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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3국 경제포럼 순방…튀르키예·사우디 해빙 속도
"비서방 금융지원 모색"…대외정책에서 걸프 중요성 부각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자국 경제위기 완화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회담을 위해 홍해 연안에 있는 사우디 제2도시 제다에 도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붕괴하고 있는 튀르키예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경제포럼에 참석해 사우디의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우디 일정을 마치면 19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다른 걸프국을 찾아 비슷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목적은 투자와 금융 등 두 가지"라며 "둘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회동에서 경제적 우군이 될 사우디와의 관계개선에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튀르키예와 사우디는 2018년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된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
카슈끄지는 튀르키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 안에서 사우디 왕실이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요원들에게 토막살해를 당했다.
튀르키예는 자체 수사에 들어간 뒤 구체적 수사결과를 글로벌 미디어에 공개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잔혹 암살자' 오명을 쓰는 데 일조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국들은 2011년 아랍권에서 확산한 민주주의 운동인 '아랍의 봄' 때부터 튀르키예에 악감정을 품은 터였다.
민중봉기에 큰 역할을 한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걸프국들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집단으로 본다.
사우디와 UAE 등이 2017년 카타르를 따돌리고 경제를 봉쇄하려고 했을 때도 튀르키예는 카타르의 우군으로서 대립각을 세웠다.
오랜 앙숙관계 해소하는 튀르키예와 사우디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 관계개선에 나서 2022년 4월 사우디를 찾았고 무함마드 왕세자도 작년 5월 튀르키예를 답방했다.
사우디는 올해 3월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50억 달러를 예치해 금융 안정성 회복, 경제위기 완화 노력에 힘을 보탰다.
튀르키예 경제는 자국 통화인 리라의 가치 급락, 인플레이션 심화, 재정적자 급증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28% 떨어졌다. 이날 리라는 달러당 26.31리라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월 튀르키예의 물가는 1년 전보다 40% 가까이 치솟아 임금이나 대금으로 리라를 받는 내국인들이 극심한 민생고를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의 한 관리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와 사우디가 서방 국가가 아닌 파트너의 금융지원을 모색하며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문 때 다수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었다가 인권문제나 역내 군사활동 등을 이유로 관계가 악화했으며 서방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분쟁에서 중립을 표방하려고 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카타르대의 연구원인 시넴 켄기스는 "중요한 선거 후 (에르도안의) 걸프 방문은 튀르키예 대외정책에서 걸프국들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걸프국들은 투자를 다변화하려고 하는데 이는 수출을 늘려 경제문제를 완화하려고 하는 튀르키예에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2월 대지진으로 국토가 황폐화하고 수만 명이 숨진 뒤 5월에 열린 대선에서 패배 전망을 뒤집고 5년 임기를 다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