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非花(화비화)꽃이 아닌 꽃
白居易(백거이, 772~846)
花非花 霧非霧(화비화 무비무)
꽃이거든 꽃 아니고 안개이되 안개가 아닐세
夜半來 天明去(야반래 천명거)
한밤중에 왔다가 날이 새면 떠나는데
來如春夢幾多時(래여춘몽기다시)
봄꿈처럼 살짝 와서 잠깐 동안 머물다가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멱처)
아침 구름처럼 떠나가니 찾을 곳이 없어라
예쁜 꽃이라 할 수 있지만 꽃은 아니다. 온 세상을 뒤덮었다가도
한 순간에 사라지는 안개 같은 존재이나 그렇다고 안개도 아니다.
그는 한밤중에 살며시 찾아왔다가 동틀 무렵이면 가버린다. 그
가 오면 봄날의 꿈결인양 아늑하고 또 아뜩하다.
그러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가 갈 때는 아침 구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찾고 싶어도 찾을 길이 없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쓸쓸하고
슬픈 외로움만 한 움큼 남는다. 남 몰래 만나는 연인들의 이야기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찾아오는 ‘그’를 우리네 인생이라고 보면
인생무상(人生無常), 같은 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은
‘덧없는 삶’을 노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夜半(야반) ;
한밤중 *天明(천명) ; 동틀 무렵 *幾多時(기다시) ;
‘그 얼마나 긴 시간인가’ 즉 짧다는 말. <한시연구가>
출처 : 양돈타임스(http://www.pigtimes.co.kr)
꽃인 듯 꽃이 아니요(화비화·花非花)
―백거이(白居易·772∼846)
花非花(화비화),
꽃인 듯 꽃이 아니요,
霧非霧(무비무),
안개인 듯 안개도 아닌 것이
夜半來(야반래),
한밤중 왔다가
天明去(천명거).
날 밝으면 떠나가네.
來如春夢幾多時(래여춘몽기다시),
춘몽처럼 와서 잠시 머물다,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역처).
아침 구름처럼 사라지니 찾을 길 없네.
이하원문=동아일보입력 2022-10-28
알 수 없어요[이준식의 한시 한 수]〈184〉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화비화(花非花)’
―‘꽃인 듯 꽃이 아니요
백거이(白居易·772∼846)
꽃인 듯 꽃이 아니요,
안개인 듯 안개도 아닌 것이
한밤중 왔다가
날 밝으면 떠나가네.
춘몽처럼 와서 잠시 머물다,
아침 구름처럼 사라지니 찾을 길 없네.
花非花, 霧非霧,
夜半來, 天明去.
來如春夢幾多時,
去似朝雲無覓處.
백거이는 시 한 수를 완성할 때마다 그걸 집안일 하는 노파에게 먼저 읽어주고
노파가 뜻을 이해하면 그제야 자신의 시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의 시를 ‘산둥(山東) 사는 노인이 농사짓고 누에 치듯
모든 말이 다 사실적이다’라고 평가한 이도 있다.
자신의 박학다식을 활용해 삶의 철학,
남녀 간의 곡진한 연정 따위를 묘사한 작품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그의 시가 쉽고 통속적이었다는 걸 증명하기엔 충분하다.
이 시는 좀 유별나다. 시어도 쉽고 구성도 단순한데
시인이 무얼 말하려 하는지는 가물가물하다.
꽃인가 싶지만 꽃이 아니고 안개인가 싶은데 안개도 아니다.
뒤 구절에 힌트가 있는 듯하지만 몽롱하기는 마찬가지.
도무지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한밤에 왔다가 날이 새면
떠나는 이것, 일장춘몽처럼 잠깐 머물다가 아침 구름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이것. 보일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이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꽃처럼 안개처럼 춘몽처럼 구름처럼 아름답고 달콤하되
쉬 사라져버리는 그 무엇은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일까.
피할 수 없는 인생무상의 허무함일까.
명대 문인 양신(楊愼)은 자신이 유독 이 시를 사랑한다면서
그 이유를 송옥의 ‘고당부(高堂賦)’, 조식의 ‘낙신부(洛神賦)’가
아무리 아름답대도 이 작품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 했다.
그 두 작품은 인간과 신녀(神女)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시는 시인이
남녀 간 사랑의 허망함에 대해 한번 무람없는 상상을 해본 것인지도 모른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