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ok Into My Glass
Thomas Hardy
I look into my glass,
And view my wasting skin,
And say, "Would God it came to pass
My heart had shrunk as thin!"
For then, I, undistrest
By hearts grown cold to me,
Could lonely wait my endless rest
With equanimity.
But Time, to make me grieve,
Part steals, lets part abide;
And shakes this fragile frame at eve
With throbbings of noontide.
거울을 보며
토마스 하디 / 한재호 역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점점 주름져 가는 내 피부를 보고는
말한다. "아, 신이 내 가슴도 이처럼
오그라들게 해주셨으면.."
그러면, 나에게 차가워진 마음들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워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홀로 끝없는 휴식을
기다릴 수 있을텐데..
그러나 시간은, 나를 더 슬프게 하려고
얼마는 가져가고 얼마는 남겨두어
밤이 되면 이 연약한 육체를 뒤흔들어 놓는다.
한낮의 맥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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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화자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쭈글어진 피부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점점 주글어가는 피부같이 자기 안에 있는 마음도 이와같이 신이 오그라들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 이유를 다음 연이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래야 나한테 냉담해진 마음(hearts grown cold to me) 때문에 세속적인 욕심이나 지난 날에 대한 회한 등에 대해서 초연해진 상태로 편안히 휴식(죽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시간이란 이름의 자연의 권력자는 화자의 그런 바람을 쉽게 들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자를 더 고통스럽게 하려고 조금은 가져가고 조금은 남겨두는데, 밤만되면 나타나 인생의 가장 절정일 때의 기억(throbbings of noontide)을 떠올리게 하며 자신에 이루지 못했던 꿈, 사랑 등에 관한 아픈 기억들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럴 때마다 화자는 자신의 노쇠한 육체 전체가 뒤흔들릴(shaking) 정도로 괴로워 합니다.
보통 다른 작가들은 자신의 사상 혹은 우주관을 뒷받침 하기 위한 근거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전 개인적으로 하디한테는 이런 노력이 불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전부다 그의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우주의 절대자가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순간을, 하디만큼 잘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첫댓글 글을 잘 읽었습니다. "throbbings of noontide"를 자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My heart had shrunk as thin.. 괴테의 마리엔바트 비가가 생각이 났습니다. 나이들면서 심장도 시들었으면 그럼 몸도 마음도 더불어 편안할 것을 ..내맘속에는 귀여운 소녀도 어여쁜 신부도 젊은 엄마의 미소도 다 들어있어요..라고 고백하던 어느 할머니의 글도 생각이 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시험은 잘 치르셨지요.^^
일부는 가져 가고, 일부는 남겨 두어서 더 고통스럽다는 화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오히려 All or Nothing은 긍정이나 포기가 빠른 편이지요.
한 이틀 동안 답글이 안달려서, 그동안 못 들린 사이 여기 계신 회원님들하고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했는데, 오늘 댓글 달아주신 것을 보고 안심이 됐습니다. 따듯하게 다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험은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 변수가 많아서 결과가 확실히 나와야 안심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들러지 못한 사이에 jude님의 글이 있네요. 저도 2주 정도 많이 바빴습니다. 시를 보니 어떤 50대 아주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이가 들어서 늙어버린 것이 서러운 것이 아니라 마음은 여전히 젊다는 것이 서럽다고... 저는 20살이 되면 어른이 된 맘인 줄 았는데 여전히 제맘은 10대 때나 갔더라구요. 서른 살이 되면 인생 끝나는 줄알았는데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철없기는 마찬가지고... 시 잘 읽었고 저도 밀린 시들을 읽을 려면 며칠 걸리겠는데요. (저는 밤을 세울 수는 없으니까)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놀란토끼눈님이 갑자기 안보이셔서 그런지, 한동안 카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오셔서 너무 반갑고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이 곳에서 놀란 토끼눈님의 맑은 서정이 담긴 글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Jude님께서 인사 해주시니 아주 기쁩니다. 방학도 끝나고 있네요. 제겐 방학이 없지만, 방학하면 여름방학 뭔가 멋진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레임이 있었답니다. 방학은 없지만 나이들어도 삭이지 못한 설레임은 살아있어, 끝나는 여름방학이 아쉽네요. 방학 마무리 잘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