 능선 암봉 앞에 한 사나이가 앉아 있다.
어디서 올라왔느냐니 캠핑장이란다.
장성청에서 근무할 때 숙직하고 이 능선을 걸을 땐 길이 멀었고 전차부대의 포격장이 있어 조금은 무서웠다.
쉬었던 정자를 지나 조망이 열리는 바위에 기대어 물을 마신다.
보니 물이 모자라다.
어제 먹은 소주는 뚜껑을 꽉 막지 않아 반은 흘려버리고 차에 있는
캔맥주도 챙기지 않았다. 빵을 안주삼아 소주를 핥듯 아껴 한모금 한다.
다시 챙겨 일어나 큰재쪽으로 내려간다.
깃대봉까지의 길은 바위 능선이 은근히 호쾌하다.
비 온후의 벌판이 흐릿하여 조망은 없다.
깃대봉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진달래를 보고 불태봉 쪽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갓봉을 지나고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작은 바위봉우리를 돌지 않고 일부러 위로 올라가니 스릴이 있다.
봉우리 끝마다 소나무 아래 바위들이 서 있게 해 준다.
12시 15분을 지나 뾰족한 봉우리르 급하게 오른다.
불태봉인줄 알았더니 건너편 봉우리가 또 있다.
봉우리에 한 부부가 앉아 있어 난 앞봉우리로 나가 한재면쪽을 내려다 보고 앉는다.
빵과 소주를 핥으며 시간을 보낸다.
흐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했는데 13시부터라고 네이버날씨도 바뀌어 있다.
그렇잖아도 물이 없어 한재까지의 걸음은 포기했다.
남은 물과 간식을 모두 먹고 봉우리에 들렀다가 돌아온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소리가 커 지더니 작은 우박이다.
우산을 펴 찬바람을 맞으며 능선의 바위를 넘는다.
학동마을로 빠지는 길이 보이지만 깃대봉까지 들러 사방댐쪽으로 걷는다.
언젠가 들른 의기바위쪽을 생각하다가 대절봉을 지나기로 하고 사방댐까지 걷는다.
비는 그쳤다. 캠핑장엔 텐트가 남아 있다.
철쭉을 보며 차에 오니 3시가 다 되어간다.
차는 꽃잎과 꽃받침을 가득 얹고 있다.
가까이의 고산서원에 들렀더니 문이 잠겨있어 산앙문만 보고 온다.
첨단쪽을 지나 북광주에서 동림으로 운전하여 돌아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러 나간다.
배가 고파 빵을 뜯어 먹다가 저녁을 생각해 참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