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2시간 전에 예측한다… 단층운동서 전조증상 포착”
대형 사고 막을 지진 예측 연구
전 세계 지진 GPS 데이터 분석
“지진 발생 2시간 전 저심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단층운동 가속”
동일본 대지진 때도 비슷한 신호… 실제 사용하려면 성능 높여야
단층운동으로 지각 균열이 생겨 미끄러져 어긋난 지괴.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올해 2월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에서 5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한국도 2017년 규모 5.4의 포항 지진 이후 올해 상반기(1∼6월) 동해에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며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진이 두려운 이유는 예측이 어려워 피해를 최소화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힘들어서다. 현재 기댈 수 있는 과학기술은 지진 발생 후 최대한 빨리 경보(알람)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캉탱 블레트리 프랑스 코트다쥐르대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100여 건의 대규모 지진에서 생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 단층에 발생하는 전조 증상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됐다.
대규모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은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예측법은 나오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측법으론 단층의 움직임을 살피는 방법이 있다. 지각 내에 생긴 균열을 경계로 땅덩이가 미끄러져 어긋나게 되는 단층운동 현상을 대규모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다. 문제는 단층운동 현상이 반드시 지진이 발생하기 전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진이 일어난 뒤 단층운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대규모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단층운동의 양상을 찾아 나섰다. 전 세계 3026개 측지국의 GPS 시계열 데이터를 사용해 강도 7 이상의 90개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 단층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전 특정한 단층운동 양상이 포착됐다.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부터 지진의 저심부 근처에서 단층운동의 진행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강진이 발생하기 48시간 이내에 무작위로 추출한 10만 개 GPS 시계열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 단층운동의 강도를 나타내는 특정한 신호가 약 2배 가까이 커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단층운동 양상과 대규모 지진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주요 사례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미야기현 동쪽 100km 해상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을 꼽았다. 연구팀은 대지진이 발생하기 24시간 전부터 발생한 시계열 데이터 355개를 분석한 결과 지진 발생 2시간 전에 단층운동의 강도를 나타내는 이 신호가 유의미하게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단층운동의 신호 강도를 기반으로 대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지진 관측 현장에 도입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구를 이끈 블레트리 교수는 “현재 지진을 관측하는 시설에 배치된 모니터링 장비가 단층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확인된 단층운동의 특정한 신호가 반드시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확인되진 않았다는 한계도 있다.
롤런드 뷔르그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사이언스에 실은 연구에 대한 논평에서 “대지진에 대해 유효한 경고를 하기 위해선 정확성을 완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사한 신호가 발생했을 때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