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영적으로 흐려지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귀가 어두워지고 눈이 흐려진다. 엘리는 이스라엘의 제사장으로 하나님의 음성에 예민하고 민첩하게 듣고 반응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의 악행을 듣고 알았지만 그 아들에 대한 잘못된 사랑 때문에 징계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영은 그렇게 사람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을 때 곧 고범죄를 짓는 걸 볼 때 점점 떠나가신다. 성령께서 사람들 떠나시는 것은 애석한 마음으로 계속 그의 양심과 귀에 하나님의 뜻을 알리시지만, 그것을 더 이상 듣지 않을 때 떠나가신다. 엘리는 그렇게 영적으로 어두워졌다. 그런 엘리를 대신해 이스라엘의 영적인 지도자가 될 인물은 사무엘이었다. 사무엘는 엘리와 달리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들었다.
(삼상 3:10) 여호와께서 임하여 서서 전과 같이 사무엘아 사무엘아 부르시는지라 사무엘이 이르되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니 (삼상 3:11)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이스라엘 중에 한 일을 행하리니 그것을 듣는 자마다 두 귀가 울리리라
사무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처음이어서 세 번이나 엘리가 부른 줄 알고 자고 있던 엘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 성경은 당시 엘리의 상태를 이렇게 적었다. (삼상 3:2) 엘리의 눈이 점점 어두워 가서 잘 보지 못하는 그 때에 그가 자기 처소에 누웠고
엘리는 눈이 어두워졌고 그의 몸도 어두웠으며 영혼의 눈도 어두웠다. 하나님과 자주 대화하던 그에게 더 이상 하나님의 신탁 같은 것은 없었으며 오히려 어린 사무엘에게 나타나신 것이다.
(눅 11:34) 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네 몸도 어두우리라 (눅 11:35) 그러므로 네 속에 있는 빛이 어둡지 아니한가 보라
이렇게 늙은 제사장 엘리에게서 어린 사무엘에게 하나님의 현현이 옮겨 간 것은 엘리가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나 이제 그가 은퇴할 때가 되어서가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하나님은 그에게 명예로운 은퇴를 허락했을 것이며 그에게 나타나서 사무엘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도록 그에게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통보도 없이 늙은 제사장 대신 성막의 어린아이에게 하나님의 신탁(oracle)이 나타나신 것이다.
(삼상 3:13) 내가 그의 집을 영원토록 심판하겠다고 그에게 말한 것은 그가 아는 죄악 때문이니 이는 그가 자기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삼상 3:14) 그러므로 내가 엘리의 집에 대하여 맹세하기를 엘리 집의 죄악은 제물로나 예물로나 영원히 속죄함을 받지 못하리라 하였노라 하셨더라
하나님은 모르는 죄 때문에 심판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엘리의 죄는 “아는 죄”였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 줄도 알았고, 어떻게 할지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성령의 지도를 거부했다. 그의 아들들은 제사장으로 적합하지 않았고 당장 파면 되어야 했지만, 그는 몇 마디 달래는 말로만 아들들의 죄악을 묵인했다. 이렇게 엘리 가문의 물락, 곧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성령께서 떠나가고 계신다. 이 사람은 더 이상 하나님의 은혜를 베풀어도 소용이 없다는 슬픈 선언을 하시면서 성령께서 멀어지신다. 이는 모두 다 아는 죄 때문이다. 그대에게는 아는 죄가 없는가? 성령의 간곡한 호소에도 계속 그 죄를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 아버지! 저희로 고범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우리의 양심이 성령의 음성에 둔탁해지지 않도록 날마다 성령으로 새롭게 하소서. 때론 우리가 연약하여 굴복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억하게 하시고 더러운 죄를 당장 끊어버리도록 우리에게 힘 주시고 능력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