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8. 물날(수요일). 날씨: 낮에는 포근하다. 동네골목집 매화가 피었다.
[3월 첫 맑은샘회의]
맑은샘회의가 있는 물날에는 다 함께 낮 공부 열기를 한다. 물날마다 다 함께 낮 공부열기를 하는 중요한 까닭이 있다. 먼저는 한 주에 가운데인 물날에 이틀을 되돌아보고 남은 이틀을 살펴보는 뜻이 있다. 둘째로는 맑은샘회의 앞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듣거나 학교 시설과 안전 규칙, 어린이들 사이 필요한 관계나 말과 행동 관련한 주제들을 살며시 끄집어내 모두 살피는 뜻이다. 오늘은 3월 10일 모레로 예정된 후쿠시마 12주기 공부 이야기를 조금 길게 해서 낮 공부 열기를 처음 참여하는 1학년에게는 20분이 길다. 1학년 한 어린이가 “너무 길어. 싫어”란 말을 해서 모두 웃었다.
맑은샘회의는 어린이와 교사가 함께 학교 자치를 가꿔가는 중요한 공부이다. 교사의 발언이 큰 영향을 주지만 어린이들이 이끌고 어린이들이 어린이문화를 가꿔가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규칙을 살피는 어린이 자치 교육 현장이다. 우리 학교는 현재 어린이과정의 가장 높은 학년인 5학년들이 돌아가며 이끌고 있다. 5학년 이석이가 사회를 보고, 칠판을 맡은 지수가 맑은샘회의를 이끌어 가는데 그동안 회의를 이끌어온 6학년이 없는 첫 회의라 분위기가 새롭다. 1학년은 조금 더 연습해서 참여하기로 한 터라 2,3,4,5학년만 모여 하니 선생들도 조금 낮 설다. 1, 6학년이 빠지니 어린이 수가 줄어서 어색하고, 손들어 발표하는 어린이들이 많지 않아 진행하는 이석이가 애를 썼다. 6학년은 청소년교육과정으로 따로 회의를 한다.
맑은샘회의에는 교사들도 참여하는데 똑같은 한 표의 무게로 손을 들고 말하고 어린이와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초기에 영국 써머힐학교(1921년)의 회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고 우리 학교도 그렇다. 학교생활에서 함께 살아가며 필요한 함께 살기 규칙들은 모두 맑은샘회의에서 다루어진다. 100년 넘은 써머힐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는 수백 개의 함께 살기 규칙이 있는 자유인 것처럼 맑은샘학교도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규칙을 함께 만들어가며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한다. 어린이와 교사가 함께 하는 맑은샘회의에서는 물론 교사들의 말이 큰 영향을 준다. 까닭은 어린이들이 그만큼 교사들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어린이들은 또 냉정하게 수가 많은 어린이들 처지에서 이야기를 한다. 교사들도 의견이 다를 때가 있으니 어린이들의 판단이 중요할 때도 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자치회의를 잘 이끌도록 돕기 위해 모둠(반)마다 미리 회의에서 필요한 태도와 주제들을 연습하고 익혀가는 게 맑은샘학교다. 날마다 모둠(반)에서 하는 아침열기와 마침회 공부, 모든 수업에서 이러한 함께 살기 태도를 배우고 연습하며 익혀간다. 당장 맑은샘회의에서도 교사들은 높임말을 똑같이 쓰는데 말로만 높임이 아닌 어린이들의 말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경청하며 똑 같은 처지에서 의견을 낸다. 회의를 이끄는 어린이 이끄미를 돕는 몫도 있지만 맑은샘회의를 철저하게 존중하며 학교 문화와 어린이 자치의 힘을 키우도록 돕는다. 오늘도 중요한 이야기가 많다. 어린이회 선거, 동아리 활동, 급식에 관한 큰 주제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주제들이다. 가장 많은 건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과 관련된 규칙, 청소, 안전 규칙 이야기가 가장 많다. 때마다 자연속학교(자연 속 여행 기숙학교) 앞 뒤, 방학 앞 뒤에는 또 필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학교생활의 모든 것을 살피며 관계, 문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맑은샘회의는 학교자치의 꽃이다. 어린이회 선거 관련해서 중요한 입후보 방식이 결정됐다. 으뜸과 버금 이끔이를 그동안은 득표수에 따라 뽑았는데, 으뜸이끄미와 버금이끄미 후보를 따로 받고 뽑기로 했다. 물론 후보가 나오지 않거나 선거 관련해서 으뜸과 버금 이끄미들이 해야 할 노릇을 함께 더 살펴보는 건 다음에 이야기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