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환경시스템, 생활하수과에서 자원순환과로 전환 추진
노후 하수처리장·축산분뇨, 소각시설 통합 지하화로 개선
국회 김정호 위원장 “환경시설 현대화, 국가가 책임져야”
2031년에는 25년 이상 노후 하수처리장이 333곳이나
전국 공공하수처리장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하수처리장과 쓰레기소각장, 음식물류 폐기물·가축분뇨 처리시설 등을 통합해 지하화하고, 자원순환과 에너지 회수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환경기초시설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노후 환경시설의 현대화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국비 지원을 확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하수통합 시스템 사업을 기존 생활하수과에서 자원순환과가 전담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혀, 하수처리시설과 유기성 폐자원의 통합 처리·에너지화 정책이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정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시을)은 10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노후 환경시설의 통합·지하화와 자원순환형 시설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며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하수처리장과 폐기물 처리시설을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설을 통합·현대화하고, 지하화에 따른 추가 비용을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성환 장관은 축산분뇨 처리시설의 경우에도 악취 민원 등으로 발전시설과 바이오시설을 통합하는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투자는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앞으로 정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현행 환경시설 현대화 사업에서 중앙정부가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대화하면서 지하화할 경우 지상 시설보다 1.4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하수처리 사업 등은 기본적으로 국가사업인 만큼 시설 증설이 필요하거나 처리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경우, 노후화된 경우에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지방자치단체는 시설 통합운영을 통해 기존 부지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정부는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시설 현대화 계획과 국비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어 “하수통합 시스템 사업을 현 생활하수과에서 자원순환과가 전담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수처리와 유기성 폐자원 처리·에너지화 사업을 연계하는 정책 추진체계의 변화라는 점에서 향후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예산·사업 관리체계가 주목된다.
■ 2031년 노후 하수처리장 333곳, 전체의 약 46%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공하수처리장 724곳 가운데 25년 이상 가동한 시설은 2022년 81곳에서 2026년 170곳으로 늘었으며, 2031년에는 333곳에 이를 전망이다. 2031년에는 전체 시설의 약 46%가 25년 이상 가동한 노후 시설에 해당한다.
시설별 가동연수는 10년 미만 75곳(10%), 10~15년 128곳(18%), 15~20년 188곳(26%), 20~25년 163곳(23%), 25~30년 97곳(13%), 30년 이상 73곳(10%)으로 나타났다.
25년 이상 시설은 170곳으로 전체의 약 23%를 차지한다.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주요 설비 교체와 처리공정 개선, 에너지 효율 향상 등에 필요한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중장기적인 현대화 대책이 요구된다.
처리장 주변의 도시화도 시설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과거 도시 외곽에 설치된 하수처리장 주변에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악취와 환경 영향에 대한 주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처리시설을 현대화하면서 지하화하거나 상부를 복개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현대화를 추진 중인 공공하수처리장 20곳 가운데 사업 구상 단계인 12곳은 모두 지하화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이 진행 중인 8곳은 복개 방식 2곳, 지하화 방식 6곳으로 파악됐다.
이는 단순한 시설 교체를 넘어 주민 수용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한 입지·운영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와 맞닿아 있다.
■ 김해 통합환경시설 지하화 전환, 국비 추가 지원 963억원 필요
김해시의 통합바이오가스화 시설과 하수찌꺼기 소각시설은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정호 위원장에 따르면 통합바이오가스화 시설은 지하화를 전제로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됐으나 이후 지상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함께 추진되던 하수찌꺼기 소각시설도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해시 자료에 따르면 두 사업의 기존 지상화 계획상 총사업비는 1,578억원이다. 이를 지하화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총사업비는 3,657억원으로 증가해 2,079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국비 추가 지원 필요액은 963억원 규모다.
김해시의 하수처리 여건도 시설 현대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체 하수 유입량의 84%를 처리하는 화목·장유 하수처리센터는 처리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시설 사용기한도 각각 2030년과 2035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주변에는 반경 1.5㎞ 이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롯데아울렛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가덕신공항 배후 도시개발도 예정돼 있다. 도시가 확장된 상황에서 기존 시설을 단순 증설하거나 지상에 기피시설을 추가 설치할 경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환경시설의 통합·지하화를 통해 주민 불편을 줄이고, 지상 공간에는 체육·문화시설 등 주민 편익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수·음식물·가축분뇨 통합 처리, 자원순환·에너지화로 전환
김 위원장이 제시한 대안의 핵심은 하수처리장과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분뇨 및 하수찌꺼기 처리시설을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처리와 에너지 회수를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기성 폐자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하고, 시설 간 연계를 통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면 환경기초시설을 단순한 오염물질 처리 공간에서 자원순환과 에너지 생산의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통합시설의 추진 과정에서는 처리 대상별 특성과 악취·수질·대기오염 관리, 시설 간 물질 흐름, 에너지 수요처 및 운영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바이오가스와 소각 폐열을 연계한다고 해서 청정수소 생산이 자동으로 가능한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사업에 적용할 기술과 공정의 경제성·환경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업무를 생활하수과에서 자원순환과로 전환하는 계획 역시 담당 부서의 변경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업 기획부터 국비 지원, 기술 검증, 시설 설치, 운영성과 평가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정책 전환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 “신기술 현장 적용 가로막는 제도 개선해야”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박사는 노후 환경시설의 현대화와 함께 혁신기술의 현장 적용을 촉진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최근에는 소화조가 필요 없는 혁신기술도 등장해 시설의 지하화와 현대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며 “그러나 신기술이 어렵게 개발돼 현장에 적용되려 해도 현행 법·제도가 장애요인이 되고, 새로운 기술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과거의 논리에 집착하면 실제 현장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소각장 등 주요 환경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계획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며 “관련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미래 투자 방향과 사업 추진 일정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환경시설의 통합·지하화는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다. 처리시설의 현대화, 주민 수용성 확보, 자원순환과 에너지 회수, 신기술의 현장 적용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하수통합 시스템의 업무 전환을 계기로 부처 간 칸막이를 줄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통합적인 환경시설 투자체계를 미래형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이현동 전문기자, 상하수도기술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