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데뷔하던 날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하게 들리긴 한다
프로선수로 데뷔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런 표현을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아마추어 골퍼들이 처음 필드에 나가는 일을 일컬어 <머리 올린다>고 하는데
나도 이 표현이 애초 맘에 안들었지만 딸애 역시 이 말에 질색을 한다
표현을 바꾸어' 필드 데뷔' 로 하자 했더니 좋은 표현이라며 받아들인다
나는 연습장에서의 일주일 연습보다 하루 필드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직 딸애가 연습이 덜 되었지만 필드경험을 같이 해 주기로 한다
사위는 필드경험이 꽤 있어 걱정이 안되었지만
우드채 한번 잡아보지 않고 아이언과 드라이브 연습만 한 딸에겐 고행이 예견된 행사였다
땀 꽤나 흘릴 딸내미 생각에 웃음도 나오고 걱정도 되고.
장인 장모 드린다며 이쁜 공까지 주문해서 가져왔다
그냥 공 색이 특이하네 하고 생각했는데
캐디가 반반공이라며 무척 인기있고 비싼 공이라고 한다
고뢔?
절대로 해저드에 빠뜨리면 안되겠군 하고 신중해진다
오늘의 코스인 레이크와 밸리코스에 있는 파3 중 딸애가 해저드를 넘길 만한 홀이 없을 것 같은데 ....
헌공 많이 들고 오니라~~~
연못에 있는 잉어밥으로 많이 던져 줘야 할 거다
그래도 얼마나 기대를 하고 왔겠는가
블랙- 화이트로 의상까지 맞추어 입고 온 젊음이 그냥 이쁘다
"자~~ 드라이브란 이렇게 치는 거란다"
시범을 보이는 남편
"굿샷!"
셋이서 박수를 보내니 남편은 '봤지?' 하는 표정으로
다소 거만하게 티박스에서 내려온다
오늘 1일코치는 단연 아빠다
평소 80대 초반의 스코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남편은
잔소리 스타일이 아니라 핵심을 찍어 가볍게 조언하는 스타일이다(최소한 나한테는)
그래서 실제 라운드 중
샷이 제대로 안될 때 한마디 딱 짚어주면 샷이 금방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비거리가 짧기도 하지만 페이드나 드로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딸내미.
공이 자유분방하게 날아간 곳 마다 열심히 따라다니며 코치 하느라
남편의 발걸음이 바쁘다.
우리도
그린피 아깝지 않을 만큼 갈지자로 필드를 누비며 다닌 때가 꽤 있었지
오늘 평소 라운드 때 걷는 걸음 수의 두배 가까이 걸은 것 같다
에쿠!
아잉~~
소리를 연달아 내는 딸
아빠 ~~ 공 굴러가유~~~
내 맘처럼 공이 맘대로 떠가면 얼마나 좋을까나
그래도 어쩌다 한개라도 딱 소리내며 멀리 나가면
온동네 시끌벅적 나이스!를 외치고 난리다
셋이서 아기 하나 앞에 두고 박수치며 좋아라 하듯이
바로 그거야~~~ 하면서
그런데 우리도 경험했지만 '바로 그게' 뭔지 알수가 있어야지요
다시 그 느낌을 갖고 쳐봐도
픽하고 굴러버리는 공 때문에 한두번 좌절한 게 아니다
아, 골프 쉽지 않아
만만치 않은 운동이야 하면서
공 앞에서 연습스윙 열심히 하는 두 젊은이
폼은 프로선수 못지 않다
아주 좋아!
그렇게 하면 돼~ 하고 외치지만
막상 공을 치면
아이쿠~~~
왜 공 앞에만 서면 다른 스윙이 나올까
공은 또 약올리 듯 종종걸음으로 몇발짝 나가고 만다
아유~~
아빠 왜케 공이 안 맞지?
아빠는 어케 그리 공을 잘 치시지?
하며 그래도 재밌다며 열심히 땅을 파고 다니는 딸
곡괭이질 하기도 힘들지?
오후되니 바람이 꽤 쌀쌀하다
후반 라운드엔 겉옷 하나씩 입고 바람과 맞선다
사위의 샷은 공 스피드가 빨라 공 날아가는 모습이 끝까지 보이지 않는다
공의 속도를 눈이 따르지 못한다
사위의 강력한 파워가 부러운 남편
장인의 안정적인 방향성이 부러운 사위
자네 장인도 첨엔 공을 숱하게 숲으로 물로 보냈다네
숲으로 고시래라고 뿌리고, 물엔 잉어밥으로 던져주고
공을 치면서 아아악~~~ 하는 비명을 너무도 많이 들었다네
자네도 힘을 빼야 공이 반듯하게 나간다네
이 말은 남편 자존심 세워주느라 차마 하지 못했다(나는 더했다네)
장인 장모 앞에서 그래도 멋진 스윙을 보여주고 싶어
열심히 연습했다는 사위
파워와 체력이 있으니 조금만 섬세하게 다듬으면 싱글도 금방 하겠다
모든 일에는 자신감과 열정이 필수 요건 아니던가
캐디가 기념사진 찍어준다는데
각자의 파트너만 쳐다보는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