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날. 한편으로는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처음에 여행 준비를 할 때만 해도 20일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10년 전 유럽여행 때 30일은 너무나 짧았고, 나도 언젠가 적어도 두 달간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시간만 가능하다면 좀더 여행을 하다가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특히 여행 떠나오기 전에 심하게 아팠던 터라 더 이상 여행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20일로 계획을 세운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힘든 여정이었다. 할인항공이다 보니 스케줄이 정말 엉망이었다. 빈 공항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쿠알라라룸푸르에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도착이고, 그날 밤 11시 30분에 인천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빈과 쿠알라룸푸르는 시차가 6시간 정도 있다. 그러니 아직도 밤중이어야 할 시간에 아침이 찾아온 것이다.
산들이는 비행기에서 내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가봐야 체크인 할 수 있는 호텔도 없고, 교통비도 만만찮고 고민이었다. 산들이는 공항 대기실의 쇼파에서 잠을 잤다. 산들이가 깨면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산들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5시까지 내리 잠만 잔 것이다. 산들이를 두고 어디 갈 수도 없어서 나 역시 소파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산들이가 일어났을 때는 공항 밖을 나가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우리는 나머지 시간도 공항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부산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김포공항까지 가야했다. 그런데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한 후 무엇인가 허전하여 보니 쇼핑 가방이 없었다. 쇼핑가방 안에는 남편에게 줄 양주 한 병이 들어 있었다. 다른 물건이었더라면 괜찮았을 것을 20일 동안이나 집을 비었다가 들어가는데, 빈손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하얘졌다. 급히 리무진 서비스센터로 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담당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담당자에게 가서 사정을 하고 무전을 연락을 하고 전화를 하여 두 시간 후에 가방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엄청난 인내력을 요구했고, 정신없는 아줌마 취급을 받아 매우 불쾌했다. 그렇지만 내가 잘못한 일이니 어쩌겠는가! 산들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잃어버려 미안해했고, 아빠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가방은 단촐 해야 하는 법이다. 다음 여행에는 더 짐을 가볍게 해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다녀온 동안 우리나라는 변함이 없었고, 모두들 무더위와 잘 싸워 낸 뒤였다. 처음에는 여행을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여행을 갔다 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남편의 힘이었다. 남편이 등 떠밀지 않았으면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 아마 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신없는 부부라고 흉볼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마다 삶의 양식이 다른 법이니.
첫댓글 사진이 전부 액박이에요 바람바람바람님의 컴퓨터주소로 나오네요 file:///f:/Temp/Hnc/BinData/EMB000006b0631d.JPG
사진 올릴 줄을 몰라요. 그냥 한글파일에 함께 저장했던 것을 그대로 올려서 그럴거에요. 사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스페인 자료 올릴 때 이용할게요.
제가 사진 올리는법 수다떨기 게시판에 설명해뒀습니다.^^
잘 보고 배우겠습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