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성남 일화 홈구장 근처.
지하철 분당선 모란역에서 러브호텔촌을 따라 걸어서 5분 거리 제왕다방 맞으편...
그곳에도 대성학원이 있다.
보통, 기숙학원 하면 자연과 함께하는,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자유를 찾아 탈출해도 도저히 마을로 갈 방법이 없어 다시 돌아갈정도로 고립된 낭만적 이미지로 고정되어있지만.
성남 대성학원은 그렇지 않다. 주위는 러브호텔로 둘러싸여있고, 기껏 탈출하면 왼쪽 가슴에 大成이라 적혀 있는 하늘색 츄리닝을 보고 주민들이 신고한다. -_-;
옷... 아까 이야기한대로, 대성 마크 그려진 하늘색 츄리닝을 24시간 입는다. 남녀 구분 없다. 이름표도 달아야 한다. 신발은 쓰레빠... 이 학원에서 개성을 표출하는 유일한 수단이 쓰레빠가 아닌가 싶다. 돈 많은 놈들은 나이키 쓰레바를 신고, 돈 없는사람은 2천원짜리 신는다. 쓰레빠에 에어 달린 놈도 있더라. -_-; 옷이 이상하면 어떠랴. 다들 같은 옷이고, 정상적인 경우라면 건물 밖으로 나갈일이 전혀 없는데. 24시간 건물내에서 생활한다. -_-;
운동장... 팜플렛에 나온 사진은 잔디도 있고 육상트랙까지 갖춰진 듯 했는데. 속았다! 아마 성남 일화 홈구장인 듯.
실제론 교실 하나만 하다. 절대 드넓은 잔디 축구장을 상상하지 말라!
말그대로 농구골대 두개 설치하면 끝이다. 그래도 축구 해보겠다고 허들에 그물 달아서 축구 하긴 한다만. 그렇다고 웃지 말라! 그들에겐 일주일에 한시간 50평짜리 운동장에서 뛰는게 유일한 낙이다.
교실... 교실마다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학원생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되고 있다. 교실마다 한명씩 자습시간에 지키는 사감이 있는데, 사감 무슨 일인지 없을때 안심하고 잤는데, 카메라에 걸려서 벌선적 있다. 뭐 다 초기의 일이고, 나중에 적응되면 카메라 사각지역(내가 있던 반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짤려서 안보이는 자리는 하나뿐이었다)도 밝혀지고, 가까운 사물과 먼 사물간의 크기에 과장이 심하단 점을 이용하여 카메라 먼쪽에서 딴짓하기도 한다. 제일 앞자리는 얼굴에 점까지 다 보일 정도로 선명하지만, 제일 뒷자리는 카메라에다 대고 엿을 꺼내도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 머리 좋은놈들은 책상 밑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기도 하더라. -_-; 여담이지만, 송파대성 처음 왔을때 교실에 카메라가 없어서 허전했다... 있어야 될게 없는 듯한, 수능 치는데 수험표 안가져간... 그런 기분이었다.
취침... 다들 2층 침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다리 없는 철제 2층침대를 본 적이 있는가? 잘때 같은 침대 쓰는 사람이 몸을 뒤척이면, 삐그덕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곤 한다. 테두리만 철제지, 1층과 2층 사이에는 나무 판자 하나만 달랑 있는지라, 위나 아래나 불안해서 잠이 잘 안온다. 역시 초기에나 그렇고, 나중에 되면 다 적응된다. 안전불감증이란게 꼭 백화점 무너지고 도시가스 폭발해야만 생기는게 아니다. 그리고... 한방에 50명씩 잔다. -_-; 이쯤되면, 코고는 소리도 화음이 생기더라. 아, 자기전에 소리를 질러야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꼭 해내고야 말겠다! 나는 꼭 대학에 합격한다! 점호의 목적! 오늘 하루 일과를 반성하고 인원점검 및 건강상태, 청결상태를 확인하며, 명일의 학업성적을 향상시키고 준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아 이런 점호의 목적이 잘 기억 안난다.
