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대는 항구다. 배 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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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탄금대(사진출처 : 사진으로 본 충주 100년사, 충주시)
고등학교 시절, 꽃피는 춘삼월엔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학교 아래에 있는 호암지(충주시 호암동)에서 연인들이 능수버들처럼 사랑을 너울너울 감으며 뱃놀이 하는 모습이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었다.
제주 올레길 코스 중 발길을 잡는 곳 중의 하나가 ‘쇠소깍’이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바다와 현무암 계곡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투명카약과 수상자전거 등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두만강 도문에 가도 대나무 뗏목 배를 만들어 한국인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괴산도 동진천 물을 막아 카약을 하고 있을 정도로 수상레저는 자치단체의 단골 관광품목이 되고 있다.
탄금댐(충주댐의 보조댐)으로 형성된 인공호인 탄금호에선 작년에 세계조정대회가 열렸고 지금 아시안게임 조정경기가 개최되고 있다. 수상레저를 즐기기에 세계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 정작 국민들이 즐길만한 수상(水上)여행거리가 없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저 일부가 수상스키를 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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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계선대-현 장례식장(사진출처, 위와 같음)
탄금대(견문산)는 나루와 관련된 지명이 몇 곳 있다. 우륵선생이 가야금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다가 휴식을 했다고 하여 ‘금휴포(琴休浦)’라는 지명이 전해오고 있다. 현재 탄금대 북측 레스토랑이 있는 일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또한 세종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봄, 가을마다 나라에서 향축(香祝)을 내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제사를 지냈다는 ‘양진명소(楊津冥所)’와 관련된 기록도 전하는데 그 제사터가 금휴포 어귀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라카미(村上友次郞)의 ‘최근의 충주(最近之忠州,1915년)’와 1916년에 가네다니유세이(金谷雅城)가 쓴 '충주발전지(忠州發展地)’, 오쿠토이덴가이(奧土居天外) 등이 1931년에 펴낸 '충주관찰지(忠州觀察誌)’는 [충주 탄금대에서 용산까지 항행 거리는 약35리(里)인데 여름철 수량이 많을 땐 내려가는 데 12시간이나 15시간 걸리고 올라오는 길은 5일에서 7일이다. 보통 땐 내려가는 데 3일, 올라오는데 10에서 3주간 잡는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일제 때 왕성하게 활용되었던 현 장례식장에 위치한 ‘계선장(繫船場)’은 서울과 충주를 오가는 중요 여객터미널이었다.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에 사시는 김주식 할아버지의 뱃노래가 채록되었다.
푸른 것은 물결이요 누런 것은 돛대로다......
앞 사공아 배 질러라 질러질러 넘어가라
나그청삼 노를 젓고 기만팔경 나려갈 제
우리 님은 어데 가고 날 찾을 줄 모르시나
날만 못한 헌신짝도 세상천지 짝 있는데
요 내 일신 어찌해서 아직까중 짝이 없나
(출처, 한강유역사연구, 한국향토사연구전국협의회,1999)
이런 소리를 하며 탄금대를 지나쳐 갔을 조상들을 생각하며 노를 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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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객을 실은 두만강 유람선과 뗏목 , 푸른 숲은 북한 남양시
[탄금대 금휴포에서 배를 타고 충주시 금가면 반송마을에 있는 ‘서성김생박물관’에 들려 ‘신필(神筆)’을 감상하고 남한강을 바라보며 가부좌 틀고 앉아 제자들과 물길을 돌리기 위해 제방을 쌓으며 수도에 정진한 김생큰스님을 떠올린다. 다시 배에 올라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배꾼들이 안녕을 빌었던 가금면 창동리의 ‘창동마애불’을 바라보며 삼배하고 나라의 평안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고 강토를 지켜 오신 조상님들께 예를 표한다.
그 옆에 위치한 충청북도 무형문화재2호로 지정된 청명주 공장에 들려 술 만드는 과정도 보고 한 잔 걸치며 조선시대의 과객(過客)이 되어 본다. 중앙탑면에 있는 국보 6호 중앙탑에서 두 손 모아 탑돌이를 하고 충주 고구려박물관에 들려 고구려비를 알현하고 만주벌판과 실크로드를 누비던 광개토열제를 그려 본다.
달천으로 거슬러 와 ‘볼뫼(觀山, 충주시 용관동 달천강가의 산)’에서 하선(下船)하여 생태문화해설사로부터 달천의 유래와 특징, 고니와 수달도 사는 가주습지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이어 물고기와 잠자리를 잡아보고 아름다운 습지를 사진에 담는다.
잠시 강변을 따라 내려와 달천동 송림마을에 있는 ‘우륵아트센터’에 들려 수제커피나 보이차를 한 잔하며 전시된 작품과 조형물, ‘제로에너지하우스’에 대해 큐레이터로부터 안내를 받는다.
복원된 송림나루에서 배에 올라 신립장군과 팔천병장의 넋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 새 배는 탄금대 앞 ‘용섬’에 닿는다. 갈대와 억새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용왕님께 소원을 빈다.] 이런 상상을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충주시는 그동안 수상관광개발을 위해 ‘수안보·남한강지역 관광개발 기본계획(홍익기술단, 2005.1), 충주시 탄금호 수상레포츠타운 개발계획 수립(한국관광공사, 2013.02)’ 등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대규모적이고 체계적인 수상관광계획은 차후로 미루더라도 탄금호에 ‘놀이배’ 띄우는 일을 미룰 이유가 없다.
물결을 많이 일으키고 속도가 빠른 수상스키는 충주호 상류로 이동시키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물결파에 의해 탄금대 절벽이나 창동마애불 일대 등에 침식이 심하게 발생하고 있어 문화재보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동력이나 저동력선을 중심으로 한 수상관광을 육성해야 한다. 천혜의 수상·수변광광지 탄금호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충주시는 시민들의 좋은 생각을 수렴하고 검토할 ‘충주문화관광 자문기구’를 구성해 늦었지만 품격 있는 수상관광도시로 만들어 가길 바란다. 탄금대는 항구다. 배 띄워라!
첫댓글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