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양극화
‘거래 절벽’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장기 침체 시대가 다시 올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반면 일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부동산은 사람이 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심각해지는 미분양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7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가구로 작년 12월(1만7710가구)보다 70% 넘게 늘었다.
서울의 경우 미분양은 작년 12월만 해도 54가구에 그쳤는데, 올해는 6월 말 기준 719가구에 달한다. 거의 14배가 됐다. 강북구(318가구), 마포구(245가구) 등 최근 분양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 역시 미분양이 한 달 만에 35.5% 급증했다.
분양권 가격도 충격을 받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는 최근 9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기록한 최고가 13억 8000만원보다 4억원(29%) 낮은 것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3단지’ 전용 59㎡는 최근 9억원에 거래됐는데, 작년 9월 기록한 최고가 12억 5500만원보다 3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송파 줍줍 한 가구에 3만명 넘게 몰려
이런 가운데도 인기를 끄는 단지들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3년 전 가격에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 물량이 나오자 겨우 1가구 모집에3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리는 일이 생겼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7일 진행된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 3만1780명이 지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몰린 것은 공급가격이 시세에 비해 수억원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2019년 분양 당시 가격과 비슷한 8억9070만원(발코니 확장비 포함)에 무순위 청약을 모집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가격은 18억원 내외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급매의 경우에도 13억원 내외 가격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수억원의 차익을 노리고 많은 사람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과천 줍줍에 몰린 인파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선 2개 단지, 8가구 모집에 8000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 역시 당첨만 되면 7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로또 청약’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0월12일 진행된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 5가구 무순위 청약 일반공급에서 5가구 모집에 4511명이 접수하며 평균 경쟁률 902.2대 1을 기록했다. 같은 날 무순위 청약을 받은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역시 3가구에 4094명이 몰리며 1364.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단지에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역시 저렴한 시세 때문이다. 전용면적 84㎡인 이 아파트들의 분양가는 7억원대 후반~8억원대 초반이었다. 주변 시세 대비 7억~8억원 정도 낮다.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 정도 가격이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게 수요자들의 계산이다. 두 아파트의 청약일은 같지만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점도 높은 경쟁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 청약도 인기몰이
부산에선 신규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의 아파트가 나왔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2일 진행된 부산 부산진구 ‘양정자이더샵SK뷰’ 1순위 청약 접수는 평균58.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1162가구 중 540가구를 일반에 공급했는데 3만1793명이 몰려 전 타입이 마감됐다. 하루 전 진행한 특별공급도 622가구 모집에 5964명이 접수해 9.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는 부산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나서 처음 분양한 단지다. 규제 해제 효과로 재당첨 제한이 풀리고, 주택 보유자도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청약 문턱이 낮아지면서 청약 수요가 몰렸다. 그러면서 가격도 낮은 편이었다. 분양가가 3.3㎡당 1802만원으로 올해 청약을 진행한 다른 부산 대단지보다 저렴했다. 30평형대가 5억6000여만원이다.
◇포항 등은 집단 미분양
물론 규제 해제가 무조건 높은 인기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포항 남구에 새로 공급된 아파트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1~13일 청약을 접수한 ‘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는 672가구 모집에 157명만 신청했다. 포항은 지난 8월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가 4209가구로, 2010년 11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상황이다.
또 지난 6월 규제지역에서 풀린 대구 북구에선 이달 초 ‘대구역 센트레빌 더 오페라’가 분양에 나섰지만, 일반공급236가구 중 57가구가 미달했다. 전남 여수와 광양에서 분양한 ‘여수 원더라움 더힐’과 ‘더샵 광양 라크포엠’도 각각 상당수 가구가 미달로 남아 있다.
부동한 시장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선뜻 청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고금리가 이어지는 한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미분양에 애를 먹는 단지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상황에서 분양가 인상으로 가격 부담이 매우 커진 만큼, 청약 시장에서 입지·가격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첫댓글 예전과는 다른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