청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0분인가 일찍 일어난다. 여학생이 반별로 다 씻고나면 머리 붕 뜬 남학생이 일어나서 교실로 간다. 남학생은 붕 뜬 머리로 여학생들과 자습을 하다가 자기반 차례가 되어야 세수를 할 수 있다. 샤워 역시 반별로 하는데, 저녁먹은 직후부터 시작하여 10시정도까지. 한 반에 20분씩 배정된다. 20명이 맨날 한꺼번에 샤워하다가 수능 치고 집에서 혼자 샤워하려니 영 심심해서. -_-;
밥... 밥 먹을땐 반별로 줄서서 먹는데. 줄서있는 시간에도 공부하라고 꼭 단어장을 들고가야 한다. 안가져가면 밥 안준다. -_-; 단어장 가져간다고 진짜 공부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단어장이 식권이구나 생각하는게 편하다.
신단은 2월달엔 잘나오더라. 집에서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래 그 학원 정원이 300명인데 추가모집으로 빠져나가고, 너무 힘들다고 빠져나가고 하다보니 270명 남았다. 재정이 안좋아서 3월부터는 급속히 악화됐다... 송파대성에서 한솥도시락 못먹겠다는 사람 이해가 안간다. 성남대성 급식밥 먹던 사람에게 한솥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_-;
휴가... 2~3주에 한번씩 집에 갈 수 있다. 2주만에 가면 2박 3일, 3주만에 가면 3박 4일이 된다. 다들 집에 갈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막상 집에가면 할거 없다. 부모님도 별로 반기지도 않고. 친구들은 대학 동기랑 놀기 바쁘고. 애인은 대학가서 바쁘다 그러고... 집에 안가고 남아서 자습하는 놈들도 있긴 한데, 그놈들은 철인인갑다...
이성... 이곳은 연애 금지다. 연애하면 짤린다. 이성간에 대화만 해도, 지우개 빌려 달라고만 해도 방송에서 옥상으로 부른다. 간단한 조사와 함께 간단치 않은 벌이 기다리고 있다. 벌 받기 싫으면 학원 나가면 된다... 나보다 한해 위엔 4커플이 벌보다 사랑을 택하여 짤렸다는, 가슴시린 소문이 있지만, 정작 내가 다닐땐 짤린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워낙 몰래몰래 사귀다가 몰래몰래 짤리는지라. 근데 추석때쯤 되니까 다들 힘드는지 커플이 갑자기 늘더라. 알아도 눈감아주는 사감도 있고, 협박하는 사감도 있고, 쉽게 짜르진 못하더라. 근데 사실, 괜찮은 여학생이 별로 없다. 맨날 츄리닝만 입는 여자가 이뻐보일리가 -_-; 송파대성 와서 제일 놀란게 그거다. 여학생 수준이 다르다. -_-;
놀이... 거기 뭐 놀게 있냐는 사람이 있겠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스타크 스토리를 읽어봐도, 테란은 지구에서 추방됐는데, 지가 타고온 우주선을 뜯어 문명을 이룩했다지 않나. 점심시간엔 옥상에서 다른반과 축구를 붙기도 한다. 옥상 역시 50평쯤 된다. 공이 없어서 베개 솜 뜯은걸 테이프로 뭉쳐서 찬다. 골대는 옥상 양쪽 끝에 벤치 하나씩 놓고 골대라고 부른다. 그나마 이게 허들보단 크다... -_-;
수업... 교재는 역시 제넥스. 대성 삽클래스 강매는 여기서도 여전하다. 송파대성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여기 강사들은 대부분 고대 출신이다. 물론 가끔 서울대, 연세대 출신도 있고, 육사 출신도 있다. 종로와는 달리, 대성에선 강사를 고용할때 중앙의 통제가 거의 없이 각 학원장의 재량에 맡기는 듯 한데, 그래서인지 송파대성의 강사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 여기서 뭘 배우겠단 생각을 말라! 그저 강압적인 분위기속에 조용히 자습이나 하는 곳이다.
