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자주한 곳은 기상청 일기예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에선 양치기 소년을 뮤양상니안(牧羊少年) 이라고 하는데, 지금 중국 주식투자자들은 증권당국을 뮤양상니안 이라고 부른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정부는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각종 호재를 쏟아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달면서 주가는 방향감 없는 급등락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치기 소년이 된 중국 증권당국
지난 2~3주간 중앙정부 고위층은 기자들 앞에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왔다. 증감위 위원장인 샹푸린(尙福林)은 주식시장을 안정시켜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이루겠다고 밝혔고, 이후 총리 원자바오도 거시경제는 예상했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또한 대수 언론기관들은 수 차례 증시안정을 위한 글을 발표했다. 인민일보, 신화사, 요망, 중앙방송국, 4대 증권보 등은 모두 반복적으로 특집기사를 통해 주식시장의 안정, 투자자들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왔었다.
특히, 주식시장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고위층들도 주가 띄우기에 동참했었는데, 전 증감위 위원장인 저우정칭(周正慶), 전 인민은행장 다이샹룽(戴相龍), 원로 경제학자인 우징롄(吳敬璉)도 증시안정을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1위지만, 주가는 세계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은 중국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불명예를 씻으려 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개혁개방 30년의 경제 치적으로 만들려는 중국정부는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 이라는 말처럼 증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대대적인 언론공세를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올림픽을 맞아 언론을 활용한 주식시장 홍보는 일사불란하게 잘 진행됐지만, 투자자의 눈높이가 한껏 올려놓고 나서, 최근 내놓은 안정책이라는 게 알맹이가 빠져있거나, 실효성이 없는 재료에 불과했다.
증권당국은 정말 주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증시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업실적에 대한 비관적인 전방이 투자자의 매도를 불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상장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증가해 온 것은 해외 수요가 워낙 강력한 상황에서 임금상승률을 뛰어넘는 노동생산성, 효율적인 비용통제와 투자이익 증가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긴축정책에 따른 수요감소, 가격억제정책으로 인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나타나면서 지금까지 지속됐던 경제의 선순환구조가 끊어져 버렸다.
외부요인과 체제구조적인 모순에서 나타난 문제를 일회성 수급개선책 마련으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 기간에 기업구조조정, 금리정책과 요소가격개혁 등과 같은 경제에 충격을 줄 정책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주가지수선물시장의 도입, 차스닥시장의 개설, 레드칩의 A증시 재상장, 증시안정기금의 설립과 같은 증시 수급에 영향을 끼칠 만한 메가톤급 재료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증권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수급안정책은 대차거래 허용,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 확대, 유상증자와 IPO 발행의 제한, 기관의 순매수 원칙과 대출규제 묶여 자금난에 봉착했던 기업에 대해 대출규제를 풀어주는 정도가 될 것이다.
주식시장이 실제로 바라던 근본적인 증시발전 정책은 올림픽기간 중에는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고, 단기재료도 올림픽 직후에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이전까지 중국정부의 홍보전략과 부양책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겠지만, 올림픽 이후 투자자의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한 증시부양책이 발표되지 못한다면 주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수축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