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사과꽃필 무렵이 되면 꼭 생각나는 글이 있다. 쟌 골스워디 (John Galsworthy) 의 'Apple Tree' 라는 단편 소설이다. 무대는 영국 서남부 Devon 지방 Dartmoor 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청춘의 한단면, 비극적 사랑의 아픔, 상실, 미련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인인 후랭크 애셔스트 (Frank Ashurst) 는 수채화 화가인 부인 스텔라 할라데이 (Stella Halladay) 와 함께 은혼식 (결혼 25주년 기념) 을 보내기 위하여 영국 서남부 Devon 지역을 차로 여행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세우고 경치 좋은 장소를 고르던 후랭크의 눈에 띠인 것은 십자로에 만들어진 작은 무덤. 이런데 만든 무덤은 자살한 사람의 것!
그는 그 근처에 가지고 온 담요를 펴고 점심 먹을 자리를 마련 한다. 스텔라는 스케치를 하기 위해 언덕위로 올라 갔다. 부인이 최소한 한시간 쯤 걸려 경치를 그릴 것이라는 것을 아는 후랭크는 주위를 둘러 보러 나선다. 갑자기 주변 경치가 웬지 눈에 익어 보인다.
26년전 이맘때쯤 이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그는 토케이 (Torquay) 로 가려고 길을 나섰으나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저려 왔다. 인생의 그 순간, 그 청춘의 아름다움과 기쁨, 미지의 세계로 날개를 치며 날아가 버린 그 순간들이, 미친듯한 그 달콤한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 갔다. 손을 턱에 고이고 푸른 들꽃들이 피어 있는 언덕을 바라 보며 그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기억 해 냈다."
이렇게 시작 하는 이 이야기는 1932 년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쟌 골스워디 (John Galsworthy )가 쓴 가장 훌륭한 작품의 하나 이다. 그의 단편집 가운데 하나인 'Caravan'에 실려 있다. 이 책을 몇 년전에 근처 헌 책방에서 어렵 사리 구해 잘 보관 하고 있다. John Galsworthy (14 August 1867 – 31 January 1933) 는 English novelist 이자 playwright 였었고 대표작으로 The Forsyte Saga (1906—1921) 과 그 속편들 A Modern Comedy 와 End of the Chapter 등이 있다.
좋은 사진이 없어 집앞의 작은 사과 나무를 올렸다.
이야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케임브릿지 대학 일학년생인 후랭크는 친구 하나와 같이 여름 방학동안 데본 (Devon) 의 다트무어 (Dartmoor)로 도보 여행을 떠난다. 사고로 발목을 다친 그는 근처에 있는 농가로 들어가 도움을 청한다. 농가에서 발목 이 낳을 동안 묵는 허가를 받은 그는 그 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메간 데이비스(Megan Davis) 를 맞나게 되고 그녀의 순진 함과 청순미에 홀딱 넘어 가게 된다. 마침 계절은 사과꽃 필 무렵이었고 보름달 밤 만개한 사과꽃 향내에 취한 그는 메간에게 사랑과 모든것을 - 그녀와 결혼 하고 런던으로 데려갈 것 까지도 - 약속 한다. 그녀에게 사줄 드레스를 사러 그 근처 큰 도시인 토케이(Torquay)에 다니러 가겠다고 나선 그는 거리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휠 할라데이(Phil Halladay)를 맞나게 되고 그의 강권에 못이겨 그의 가족들인 세 자매와 맞나게 된다. 그 중 제일 나이 먹은 스텔라(Stella)에게 끌리는 자신을 억제 하려 하였으나 결국 이런 저런 일로 며칠을 더 같이 묵게 되자 메간이 자신의 기억에서 자꾸 멀어져 감을 느낀다. 결국은 메간 과의 약속은 하나도 지키지 못한채로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이 년후에 스텔라와 결혼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은혼식으로 찾아온 이 곳에서 그는 가슴 저미는 추억을 되 살린 것이다. 지나가던 이 근처 농부에게 이 십자로에 있는 무덤의 내력을 묻는다. '봄이 었죠. 그 아이 메간 데이비스와 그때 이곳에 들린 두 젊은 대학생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는 모릅니다. 그애는 머리를 그 개울 물속에 밖고 떠있었죠. 그 대학생이 목욕하던 그 개울에 말입니다.' '젊은 여자 아이들이 사랑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지 어찌 알겠소. 상심 했겠지요. 허나 누가 알겠소.'
그의 눈 앞에 사과 꽃가지를 검고 젖은 머리에 꼽은 메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Murray's "Hippolytus Of Euripides."
사과 나무, 노래하는, 황금빛!
The apple tree, the singing, and the gold!
갈스워디는 계급간의 문제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 역시 지배층의 젊은이인 후랭크가 시골의 가난하고 못배운 고아 같은 소녀 메간을 유혹 하고는 자신과 같은 계급의 스텔라에게 빠져 메간을 버리고 만다는 아주 흔한 소재의 것이지만은 그의 유려한 문장력에 의하여 유치한 삼류 소설의 싸구려 맛이 아니고 아주 아름 답고 가슴 쓰린 아릇한 아픔을 주는 문학 작품으로 승화 되었다. 나 에게는 불행하게도(?)도 이런 일이 일어 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읽고는 며칠을 아픈 가슴을 안고 지내야 했다. 나중에 원문으로 된 책을 구해 읽었는데 역시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지금도 메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들을 볼때마다, 사과 꽃을 보거나,또는 사과 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나는 이 이야기를 기억해 낸다. 그리고 또 나는 언젠가 Devon 의 Dartmoor 를 꼭 찾아가 볼 생각이다. 그것도 사과 꽃 필 무렵에, 마치 우리 나라 사람들이 메밀 꽃 필 무렵에 강원도 봉평을 찾아 가듯이...
이 소설은 1988 년에 Piers Haggard 감독, James Wilby (Ashurst), Imogen Stubbs (Megan),
Sophie Ward (Stella) 주연의 영화로 제목을 'Summer Story' 라고 영화화 되었으나 원작 발 꿈치도 못쫒아 가는 졸작 이었다. 더구나 주연인 Imogen Stubbs 는 눈섶이 너무 짙고 개성이 강한 얼굴이어서 17살의 청순 가련한 시골 처녀 메간 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추천 불가능한 졸작 영화.
다음에 원본을 읽을수 있는 싸이트 주소를 첨부 했다. http://www.fiction.us/galswo/apple/cover.html
첫댓글감사합니다... 읽으면서 참 책임감없이 저지른 젊은 사람이 한 청순한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만들다니... 그 청순한 여자입장에서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막무가내의 기다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그의 청순한 사랑... 안타까운 글입니다. / 배경색이 푸른 사과를 대하는 듯 하네요. 새콤한 파란?사과... ^^
첫댓글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참 책임감없이 저지른 젊은 사람이 한 청순한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만들다니... 그 청순한 여자입장에서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막무가내의 기다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그의 청순한 사랑... 안타까운 글입니다. / 배경색이 푸른 사과를 대하는 듯 하네요. 새콤한 파란?사과... ^^
나중에 못 다읽은 부분을 읽어야겠네요. 날씨도 우중충한데 밝은 연두빛 바탕을 보니 마음까지 밝아지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