군것질... 매점이 있긴 한데. 점심시간에만 문을 연다. 현금은 절대 받지 않고, 학원 내에서 돈으로 인정되는 쿠폰이란게 있다. 만원권과 천원권이 있는데, 한장 한장마다 이름이 적혀 이고, 대성입시연구소 도장이 찍혀 있다. 그러니까, 바깥 세상이랑은 화폐 단위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_-;
탈출... 탈출 하는 사람 많다. 밤엔 셔터문 잠궈놓고, 낮엔에 전담 감시인과 cctv가 버티고 있지만 감시가 허술한 기미가 보이면 그냥 돌파하는 것이다. 탈출해봐야 모란역까지가면 주민 신고(하늘색 츄리닝은 어딜가도 튄다)로 탈출사실이 발각되고,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사감들이 각반을 돌며 출석체크를 한다. 탈출해서 집에 도착하면 이미 학원에서 짤렸다는 전화가 먼저 도착해 있다.
이런 탈출 아니라도, 몰래몰래 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밤에 2층 화잘실에서 대성학원 간판을 이용해 교묘하게 나갈수 있다던데. 들어올땐 새벽 4시에 소주 한병 사서 급식 배추 배달 아저씨에게 전해주면 안전하게 들어올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바깥소식... 전혀 들을 수 없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솔트레이크 오노 만행사건... 그일 있고나서 2주쯤 지나고 집에 휴가가서야 알게되었다. 오노가 뭔지 몰라서 오예스에다가 화이트초콜렛 입힌것쯤으로 생각했었다는. 2002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아시안게임 했는줄도 몰랐다. -_-;
5월쯤에 휴가 나왔을때 보니까 친구들이 다들 햏언을 쓰던데,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쿵쿵따란걸 10월에야 들어봤다. -_-;
성적 향상... 아마 이게 제일 궁금할 듯 한데. 전보다 수능점수 떨어졌단 사람은 못 봤다. 대박난 사람도 못 봤다. 의지가 약한 사람에겐 추천하지만, 웬만큼 열심히 할 자신 있으면 그냥 큰학원 다녀라. 강사 수준이 확연히 차이 난다. 공부에 대한 열의가 강한 사람이 거기 갔다간 오히려 어이없는 강사 수준 때문에 역효과만 난다.
아... 그곳! 2002년 2월 중순부터 10월말까지(남들보다 일주일 일찍 나왔다) 살던 곳이 아닌가! 그덕에 난 한동안 사회에 적응을 못했다. 그 지옥에 들어가기 전까진 앞머리를 길게 해서 눈을 가리는게 유행이라서, 수능 치고 한동안 옆과 뒤만 자르고 앞을 길렀더니 주위에서 다들 촌스럽다고 놀리더라. 충격받고 TV를 유심히 분석해본 결과 앞머리만 짧고 옆과 뒤는 긴게 대세였다. -_-;
날씨가 무척 좋은날엔, 밖에 나가고 싶어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며 "18... 날씨 전나 좋네 젠장젠장젠장"하며 욕하던 시절이 있었다. 올해는 날씨 좋으면 밖에 나가 광합성좀 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런... 그래도, 적어도 밖에는 나갈수 있으니 발전한거다. -_-;
쓸 말이 많았던거 같은데, 생각이 잘 안난다.
-다시 보니까 지금도 스크롤의 압박이 심하다. -_-;
쓸데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그러니까, 혹시 친구중에 기숙학원에서 재수하는 사람 있으면 당장 짐싸서 나오라고 하세요. -_-;
첫댓글 2학년때 내가들어갔던데잖아,,,,
아..ㅋㅋ 너가 갔던데였구나.ㅡㅡ;
-_-; 진짜 있는 데야?-_-; 근데.. 저 사람은 결국 성남대성서 실패하고.. 또 송파대성 간거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