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18시경이었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나오고 TV에서도 나온 모양인데 아시아나 A321 항공기 비상착륙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지금 근무하는 곳이 바로 국내선, 국제선 청사쪽에서 활주로 맞은편에 있는 아시아나 본사 근처인데 일과가 끝나고 그곳에서 중간집결지인 국제선 청사로 갔다가 병원에서 지은 약을 깜빡 잊고 두고 오는 바람에 우리 같은 Shop 고참과 함께 다시 활주로 건너편으로 돌아가서 약을 가지고 올 때였습니다.
아시아나 본사 근처를 지나고 경항공기 지역을 갈 때였는데 소방차들과 엠뷸런스, 공항공사 차량이 신속하게 활주로 지역을 지나가는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고참한테 "훈련 하는가봅니다." 라고 했더니 역시 노련한 고참이 하는말...
내일이면 주말이고 시간이 18시면 저녁 시간이라 공항이 한참 바쁠때고 비도 오는데 이럴 때는 거의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서 뒤에 엠뷸런스까지 따라오는걸 보면 훈련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게다가 출동한 차량은 거의 김포공항 소방대에 있는 전 차량....
"Emergency Landing 하는 비행기가 있나본데?"
한 번 구경하고 가자고 졸라서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는데 경항공기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삼성항공, 홍익항공, 소방청 기타등등의 항공기 격납고를 지났는데 정말 아닌게 아니라 훈련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Taxi Way에서조차도 항공기는 찾아볼 수 없고 Run-Way도 모두 폐쇄되어 이,착륙중인 항공기가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있는 분에게 한 번 물어보니 "Emergency Call 했다는거 같던데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습니다.
하여튼 활주로 양쪽에 소방차들과 엠뷸런스, 공항공사 차량이 대기하고 있고 멀찌감치에서 항공기 Landing Light가 보였습니다.
고도는 확실히 엄청나게 낮았고 Landing Gear가 완전히 내려왔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Landing Light도 Nose Landing Gear쪽 하나밖에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사람들이 뭔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닳았고 모두들 달려나와서 항공기를 주시했습니다.
분명히 항공기는 큰 문제가 있는듯 했고 착륙 각도도 거의 없었으며 기체 Control이 제대로 되지 않는듯 좌, 우로 매우 큰 각도로 흔들리며 날아왔습니다.
이미 기체는 활주로 연장선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고도 자체도 너무 낮았지만 상승할 기미도 없이 계속 하강하면서 활주로 너머에 있는 나무 아래까지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항공기가 거의 15도 이상 Bank 지면서 방향을 크게 바꾸더니 약간 상승하면서 우리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항공기 Emergency Landing 구경하다 죽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항공기의 착륙 상태는 너무 불량했고 고도 처리도 되지 않는게 분명히 추락할 것 같았지만 항공기는 출력을 올리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항공기는 Go Around 하면서 바로 우리 머리 위로 통과했는데 그 순간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게 항공기 Nose Radom이 완전히 날아가서 Weather Rader Plate가 드러나 있는것이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X됐다 싶었고 다시 착륙 진입하기 위해 선회하는 항공기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고참이 하는 한 마디...
"저렇게 계속 Go Around 하는 비행기가 떨어지는거야. 비행기가 Emergency Lading을 할 때 한 번에 착륙하지 못하고 저렇게 계속 돌면 나중엔 결국은 떨어진다고"
저는 불길한 얘기 하지 말라고 한 후 항공기를 계속 쳐다보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항공기 격납고 처마 밑으로 피신했습니다.
약 3분 후 항공기 Lading Light가 격납고 사이로 삐죽히 나오는걸 보고 사람들이 모두 뛰어나갔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좀 절망감이 들었다고 할까...
2004년인가 우리 비행단에서도 F-5 한 대가 엔진이 Bird Strike으로 Flame Out 되어 비상착륙 선포 후 고도처리 불량으로 Final Approach 도중 After Burner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락해서 조종사가 한 명 죽었는데 그 때 상황과 너무 비슷했습니다.
Final Turn이 너무 타이트 해서 선회가 끝남과 동시에 활주로에 바퀴가 닿아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고도가 너무 낮았다는 것입니다.
보기에 거의 활주로 끝에 보이는 나무 바로 위로 날아왔는데 그 정도면 항공기와의 거리 비율로 계산해도 채 100m조차도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떨어진다, 떨어진다", "어어어~" 를 연발하기 시작했고 저 역시 착륙은 실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포공항 활주로는 주변의 지형보다 조금 높아서 활주로 주변이 오르막이 형성이 되어 있는데 결국 기체는 그 활주로 지평선 밑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X됐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다른 Go Around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으로 "18, 저따위로 타이트하게 돌면 어떻해 Go Around가 가능할 정도면 엔진 추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건데 좀 더 여유 있게 돌았어야지..."라고 생각했고 순간 오늘밤 나올 뉴스와 함께 격납고에 널려있던 완전히 불타버린 F-5의 잔해의 모습이 같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항공기는 최대 파워를 내는듯한 소리와 함께 다시 떠올랐습니다.
거의 아래에서 위로 뛰어올라 간신간신히 걸치는듯한 느낌으로 Nose Landing Gear와 Left Maing Landing Gear가 동시에 닿으며 약간 기우뚱하면서 옆으로 돌아갔지만 이내 수평을 되찾고 역추력 장치를 가동했고 거의 활주로를 절반정도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멈춰섰습니다.
저를 포함한 그곳에서 비를 맞으면서 항공기 착륙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박수를 쳤고 엠뷰런스와 소방차들이 그대로 Run-Way로 진입해서 달려갔습니다.
또다시 비가 쏟아져서 차로 돌아와서 국제선 청사로 돌아가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항공기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로 비상탈출을 한다고 합니다.
비상탈출시에는 Escape Slide라는 압축가스로 팽창된 미끄럼틀로 탈출을 하는데 활주로 건너편으로 이동한 후 언덕에서 바라보았지만 항공기는 자력으로 이동했는지 끌려갔는지는 모르지만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첫 번째 Approach에서는 착륙장치 상태를 알기 위해 지나쳤다고 하는데 절대 그게 아니었고 조종사는 사력을 다해 착륙을 감행했으나 활주로 정대 실패, 고도처리 불량, 항공기 제어 실패 등의 이유로 다시 Go Around 했으며 두 번째 착륙시에 언론에 발표되기로는 정확한 비상착륙 절차에 의해 착륙했다고 하지만 Final Turn이 너무 타이트해서 자칫 잘못했으면 활주로를 지나쳐 버렸을 가능성이 있었고 역시 고도처리가 불량하여 활주로 고로 아래로 거의 추락할 정도로 내려갔으며 애초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다시 Go Around를 해서 재진입을 실시해야 하지만 조종사가 너무 욕심을 부려 자칫 잘못했으면 대형참사가 일어날뻔 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과 대한항공 경력 20년에 정비, 조종, 객실승무까지 두루 거친 고참의 결론입니다.
전 다 죽는줄 알았습니다.
특히 첫번째 착륙진입 실패하고 항공기가 확 기울어져 우리쪽으로 날아오는데 정말 다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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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던 무사히 착륙해서 참 다행이였죠.
크흠-_-역시 어른의 사정이란...(무슨소리?)
정말 다행이고요,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 및 여객 여러분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